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이 작품에 대한 제 감상은요. 제게 가장 무섭도록 시리게 와닿은 것은 SNS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아이들. 인기와 매력을 척도로 하는 극단적인 계급화. 그에 대해 사회와 가정에서 전혀 손 쓰지 못하는 모습. 디지털 교육을 한다며 사실 무너진 학교 현장. 그 결과 완전히 잘못된 생각들에 지배되는 것. 인터넷이 성장기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물리적으로 딸, 아들을 똑같이 따뜻하게 키워내도 다른 사람으로 자라버리는 것. 이에 대한 부모의 무력감이었습니다. 학교를 중심으로 기성 세대들이 문제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고칠 노력도 없이 방임하게 되는 문제를 이 화 통틀어서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전 세계적으로 현대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큰 위기를 날것 그대로 보여준 의미라고 생각해요. 이 구조에 내동댕이 쳐 있는 남아와 여아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2번. 이 작품을 오도하지 마세요. 저는 청소년 자녀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딱 제이미 누나와 비슷한 나이에 남아 여아가 있지요. 실제로 키우면서 앞에 1번에 쓴 감상을 느껴오고 있었거든요. 제가 아무리 차단한다고 해도 차단되지 않는 불안감. 이게 괜찮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 이 작품을 김혜리 기자나 최다은 PD처럼 요즘 시대에 자식 안 키워 본 사람이 평하는 것은 아주 커다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 대해 너무 프로파간다적이다라는 비판이 있다고요? 두 분처럼이 작품을 여성주의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는 것 자체가 프로파간다이기에 그에 대해 반작용적인 비판이 있는 겁니다. 김혜리 기자는 50대이고 최다은 PD는 40대죠. 지금 10대 아이들이 자라는 시대가 어떤지 전혀 모릅니다. 피상적으로만 인식할 뿐이죠. 귀하들이 자란 경험과 완전히 다른 현재입니다. 저는 자식을 통해서 2010년생 청소년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두 분의 경험과 비유는 이미 '지나간' 것입니다. 이미 뒤쳐져 버린 7080 페미니즘의 관점이라고요. 무슨 극우의 파이프라인이 된다는 우려가 있다는 등 군데군데 남성을 이분법적 악의 축으로 삼는 인식이 많이 엿보입니다. 그렇게 한쪽 성별이 다른 성별을 가해하는 일방적인 구조로 평가하지 마세요. 그러한 올드한 페미니즘이 작금의 세태에 영향을 준 것도 있기에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화가 나는 부분입니다. 제이미의 아빠가 폭력적이거나 성추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는데요. 발로 차고 그러는 동안 부인이나 딸은 무서워해야 하고, 부인이 싫다는데 계속 스킨십하고 그런 맥락의 멘트가 있었죠. 저는 그 부분이 전혀 문제되는 남성으로 보이지 않았거든요. 이 작품이 아빠, 엄마에게 어떤 문제도 없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서 아주 노력하고 애쓴 지점을 몰이해하시는 겁니다. 남자라서 표현이 다른 아주 정상적인 부분까지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그런 반자연적인 페미니즘이 실제로 '억압되는 남성들', '거세된 남성들'을 만드는 거예요. 학교 현장에서 자라나는 남자아이들이 얼마나 옴짝달싹 못하도록 요구되는지 아십니까? 그런 뷰가 불합리하고 부자연스러운 것이기에 현대 젊은 남성들이 분노를 품게 되는 것이고요. 많은 남성 스피커가 있는데 왜 <소년의 시간>을 리뷰하지 않냐고요? 찾아보셨나요? 많은 남자 유튜버들이 <소년의 시간>을 리뷰했습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그런 여성주의적 관점은 전혀 언급을 안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남자들이 제 뷰처럼 리뷰하면 엄청난 인터넷 린치를 당할 거거든요. 현재 문화지형이 이러한데 과연 기자님과 PD님이 소수자입니까? 누가 누구의 입을 틀어막고 있습니까? <아들과 딸> 드라마는 아주 절절했는데 <82년생 김지영>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논란이 많은지를 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여성주의가 이룩한 개선이 많지만 과거 일변도의 적대적인 비유는 이미 상대의 성별에게 억압적으로 보일 만큼 이제는 더 이상 여성이 일방적 피해자가 아닙니다.
3번. 넷플릭스는 한국 차별하는 거냐? 왜냐고요? '피해자를 전혀 보여주지 않는 게 크게 비판받는 부분이다'라고 말하는 나라니깐요. 애초에 한국의 소비자들은 아주 감정적이면서 무해한 작품 위주로나 좋다고들 하니깐요. 조금만 현실에 닿으려면 무사 공평해야만 하니 콘텐츠가 되겠습니까? 말씀하신 폭력물이나 재벌물처럼 동떨어진 세계관으로 데려가야 그런 비판을 안 받으니까요. 대체 왜 피해자의 관점을 보여 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이 다큐입니까? 뉴스입니까? <폭싹 속았수다>에 제주 4.3 사건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만큼이나 문화 홍위병적인 접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 키우면서 느꼈던 두려움과 무력감을 어쩜 저렇게 날것 그대로 표현했을까? 어떤 섣부른 가치 판단 없이 상황을 날카롭게 마주한다는 점에서 영국 문화의 저력을 느낀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는 나올 수가 없어요. 자꾸 문화의 가치를 주입하려고 하지 마세요. 길게 정성 들여 썼지만 아마 소개는 안 하시리라 생각해요. 두 분을 포함한 제작진의 페미니즘이 현대에서 의미 있는 여성주의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필름클럽 애청자로서.
https://www.youtube.com/watch?v=ehlHEros7dQ&t=975s
16분쯤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