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은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우선 그들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파기를 주장하는 이유, 즉 그들이 말하는 계약 위반 사유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신뢰가 깨졌다’에 관한 대목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이라 할만한 것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 따돌림을 당했다거나, 모회사 격인 하이브가 그들을 견제할 계략을 짜고 있다거나, 법적으로 어도어가 전속계약 해지를 당할 정도의 위반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사안들인 것이다.
게다가 사실로 확인되지도 않았고. 그저 어쩌다 당시 좋지 않은 상황과 맞물려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그리하여 감정이 상하고 만 정황이 연이어 발생했을 뿐이란 해석이 뒤따른다고 할까. 만나서 풀 일이지, 전속계약 해지를 논하기에는 단순히 민희진 전 대표와 함께 가기 위해 펼치는 억지 주장에 불과한 느낌이 강하다. 어도어가 뉴진스를 세상에 내보낸 지 고작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받기엔, 처음부터 여러모로 불합리했단 이야기다.
뉴진스는 왜 이렇게 위험한 모험을 단행한 걸까. 데뷔 후 이른 성공으로 충분히 보상했으니 위약금을 낼 필요도 없다고 제 나름의 주장을 펼칠 만큼, 뉴진스는 등장하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상당히 빠른 기간 안에 세계의 최정상에 올랐고 여기에 민희진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게 민희진 혼자만의 힘이란 뜻은 아니며, 그렇기에 보상이라는 것 또한 단순히 투자금을 회수하는, ‘또이또이’한 액수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뉴진스가 누린 호황은, 하이브를 기반으로 어도어가 쌓은 여러 인프라와 막대한 자본, 민희진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노력이 뉴진스 자체의 역량과 합치되어 천운을 불러들이며 이룩한 성과인 까닭이다. 단지 민희진이 부각되었을 뿐. 이 부각된 자의 오만함이 뉴진스에게 민희진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었고, 꼼짝없이 휘둘려버린 이들은 치기 어린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이제 막 펼친 오색찬란한 날개를 스스로 접고 말았다.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있다기보다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것에 기반한 어떤 주장을 법원이 들어주지 않았다고, 따르기를 거부하며 반기를 드는 행위를 혁명이라고 보지 않는다. 무법자다. 현재 그들이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어도어 소속임을 받아들이고 다시금 어도어 측과 아티스트로서의 관계를 회복하여 주어진 계약기간을, 뉴진스로서 충실히 이행하는 일이다. 어쩌면 혁명은, 뉴진스가 민희진에서 벗어나 오롯한 뉴진스로서 우뚝 서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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