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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가족주의 판타지를 넘지 못한 ‘폭싹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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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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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어딜 가도 ‘폭싹 속았수다’(넷플릭스)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의 포인트는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말하고, 어떤 이는 엄마 생각이 나서 휴지 한 통을 다 썼다고 한다. 한국전쟁 등 대한민국 격변기를 경험한 ‘아버지 세대’를 그린 영화 ‘국제시장’의 여성 버전으로 보는 이도 있고, ‘응답하라’ 시리즈에 빗대기도 하며, 김원석 감독의 전작인 ‘나의 아저씨’를 떠올리는 이도 있다.

부모의 사랑이 주는 뻐근한 부채감

‘폭싹 속았수다’는 광례(염혜란)와 애순(아이유·문소리)과 금명(아이유)을 중심으로 인간의 일생을 봄·여름·가을·겨울에 빗대어 펼치며 그 일생을 가능하게 한 가족애를 그린 드라마다. 볼거리도 풍성하다. 그 시절을 직접 경험한 이들에게는 향수를, 경험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사극’을 보는 것 같은 오래된 새로움을 준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선 보편적 힘이 있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지극한 헌신과 사랑, 그런 부모를 향한 자식의 애틋한 존경과 감사, 가족을 잃은 깊은 슬픔 등은 시대와 세대, 개인과 국가를 넘어선 보편적 정서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우리는 부모 이야기 같기도, 내 이야기 같기도 한 이 드라마에 검푸른 ‘바당’에 뛰어들 듯 속절없이 풍덩 빠져들게 된다.

저마다의 감상이 다르겠지만, 광례와 애순, 그리고 애순과 금명을 통해 부모의 ‘내리사랑’을 보여주는 중심 서사는 거친 파도에 바다가 헤집어지듯 내 안 깊숙한 곳에 묵혀둔 불편한 감정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내 엄마는 자신을 ‘200점짜리 엄마’라 말하곤 했다. 장녀를 ‘살림 밑천’으로 여기던 시절에 첫째는 딸, 둘째는 아들을 낳으면 금메달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의미에서다. 나는 그 200점짜리 엄마의 딸로 사는 게 가끔 벅찼다. 엄마의 사랑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무거워서 그랬다. 그 사랑은 나를 살게 했지만, 살면서 두고두고 갚아야 하는 부채이기도 했다. 내 인생이 부모의 희생 값이라 생각하면 나는 온전히 ‘나’로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부모 사랑의 깊이와 자식 마음에 얹힌 부채감은 비례하는 법이다. 결국 자식의 인생 일부는 그 부채를 갚기 위한 담보가 될 수밖에 없다. ‘폭싹 속았수다’ 속 부모와 자식의 관계, 특히 모녀 관계를 보며 내내 감추고 있던 뻐근한 부채감이 되살아났다.

 

엄밀하게 말하면, 엄마의 사랑은 ‘딸’을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엄마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광례는 애순이 살아보지 못한 인생이며, 금명은 애순이 이루지 못한 꿈이다. 엄마는 딸을 통해 자신의 사랑과 인생을 완성한다. 그런 엄마에게 딸은 ‘금메달’로 존재한다. 딸에게 이 금메달이라는 호명은 딜레마에 가깝다. 금메달은 누군가의 목에 걸렸을 때만 존재감을 가진다. 그래서일까? 드라마에서 금명은 애순과 관식(박보검·박해준)의 삶에 자랑스럽게 걸린 메달인 ‘딸’로서만 존재하고 기능한다.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서울대에 진학하여 부모의 집을 팔아 교환학생으로 일본까지 다녀온 금명은 자기 삶을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금명은 부모의 사랑에 둘러싸여 주체적이며 사회적인 존재로 성장하지 않는다. 오직 누군가의 연인이거나 애순과 관식의 딸일 뿐이다. 파혼을 선언하며 금명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결혼 어떻게 해. 우리 엄마, 아빠 울어.” 또한 금명에게는 친구 등의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의 흔적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즉, 드라마에서 금명은 단 한 순간도 ‘개인’인 적이 없다. 그렇게 보일 뿐이지.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70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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