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경기라면 경기 후 양 팀 감독과 선수 인터뷰가 원하는 대로 가능하지만 WK리그는 눈치 게임과 운이 모두 들어 맞아야 인터뷰가 가능하다. 일단 양 팀 감독 중 한 명은 포기해야 한다. 경기 후 바로 싹 다 라커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감독도 바로 들어간다. 이럴 때 이긴 팀 감독과 잠깐 만나 소감도 묻고 승리 요인도 묻는다. 그리고 이날 잘한 선수 한 명과 인터뷰를 하려고 보면 이미 선수들은 다 사라지고 없다. 이미 진 팀 감독과 선수는 싹 다 들어가고 없다. 그래도 이겨서 기분 좋은 감독에게 “여기까지 왔는데 선수 인터뷰 한 명만 부탁드릴게요. XXX 선수 인터뷰 좀 하고 싶습니다”라고 하면 감독이 지나가는 누군가에게 말한다. “야, XXX 좀 나와보라고 해.”
그래야 선수 인터뷰가 가능하다. K리그처럼 구단 내부의 뒷이야기나 에피소드 같은 건 어디 물어볼 데도 없다. 선수 XXX 인터뷰가 좀 길어지면 다른 선수들이 덜덜 떨며 기다리고 있다. WK리그 경기장 대부분은 샤워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다같이 목욕탕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선수 한 명을 붙들고 이야기하고 있으면 뒤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다같이 이동해야 하는데 시간을 잡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멀리까지 WK리그 경기 취재를 가 상보 하나, 감독 인터뷰 하나, 선수 인터뷰 하나 쓰면 많이 한 거다. 돌아오는 길에 회의감이 몰려온다. ‘일정은 선수에게 물어보고 선수 명단은 개인 정보라고 못 받았고 담배 피우시는 감독님만 만날 수 있고 경기 후에는 선수 한 명 5분 만나러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WK리그는 정말 열악하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여자축구연맹은 이미 여러 차례 여자축구 붐이 왔어도 WK리그를 개선할 의지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아직도 ‘골때녀’가 일으킨 여자축구 흥행을 자신들의 역할 덕분이었다고 믿고 있다. 비판하고 계속 문제 제기를 해 개선의 여지가 보인다면 마땅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수년 간 취재해온 여자축구연맹은 그냥 개선을 바라지 않고 다같이 무관심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존재가 된 것 같다. 여자축구연맹 직원이 네 명 뿐이라는 것도 핑계가 될 수 없다. 단 하나의 예를 들어 포털사이트에 제대로 된 경기 일정 정리해서 띄워놓는 게 무슨 10명의 직원이 해야할 일도 아니다. 기본적인 대회 운영 시스템이 안 돼 있다.
WK리그는 계속 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자축구연맹이 지금처럼 의지도 없이 연명하는 수준으로 운영할 거면 그냥 대한축구협회가 WK리그 운영을 맡는 게 맞다. 대한축구협회가 운영하는 K3리그와 K4리그는 열악하긴 해도 기본은 한다. 대한축구협회 매뉴얼이 있기 때문이다. 여자축구연맹의 권한은 대폭 축소되어야 하고 대한축구협회가 그 권한을 가지고 가야한다. 대한축구협회 네 명의 직원이 운영해도 지금의 WK리그보다는 훨씬 더 합리적으로 리그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자축구연맹은 유소녀 엘리트 대회 개최와 육성에서도 손을 떼는 게 맞다. 이것도 다 대한축구협회로 넘겨야 한다. 그나마 유소녀 대회 개최가 돈이 되니 여자축구연맹은 이것만 하려고 하는데 기본 이하의 여자축구연맹은 그럴 자격이 없다.
여자축구연맹은 순수 아마추어 동호회 및 2종 클럽 대회 개최 정도만 하는 게 현실적이다. 전국을 돌면서 전문 선수가 아닌 그냥 공 차는 게 좋은 여자 아이들의 추억쌓기 대회 개최 권한 정도면 충분하다. 이번에도 임기를 채울 시 20년간 여자축구 수장을 맡게 되는 여자축구연맹 오규상 회장은 이미 지난 16년 동안 한계를 명확히 보여줬다. 자생력을 키워준다는 명목으로 여자축구연맹에 예산을 투입해 WK리그를 연명(?)하게 하지 말자. 기본조차 안 돼 있는 조직은 과감히 권한을 빼앗아야 한다. WK리그와 유소녀 육성을 더 이상 여자축구연맹에 기대하지 말자. 대한축구협회가 나서야 한다.
footballavenue@sports-g.com
http://www.sports-g.com/news/articleView.html?idxno=208977
여자축구 팬들이라면 다 공감하는 말들뿐
리그 일정 검색 안되고 선수선발 명단도 안나와서 현장가는 팬들한테 보내달라고 해야하고 선수들한테 물어물어서 경기 보러가는게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