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잔인한 세상이다. 세월호참사 유가족의 편에 섰던 목사님이 제주항공 참사로 유가족이 되셨다…
3,986 29
2025.01.02 16:16
3,986 29

“사랑 있는 곳, 정의 있는 곳, 평화 있는 곳, 눈물 있는 곳, 그곳에 주님 계시도다.”

세밑 저녁, 시인이자 화가인 임의진(56) 목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고 기자는 깜짝 놀랐다. 제주항공 참사로 누나 부부와 여동생까지 3명의 가족을 떠나보냈다는 슬픈 소식이었다. “잠시 남쪽 나라로 겨울 휴가를 다녀온다던 사랑하는 손위 누이… 간호사 막내 여동생을 한꺼번에 잃었다.” 임 목사는 처음엔 “비행기 맨 뒷좌석이라 살 줄만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주검으로 돌아왔다. “이 슬픔을 내가 겪지 누가 겪게 할까, 십자가 사건 속에 깃들어 이곳 무안공항에서 ‘유족으로 함께 머무는 시간’이다.”

1일 아침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 2층 대합실. 제주항공 참사 유족을 위해 마련된 텐트형 임시 쉼터에서 임 목사를 만났다. ‘44번 텐트방’이었다.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몰라 손을 잡았다. 맑은 얼굴에 언뜻 눈물이 비쳤다. 그는 “4 자가 겹쳤다고 (다른 사람들이) 꺼려서 그냥 제가 왔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작은 텐트 안을 ‘기도의 집 44’로 이름 붙였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려는 공항의 44번 쉼터. 며칠간 내 암굴, 기도와 명상의 집. 내가 들어간다니 곁에서들 이상하게 쳐다봤다. 일이 마무리되는 날까지 있으려 한다.”


사회적 참사로 슬퍼하던 유족들을 위로하며 살아온 그는 지금 ‘유족’이 됐다. 전남 강진 ‘남녘교회’에서 10년 동안 담임목사를 했던 그는 광주 대안공간 메이홀 관장을 맡아 5·18 항쟁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유족의 슬픔에 공감하는 그림 전시회와 음악회를 자주 열었다. 임 목사는 이날 “세월호 유족들이 찾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어린 딸을 잃은 10년의 세월을 찍어 ‘바람의 세월’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공동 제작한 문종택씨가 밤새도록 곁을 지켰다.

임 목사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은 3대째 목사다. 아버지는 전도사를 둘 형편이 안 될 정도로 가난한 교회 목사였다. 아버지는 한겨울 냉기가 도는 목사관에 있는 자녀들에게 따뜻한 코코아를 건넸다. 누나와 여동생은 목사관의 코코아 향기를 함께 기억하곤 했다. “어려서부터,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같이 듣던” 누나와 여동생에게 임 목사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여느 해와 달리 지난 연말 가족여행 땐 동행하지 않았다.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무인 그는 두달 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원 목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신부 등과 유럽 순례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임 목사는 이날 44번 기도실에서 누이들에게 ‘편지’를 썼다. “제법 온전한 우리 가족 시신을 일찍 거두었으나, 아직도 찾지 못한 이들 있다 하여 이 찬 바닥에 여태 같이하는 중이에요.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 두고 발을 떼기 주저되네요.”

임 목사는 이날 179명 희생자 유족들과 처음으로 참사 현장 가까이에 갔다. 추락한 여객기 흔적 앞에 차려진 새해 차례상 앞에서 그는 눈을 감고 누이들과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유가족의 흐느낌에 가슴이 아렸다.


https://x.com/sunnyorcloudy_/status/1874634025681490122?s=46

목록 스크랩 (0)
댓글 2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한율X더쿠💚] 쫀득한 텍스처로 모공 속 피지 강력하게 흡착 ✨한율 #쑥떡팩폼 체험단 (100인) 540 12.23 30,535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64,50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076,471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07,38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394,341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07.22 1,013,08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1 21.08.23 8,454,38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6 20.09.29 7,382,36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0 20.05.17 8,579,0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2 20.04.30 8,469,41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292,214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43420 이슈 한식대첩3 최현석vs서울(임성근)vs제주도 칼질 대결 19:45 458
2943419 기사/뉴스 "결혼식도 비공개 아닌데" 미르, '신부 얼굴' 노출 논란 직접 해명→김장훈에 사과 1 19:43 805
2943418 이슈 적나라하다는 가요대전 공식 사진 15 19:43 1,490
2943417 이슈 [SBS 가요대전] 엔시티 위시 - TT (원곡:트와이스) 40 19:40 1,116
2943416 유머 2025년 1년 요약 3 19:37 1,140
2943415 이슈 후원하는 애기 자랑합니다..* 14 19:37 2,213
2943414 이슈 전우원 인스타그램 97 19:37 7,109
2943413 유머 이사하고 도파민 취미가 생긴 상품권(무단주차벌금) 의적 1 19:34 879
2943412 이슈 아이브 원영 수녀님 인스타 업뎃 6 19:34 746
2943411 이슈 전소미 공트 업로드 - 𝐶ℎ𝑟𝑖𝑠𝑡𝑚𝑎𝑠 𝑝𝑟𝑒𝑠𝑒𝑛𝑡𝑠 🎁 19:34 70
2943410 이슈 스튜디오 오재나 김재환 pd, 백종원 시리즈 전격 종료 선언. 3 19:33 1,397
2943409 유머 까불면 고모 부른다 2 19:33 814
2943408 이슈 [LIVE] 한로로 (HANRORO) – 시간을 달리네 I 4TH 단독콘서트 [자몽살구클럽] 19:32 76
2943407 이슈 [가요대전] IVE 아이브 - FLU + REBEL HEART 23 19:32 725
2943406 이슈 산타의 택배 상하차 이론 7 19:31 990
2943405 유머 "너.... 내 딸이 아니구나." 12 19:29 3,810
2943404 유머 [KBO] ???: 용일코치님 어 떡 해 …………………… 5 19:28 1,584
2943403 이슈 아일릿 원희한테 너무한 sbs 방송국 만행 47 19:28 6,389
2943402 이슈 두 번이나 말 없이 떠났던 전 여친이 다시 돌아왔어요 7 19:28 1,779
2943401 이슈 BL 소설 보다가 충격받은 이유 132 19:27 8,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