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가족주의 판타지를 넘지 못한 ‘폭싹 속았수다’
39,854 70
2025.03.29 12:36
39,854 70

요새 어딜 가도 ‘폭싹 속았수다’(넷플릭스)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의 포인트는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말하고, 어떤 이는 엄마 생각이 나서 휴지 한 통을 다 썼다고 한다. 한국전쟁 등 대한민국 격변기를 경험한 ‘아버지 세대’를 그린 영화 ‘국제시장’의 여성 버전으로 보는 이도 있고, ‘응답하라’ 시리즈에 빗대기도 하며, 김원석 감독의 전작인 ‘나의 아저씨’를 떠올리는 이도 있다.

부모의 사랑이 주는 뻐근한 부채감

‘폭싹 속았수다’는 광례(염혜란)와 애순(아이유·문소리)과 금명(아이유)을 중심으로 인간의 일생을 봄·여름·가을·겨울에 빗대어 펼치며 그 일생을 가능하게 한 가족애를 그린 드라마다. 볼거리도 풍성하다. 그 시절을 직접 경험한 이들에게는 향수를, 경험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사극’을 보는 것 같은 오래된 새로움을 준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선 보편적 힘이 있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지극한 헌신과 사랑, 그런 부모를 향한 자식의 애틋한 존경과 감사, 가족을 잃은 깊은 슬픔 등은 시대와 세대, 개인과 국가를 넘어선 보편적 정서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우리는 부모 이야기 같기도, 내 이야기 같기도 한 이 드라마에 검푸른 ‘바당’에 뛰어들 듯 속절없이 풍덩 빠져들게 된다.

저마다의 감상이 다르겠지만, 광례와 애순, 그리고 애순과 금명을 통해 부모의 ‘내리사랑’을 보여주는 중심 서사는 거친 파도에 바다가 헤집어지듯 내 안 깊숙한 곳에 묵혀둔 불편한 감정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내 엄마는 자신을 ‘200점짜리 엄마’라 말하곤 했다. 장녀를 ‘살림 밑천’으로 여기던 시절에 첫째는 딸, 둘째는 아들을 낳으면 금메달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의미에서다. 나는 그 200점짜리 엄마의 딸로 사는 게 가끔 벅찼다. 엄마의 사랑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무거워서 그랬다. 그 사랑은 나를 살게 했지만, 살면서 두고두고 갚아야 하는 부채이기도 했다. 내 인생이 부모의 희생 값이라 생각하면 나는 온전히 ‘나’로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부모 사랑의 깊이와 자식 마음에 얹힌 부채감은 비례하는 법이다. 결국 자식의 인생 일부는 그 부채를 갚기 위한 담보가 될 수밖에 없다. ‘폭싹 속았수다’ 속 부모와 자식의 관계, 특히 모녀 관계를 보며 내내 감추고 있던 뻐근한 부채감이 되살아났다.

 

엄밀하게 말하면, 엄마의 사랑은 ‘딸’을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엄마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광례는 애순이 살아보지 못한 인생이며, 금명은 애순이 이루지 못한 꿈이다. 엄마는 딸을 통해 자신의 사랑과 인생을 완성한다. 그런 엄마에게 딸은 ‘금메달’로 존재한다. 딸에게 이 금메달이라는 호명은 딜레마에 가깝다. 금메달은 누군가의 목에 걸렸을 때만 존재감을 가진다. 그래서일까? 드라마에서 금명은 애순과 관식(박보검·박해준)의 삶에 자랑스럽게 걸린 메달인 ‘딸’로서만 존재하고 기능한다.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서울대에 진학하여 부모의 집을 팔아 교환학생으로 일본까지 다녀온 금명은 자기 삶을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금명은 부모의 사랑에 둘러싸여 주체적이며 사회적인 존재로 성장하지 않는다. 오직 누군가의 연인이거나 애순과 관식의 딸일 뿐이다. 파혼을 선언하며 금명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결혼 어떻게 해. 우리 엄마, 아빠 울어.” 또한 금명에게는 친구 등의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의 흔적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즉, 드라마에서 금명은 단 한 순간도 ‘개인’인 적이 없다. 그렇게 보일 뿐이지.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7088.html

목록 스크랩 (0)
댓글 7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프라이메이트> 강심장 극한도전 시사회 초대 이벤트 46 01.08 19,665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418,86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200,52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56,54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508,603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24,98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72,65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7 20.09.29 7,390,95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3 20.05.17 8,594,4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4 20.04.30 8,474,81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12,651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57591 이슈 기린 나비넥타이 착용 논란 1 23:44 35
2957590 유머 오늘 방영한 드라마와 뉴스 속보 자막의 절묘한 타이밍...twt 1 23:44 93
2957589 유머 [먼작귀] 찍은 사진을 보다가 뭔가를 발견한 하치와레(일본연재분) 23:44 17
2957588 이슈 라이즈 성찬, 소희 <두바이 쫀득 쿠키•두바이 마카롱•두바이 찹쌀떡•생딸기 두바이 찹쌀떡•두바이 붕어빵•두바이 요거트 아이스크림•두바이 아사이볼> 본격 리뷰...jpg 23:43 124
2957587 이슈 진짜로 추워보이는 최유정 윤산하 엑소 첫눈 커버 영상 ㅋㅋㅋㅋ.jpgif 23:43 54
2957586 유머 올데프 애니의 파우치 취향 23:43 107
2957585 유머 OLED 와 IPS의 차이 한장요약 1 23:43 84
2957584 이슈 엄마가 육아하는 방법을 몰라서 사육사가 집에 데려가서 키운 북극곰 🐻‍❄️ 2 23:43 266
2957583 이슈 입장객수 누적 9억명을 돌파한 도쿄 디즈니 리조트.jpg 1 23:42 147
2957582 유머 세븐틴 정기모임때 만나자마자 30분넘게 군대썰 풀었다는 호시우지 1 23:42 168
2957581 이슈 덕질의 의미는 잘 모르지만 카리나를 덕질하고 있는듯한 양세찬과 하하 2 23:41 333
2957580 정보 영화「야당」공개 기념 일본 방문 무대 인사 - 강하늘, 유해진, 황병국 감독 23:40 67
2957579 이슈 아이돌 혼자 유사먹어버린 사태 발생 11 23:40 882
2957578 이슈 한국에서 하루에 80만개씩 팔린다는 우유...jpg 12 23:39 1,663
2957577 유머 섹스할때 남녀 도파민 분비 차이 14 23:39 1,550
2957576 이슈 [더시즌즈] 십센치 - 씨엔블루 서로 노래 바꿔 부르기 (pet ↔️ Love) 3 23:38 106
2957575 이슈 대관람차 서커스 1인칭 시점 ㄷㄷㄷㄷㄷㄷ 1 23:38 236
2957574 이슈 챗지피티가 말하는 인류의 미래 4 23:37 546
2957573 이슈 키키 새 앨범 컨포에서 포토제닉한 하음 11 23:35 625
2957572 이슈 스무살 때 왕게임으로 연상과 첫키스하고 사랑에 빠졌었다는 최다니엘ㅋㅋㅋㅋ 6 23:35 8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