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022년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 진화 주력인 러시아산 헬기(KA-32) 기종의 부품 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국산화를 높일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 결과 산림청은 2023년 미국산(S-64) 기종의 제조사(에릭슨)와 계약을 마쳤지만 1년여 만에 일방적으로 계약 취소를 통보받았다. 로스앤젤레스(LA) 산불에 따른 미국 정부의 반출 금지령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국회 농해수위는 올해 예산안 검토 보고서를 통해 “대형 헬기의 신규 도입이 당초 계획보다 2년 이상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며 “헬기 기종의 선정부터 제안 규격 작성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 3년의 사업 기간 내 도입이 완료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문제는 신규 헬기 도입은 늦어지는데 산림청 산불 진화의 핵심인 중대형급 헬기 39대 가운데 29대인 KA-32는 이미 8대가 멈춰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사고가 발생해 조사 중인 1대를 포함하면 날지 못하는 헬기는 총 9대에 달한다. 더구나 국회 농해수위는 부품 조달 문제로 내년 14대, 2027년 15대, 2028년 17대, 2031년 29대의 가동이 중단될 것으로 분석했다. 소형 헬기(11대)를 포함해 산림청 진화 헬기가 총 50대임을 감안할 경우 이대로면 화재 진화 헬기의 절반 이상이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셈이다.

산림청의 부실한 진화 헬기 도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형 헬기 신규 제작 예산을 가지고 중고 헬기 재제작의 제안 규격을 작성해 구매 입찰을 추진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7대인 대형 헬기(S-64) 모두 중고 재제작 제품으로, 이달 26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추락한 헬기도 같은 기종이었다.
예산을 아예 집행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예상치 못한 비상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위해 추진된 대형 헬기 시뮬레이터 도입의 경우 지난해 9월 말 기준 13억 500만 원의 예산액 중 집행액이 0원이었다. 시뮬레이터 구축에 필요한 입찰 공고 등의 관련 절차도 추진되지 않았다.
산불 감시 CCTV의 효과에도 국회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인용해 의문을 나타냈다. 해당 감사 결과 산림청 CCTV 1446대(2024년 10월 기준)의 최근 3년간 산불 발견율은 0.4%에 그쳤다. 봄·가을 산불 조심 기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의 출동 여비 등 집행 실적은 2021년 60.9%, 2022년 67.7%, 2023년 65.9%에 그쳤다. 임재금 농해수위 전문위원은 “사업 예산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관례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다 보니 집행률이 낮은 것”이라며 “예측이 어려운 산불이지만 예산 자체가 본래 적정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송종호 기자(joist1894@sedaily.com)
https://naver.me/F2ZQhY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