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달콤한 인생' 같은 스타일리시한 느와르를 좋아하는데, 정확히 그 TS 버전임.
평소에 갖고 있던 느와르 장르에 대한 불만이라면 역시 '어째서 저기 나오는 여자 애들은 늘 짐이고 쩌리인가'였는데, 굉장히 훌륭한 '반박'을 본 느낌.
그리고 작가가 '떡밥 회수'에 상당히 큰 공을 들인 게 보임.
'일영'이라는 이름의 유래부터, '엄마'가 그 엄마를 죽였던 이유에 대한 설명 같은 것까지.
에필로그에 등장한 '식구들'의 식사 장면 같은 것도,
급박한 스토리 진행에 치여서 소개 못했던 캐릭터들의 기본 설정과 관계성을 보여주기 위해 들어간 것 같은데, 개연성을 떠나 어떤 섬세함이 느껴졌음.
다만 좀 아쉬웠던 건, '기승전결'이 아니라 '기전승결'처럼 느껴졌다는 점.
전체 러닝타임에 비해 '절정'이라고 부를만한 부분이 너무 일찍 배치됐고,
결과적으로 그 뒷부분은 그저 결말까지 가기 위한 구차한 설명에 불과한 것처럼 보여서 조금 지루했음.
장르가 갑자기 액션에서 드라마로 바뀐 감도 있고... 여튼 플롯 배치가 좀 잘못 됐다는 느낌이 있음.
김혜수가 캐스팅 되지 않았다면 아마 김해숙이 '엄마'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김혜수가 '도둑들'의 '씹던껌'의 캐릭터를 많이 빌려온 것 같았는데,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는지는 벌써 이틀이나 지나버려서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씹던껌'이 겹쳐보였음.
김혜수의 연기는 훌륭했고, 영화 안에서 중요한 비중이었던 만큼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지만,
왠지 '차이나타운'이 김혜수의 대표작으로 꼽히게 될 것 같진 않다는 생각이 든달까...
영화가 김혜수를 못 살린 건지, 김혜수가 시나리오를 잘못 고른 건지, 여튼 '타짜'나 '도둑들' 때보다 딱 달라붙는다는 느낌이 덜했음.
근데 어쨌든 이 영화는 분명히 박보검의 대표작은 될 듯ㅋㅋㅋㅋㅋㅋㅋ
'차이나타운'이 TS 느와르물이라면, 여기서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 중 하나가 '석현' 아니었을까 싶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명량'에 박보검이 등장했을 땐 '쟤는 도대체 어느 아이돌 그룹의 뭐하는 멤버길래 연기를 저렇게...ㅡㅡ'하면서 봤고,
집에 와서 네이버에 찾아보니 심지어 아이돌도 아니라고 하여 무척 놀랐고, 그래서 이번에도 큰 기대는 안하고 걍 봤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캐릭터 연구를 무척 충실히 해온 느낌이 났음.
근데 너무 웃겼던 게, 제작진이 보기에도 박보검은 '예쁜' 역할이어야 했나본지,
극 중에 죽는 캐릭터 중에 제일 예쁘게 죽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그래서, 한 번씩 보셔도 좋을 것 같다고... 그리고 박보검 잘생겼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