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입니다.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찍은 결과물입니다."
그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영화사를 뒤흔들만한 충격적인 진실이다.
배우 주원(35) 씨가 입을 열었다. 작년에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카터'에 관련된 이야기다. '내가 살인범이다', '악녀'의 액션 거장 정병길 감독의 신작 '카터'는 단 한 번의 편집 없이 이어지는 두 시간짜리 논스톱 액션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초 이 영화는 몇 달의 기간동안 수십 번의 촬영을 거쳐 제작한 결과물을 절묘하게 이어붙여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주원 씨의 고백은 이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실은 두 시간동안 한 번에 찍은 영화에요. 첫 장면부터 모든 촬영이 리얼타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파격적인 발상은 액션 장인인 정 감독에게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 많은 액션 장면을 쉴 새 없이 두 시간동안 한번에 촬영해야 한다는 그의 제안을 주원 씨는 거절했지만 이내 그 열성에 감복하고 말았다.
"영화 속에 나오는 총기 액션, 자동차, 오토바이, 군용 헬기나 열차 폭발 장면들까지 모두 단 한번이었어요. 아무리 철저한 안무라도 이 정도까지는 구현할 수 없을 겁니다."
그 대신 끝없이 많은 연습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주원 씨가 직접 참여한 리허설만 백여 번. 공식적인 영화 촬영 기간은 사실 리허설 기간이었다. 그동안 주원 씨는 무술 팀과 합을 맞추며 두 시간동안 단 한 번도 틀리지 않도록 맹훈련을 거듭했다. 헬기 조종을 실제로 했음은 물론이다. 그럼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한 큐'에 성공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실은 두 번 실패하고 세 번째에 성공한 거예요. 그 때문에 예산이 몇 배로 불어났습니다. 글로벌 기업인 넷플릭스가 아니면 감당할 수 없었을 지 모르지요."
어떤 장면이 가장 힘들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주원 씨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활강 장면이겠지요.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을 하자는 의견이 대세였으나 감독님의 장인 정신 때문에 제가 직접 비행기에서 뛰어내렸거든요. 카메라 감독님이 같이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낙하산이 펴지지 않을까봐 아찔하더라고요. 거기다 착지 장소는 트럭 위의 돼지우리였으니까요."
사실은 의외의 부분이 고충이었다고 한다.
"두 시간동안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촬영을 하면 배고프고 힘들거든요. 스탭 분들이 따라다니며 삼각김밥을 챙겨 주었습니다. 동료 배우들의 차례로 화면이 넘어가면 그 때 허겁지겁 간식을 먹곤 했지요."
너무나도 파격적인 촬영이었기에 영화계에 미칠 파문을 우려해 '카터' 측은 반 년 이상을 함구해 왔다.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지도 몰랐던 비밀을 주원 씨는 왜 공개한 것일까.
"저희가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노력 때문입니다. 이렇게까지 모두가 애써서 제작한 결과물을 우리끼리만 알고 있을 순 없잖아요."
그동안 롱테이크 작품들은 1917, 버드맨 등 여러 편이 존재했으나 대개 절묘하게 편집점을 지워 합성한 결과물이었다. 이미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어 세계적인 인기를 끈 '카터'이지만 제작 과정의 비밀이 실제로 밝혀질 경우 그 작품성은 대폭 올라가게 된다.
"굳이 아카데미 지명을 바라진 않습니다. 그저 넷플릭스에서 '카터'를 한 번 더 보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주원 씨는 마지막까지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세계 최초 원 씬 원 컷 블록버스터인 '카터'는 넷플릭스에서 서비스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