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리뷰] '서울의 봄' 한줄평: 올해의 한국영화, 시의성 면에서도 단연코 지금 봐야 한다
5,451 30
2023.11.11 09:37
5,451 30

hvKblo

 

 

알려진 대로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일어난 12.12 군사 반란을 소재로 했다. 전두환을 비롯, 당시 신군부 세력과 거기에 협조한 주요 인사들이 최근까지도 재판을 받아왔고 법의 심판을 일부 받았지만, 그 과정이 참 지난했다. 심지어 심판대 앞에 선 범법자들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 여파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영화팬들에게 <비트> <태양은 없다> <아수라> 등으로 잘 알려진 김성수 감독은 이번 영화를 두고 '오랜 숙제를 푼 기분'이라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80학번으로 민주화 운동 한복판을 관통해 온 그의 삶의 궤적에서 12.12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의문투성이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만 놓고 보면 <서울의 봄>은 특별한 액션이나 화려한 촬영 기법 보단 정공법으로 승부한 결과물이다. 전두광(황정민)을 중심으로 한 반란 무리들이 이합집산하는 과정과 몇 차례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군인으로서 쿠데타를 막으려 했던 이태신 소장(정우성) 및 수경사 병력들을 대비시키며 시간 순서대로 사건을 전개한다.


수도 서울이 배경이었고, 한 사람이라도 포섭하는 게 중요했던 12.12는 무력전보다는 정보전이었다. 영화에서 또한 육군 내부를 잠식한 사조직 하나회의 포섭 과정과 그 작동 생리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나라를 위해 개인의 영달을 제쳐두고 본분을 다하느냐, 아니면 개인 영달과 호의호식을 위해 국민의 열망과 민주주의에 반하는 선택을 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저마다 선택하는 군인들을 순차적으로 제시한다.
 

단순히 그 과정을 떠올려보면 이게 어떻게 영화가 될까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서울의 봄>은 각 인물들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화면에 세공해 놓으며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실제 역사가 내포한 비극성을 애써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태신과 소수의 군인들이 분투하는 과정이 애달프게 다가오며, 전두광과 노태건(박해준) 등 하나회 무리들의 움직임은 분노를 자아낸다.
 

역사 자료나 당시 기사, 관련 논문을 거의 빠짐 없이 봤다가도 실제로 영화 시나리오를 각색하고 기획하기 시작했을 때부턴 철저히 멀어지려 했다는 김성수 감독의 선택은 맞았다. 여러 실화 기반 영화들 상당수가 다소 아쉬운 완성도를 현실적 비극 상황에 기대 정서적 보완을 모색한 것과 달리 <서울의 봄>은 우선 영화 그 자체로도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그래서 감독이 내심 전하고자 했던, 혹은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 고민의 흔적이 분명하게 보인다. 승리의 역사로 스스로 규정하며 현재까지도 정계, 군대 내부 깊숙이 자리한 채 권력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을 기억하라는 암묵적인 메시지가 영화 후반부 엔딩크래딧이 올라갈 때야 비로소 드러나는데 꽤 묵직하게 다가온다.
 

배우들, 특히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은 혹시라도 어떤 연민을 받을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교활함과 탐욕스러움을 내포하고 있다. 이를 연기로 구현한 배우 입장에선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캐릭터적으론 생동감 넘치고 현실감까지 담보하면서 관객에겐 어떤 정서적 이해를 받지 않게끔 배우가 철저하게 주변 요소들을 챙긴 결과물로 보인다. 몇몇 영화들 속 악역이 배우의 뛰어난 연기로 이따금 영화 자체가 품고 있는 주제 의식을 뛰어넘어 관객에게마저 정서적 동질감을 주는 경우가 있어, 그 영화의 존재 의의를 헤치곤 했는데 <서울의 봄> 속 전두광은 무서울 정도로 영화 내부에 머물고 있다.
 

감히 말하자면, 김성수 감독이 전작에서 보인 미덕들이 <서울의 봄>에 총망라되어 있다. 그간의 한국영화들이 핍진성이 떨어지고, 관성에 젖은 듯한 기획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지 못해왔다면, 이 작품만큼은 그런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올해의 한국영화로 충분히 꼽을 수 있다.
 

한편으로 이 영화를 보고 현실을 떠올리면 여전히 답답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 "12·12하고 박정희 대통령 돌아가시는 그 공백기에, 뭐 서울의 봄 일어나고, 그래서 저는 그때 당시 나라 구해야 되겠다고 나왔다고 봐요"라고 발언한 자가 2023년 대한민국의 안전과 안보를 책임지는 국방부 장관을 하고 있다. 우린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김성수 감독은 오랜 숙제를 공들여 풀어냈다. 관객, 시민들이 화답할 차례다.
 


한줄평: 올해의 한국영화, 시의성 면에서도 단연코 지금 봐야 한다.

 

평점: ★★★★☆(4.5/5)

 

 

이선필 기자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047&aid=0002412284

 

 

 


 

목록 스크랩 (0)
댓글 3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쿠팡플레이 <강호동네서점> 강호동 X 악뮤와 함께하는 인생 이야기! 댓글 이벤트 📖❤️ 17 04.03 5,261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022,54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092,46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009,24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403,333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82,26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35,19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9 20.09.29 7,447,80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7 20.05.17 8,660,37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8 20.04.30 8,538,21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52,636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33381 이슈 고막남친에서 2분동안 음이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예요 보여준 이성경 1 03:59 307
3033380 이슈 마크(feat.레드벨벳 슬기) - 두고가 4 03:54 268
3033379 기사/뉴스 협박성 메시지로 아동 불러 성폭행한 10대…징역 10년 구형 5 03:44 366
3033378 기사/뉴스 ‘내 이름은’ 염혜란, 제주 4·3의 상처를 꺼내다 [MK무비] 2 03:31 435
3033377 이슈 핫게 간 엄마가 딸 통제하는 내용 있는 인스타툰 병원편 25 03:27 2,464
3033376 기사/뉴스 경주 벚꽃 절정…주말 보문단지·첨성대 관광객 몰릴 듯 03:11 526
3033375 기사/뉴스 '장항준 소속사 대표' 송은이 "대한민국이 찾는 감독… CF 촬영도 줄줄이" 1 03:07 412
3033374 기사/뉴스 박명수, '무한도전' 종영 8년 만에 솔직 고백…"어떻게든 계속 갔어야" (입만열면) 4 03:05 1,147
3033373 유머 초등 치어리딩 센터 박력 카타르시스 대박 연습 영상 03:04 266
3033372 기사/뉴스 유가 폭등에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으로 몰린다 4 03:03 929
3033371 이슈 권진아가 추는 like JENNIE 1 03:02 524
3033370 기사/뉴스 정준하 "얄미웠던 박명수, 지금은 오히려 미안해...날 제일 챙겨주는 사람" [RE:뷰] 03:02 280
3033369 기사/뉴스 키루스왕·문무왕 태몽 판박이…이란·신라 끈끈한 교류 흔적 03:00 278
3033368 기사/뉴스 베트남인, ‘아시아 식도락 여행객’ 2위 올라…아고다 2 02:56 528
3033367 이슈 불 붙은 군 가산점 논쟁 장동민 vs 박성민 5 02:52 662
3033366 기사/뉴스 100일 딸 둔 다둥이 아빠, 7명에 생명 나누고 하늘로 8 02:51 990
3033365 정보 우리 지역에도 열어달라 덕후들 난리였다는 팝업샵 4 02:49 1,647
3033364 기사/뉴스 AI 드라마로 재탄생한 안중근⋯EBS '부활수업', 5일 첫방송 02:44 220
3033363 기사/뉴스 유튜브는 술방·앞광고 질주하는데…낡은 규제에 고사하는 방송사 26 02:40 1,358
3033362 기사/뉴스 [공식] 드라마 캐스팅 아니다…송지효·이미숙·한가인, ‘SNL 코리아8’ 출연 02:38 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