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미안하고 고마워”…25년 만에 문 닫는 ‘지역 공부방’ 연신내문고[현장]
17,262 6
2025.03.11 19:10
17,262 6

 

10일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있는 연신내문고 입구에 오는 31일에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정연 기자

10일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있는 연신내문고 입구에 오는 31일에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정연 기자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거주했던 강선우씨(31)는 연신내문고를 “문제집을 ‘공짜’로 얻은 공간”으로 기억했다. 연신내문고는 이미 폐업한 불광문고와 함께 손님들에게 적립쿠폰을 나눠줬다. 강씨는 그 쿠폰을 모아 필요한 문제집을 샀다. 때로는 친구들과 함께 새로 나온 문구류를 구경하고 도서관처럼 책도 읽었다. 강씨는 “연신내문고에서는 책을 읽기만 하고 사지 않아도 눈치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0년 문을 연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연신내문고가 개업 25년만인 오는 31일 문을 닫는다. 동네 주민들은 “지역의 공부방이 사라졌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5일과 10일 두 차례 연신내문고를 찾아 주민들의 소회를 들었다.

약 496㎡(약 150평) 규모의 연신내문고에는 갈 때마다 귀에 익은 최신 유행가가 흘렀다. 폐업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지금도 동네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자녀와 손을 잡고 온 엄마는 한글 공부를 위한 그림책을 찾았다. 70대 노인은 지역 화폐로 손자의 참고서를 사러 왔다.

연신내문고의 종교 서가에 “성경책 읽어보시고 비구매시 지퍼를 닫아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정연 기자

연신내문고의 종교 서가에 “성경책 읽어보시고 비구매시 지퍼를 닫아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정연 기자

책을 읽거나 공부하러 온 주민도 많았다. 공인중개사 수험서를 들춰보며 자신의 노트에 필기하는 사람이 있어도 점원은 제지하지 않았다. 불교심리학 서적을 읽던 안정희씨(65)는 “보통 이곳에서 한 권을 끝까지 읽고 가는데 보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탁무권 연신내문고 대표(68)는 “상품으로서 가치를 존중해달라고 요청할지언정 주민들에게 야박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며 웃었다. ‘지역 서점’은 책을 파는 상점이면서 “주민들의 교양과 합리적 사고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탁 대표는 연신내문고를 ‘지역민이 늘 새로운 책을 접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운영했다고 했다. 그게 도서관과는 다른 “지역서점의 역할이자 사회적 의무”라고 했다.

탁 대표는 “결국 적은 이윤, 대형서점 중심의 유통구조, 임대료 상승 등의 요인으로 폐업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에도 대표서점이 필요하다’는 사명으로 5년째 적자운영을 이어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했다.

한 은평구민이 10일 오후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연신내문고를 찾아 책을 읽고 있다. 박정연 기자

한 은평구민이 10일 오후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연신내문고를 찾아 책을 읽고 있다. 박정연 기자

연신내문고의 폐업 결정에 지역주민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세 친구와 함께 연신내문고를 찾은 예일여고 재학생 신모양(16)은 “책이랑 학용품을 파는 곳 중 동네에서 제일 큰 곳”이라며 “학원 부교재를 사려면 인터넷 서점보다 여기 오는 게 빠르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사는 정모씨(30)는 “연신내문고는 구민들에게 추억이자 역사”라며 “있을 때 잘해야 하는데 자주 못 가서 미안하고, (연신내문고가) 25년간 연신내를 지켜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내·외부를 잇는 문화사랑방”이기도 한 지역서점을 지키기 위해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지역서점은 지역민이 문화를 향유하고 학습하며, 기초적 인권으로서 책 읽을 권리를 구현하는 장”이라고 말했다. 김기태 세명대 교수는 중간 도매상에 의해 높아지는 도서 단가 문제를 지적하며 “지역 서점에 도서를 공급하는 지금의 유통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s://v.daum.net/v/20250311161302419

목록 스크랩 (0)
댓글 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한율X더쿠💚] 쫀득한 텍스처로 모공 속 피지 강력하게 흡착 ✨한율 #쑥떡팩폼 체험단 (100인) 502 12.23 23,549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63,814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073,59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04,10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388,999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07.22 1,013,08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1 21.08.23 8,454,38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6 20.09.29 7,382,36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0 20.05.17 8,579,0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2 20.04.30 8,469,41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287,61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42763 이슈 8•90년대생은 익숙한 장난감 한립토이스가 문을 닫습니다 6 02:16 177
2942762 이슈 미니어처 크리스마스 만찬 1 02:14 95
2942761 이슈 송강 로에베 화보 비하인드.jpg 02:13 99
2942760 유머 기린끼리 붙어서 싸우는데 옆에서 구경하는 마멋이 한마디함.. 02:12 147
2942759 이슈 13년전 오늘 개봉한, 영화 “타워” 02:12 37
2942758 이슈 락스타 게임즈 기대작 GTA 6 용량 공개 17 02:08 275
2942757 정보 지오디 숨은 명곡 - 니가 다시 돌아올수 있도록 6 02:06 163
2942756 유머 슬리데린 일진놈들 교복 개단정한데 해리포터 이 놈은 셔츠도 제대로 안 집어넣고 2 02:04 627
2942755 이슈 애니방 근황.jpg 02:03 506
2942754 이슈 아이에게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2개인데 하나가 세관에서 아직 통관중일 때.x 7 02:01 1,001
2942753 이슈 해리포터 감독한테 돈 빌리고 안 갚은 게 분명한 캐릭터.jpg 10 01:57 1,408
2942752 유머 14만명 중 무려 70% 가 크리스마스에 한다는 이것!!!! 6 01:56 1,633
2942751 유머 김태우 아기염소 5 01:55 244
2942750 정보 크리스마스에 듣기 좋은 일본노래 2곡 4 01:52 225
2942749 유머 남몰래 젤리먹는 말포이 5 01:52 823
2942748 이슈 존맛인것 같은 해포 말포이 러브 스토리.x 4 01:50 750
2942747 이슈 2014년은 TV 역사상 최고의 해였을지도 모른다 01:50 473
2942746 이슈 손종원 셰프픽 겨울 맛집 26 01:46 2,285
2942745 이슈 정말 입닥칠 필요가 있어보이는 해리포터 말포이의 주옥같은 어록들 1 01:46 492
2942744 기사/뉴스 트럼프, 이재명 대통령에 "많이 좋아해"…황금열쇠 선물 16 01:46 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