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이 전시 도록 제작 과정에서 12·3 불법 계엄을 비판한 평론가의 글을 제외해 논란이다. 평론가들은 미술관의 정치적 검열 의혹을 제기하며 거세게 비판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세마(SeMA)-하나상 수상자 8명은 지난 1일 '비평과 검열은 함께 갈 수 없다'는 연대 성명에서 "이번 사태가 용인된다면 미술인들은 앞으로도 미술관의 안위를 위해 도대체 어떤 정치적 표현이 중립으로 간주될 수 있을지 고려해 미리 조심하게 될 것이다"며 "일종의 나쁜 선례로 차후 미술계 내 여러 행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서울시립미술관이 세운 의제는 '행동'인데 계엄을 비판하는 내용이 중립성을 해친다는 판단은 전시의 의의 자체를 스스로 배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마 하나상은 서울시립미술관이 미술관 최초로 만든 평론상으로 2015년부터 격년으로 시상한다.
논란은 미술관이 서울 평창동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에서 3월 개막한 전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의 도록에 실릴 글 중 남웅 평론가의 글을 제외하면서 시작됐다. 남 평론가는 2017년 세마 하나상 수상자다. 그는 1월 미술관에 보낸 글에서 불법 계엄을 비판하며 예술의 행동주의 역할에 대한 내용을 심도 있게 다뤘다.
하지만 해당 글에 대해 미술관 측은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있어 글을 싣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남 평론가는 자신이 상임활동가로 일하는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가 운영하는 웹진에 이 사실을 알려 공론화했다.

전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에 나온 문상훈 작가의 작품 '손'
남 평론가를 비롯해 미술평론가들은 미술관이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글을 제외한 사실이 정치적 검열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평론가들은 제주4·3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현대사 기록이 어떻게 사회적·실천적 가치를 조망할 수 있는지를 짚은 해당 전시 기획 의도에 비춰보면 더욱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평론가 단체 성명에 이어 해당 전시 작가들도 미술관에 비평 검열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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