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패션 쇼핑몰에서 판매중인 다운 패딩(오리의 배 또는 가슴털로 충전)이나 캐시미어(캐시미어 산양 털실로 짠 원단) 등 프리미엄 소재를 사용한 제품들 중 상당수가 소재 비율을 속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패션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롯데온이나 삼성물산 패션몰(SSF) 등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패션플랫폼에서 판매하고 있는 100만원 전후의 고가 제품들도 소재 비율을 터무니없이 속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총체적인 관리부실 문제가 제기된다.
12일 패션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다운 및 캐시미어 소재 상품 7000여개 제품을 확인한 결과 이 중 42개 브랜드 165개 상품이 제대로 소재 비율을 표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가 소재인 다운이나 캐시미어를 표기 비율보다 훨씬 적게 넣고 판매하는 제품들이 줄줄이 적발됐다.
이 중에는 롯데백화점 온라인몰과 삼성물산 패션몰(SSF) 등에서 판매중인 고가 제품도 포함됐다. 예를 들어 롯데에서 판매했던 A 브랜드의 131만원짜리 캐시미어 코트는 캐시미어가 50%라 표기돼있지만 실제론 17.5%였다. 롯데측은 이날 오후 해당 브랜드 판매를 중단조치했다. SSF몰에서 판매중인 같은 브랜드 코트 제품은 98만7000원인데, 20%라던 캐시미어의 실제 비율은 3.1%에 불과했다.
네이버 스토어에서 판매했던 '100% 거위털 구스다운' 제품은 거위 솜털 비율이 50%에 불과했다. 카카오스타일의 지그재그에서 판매하던 덕다운도 표기는 90%였지만 실제론 43%에 불과했다. 75%가 넘어야 '다운'이라고 표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모두 기준 미달이다.
패선업계는 이번 사태가 패션플랫폼 불신 문제로 커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요 대형몰이 모두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비상 조치를 하고 있다. 롯데는 우선 패딩류를 시작으로 허위 표기 및 가품 판매 방지를 위한 검수작업에 들어갔다. 향후 캐시미어 등 조사 범위를 늘릴 예정이다.
네이버도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패션플랫폼이 그동안 품질 검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건 수천개의 입접 브랜드를 위탁 중개방식으로 판매하는 사업 모델 때문이다. 과도한 검증 등을 요구하면 입점 브랜드들이 플랫폼을 외면하는 사례가 많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패션플랫폼 업체들이 판매 중개만 할 뿐 제품 품질에 무관심 했던 게 사실"이라며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로, 조사가 더 이뤄지면 문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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