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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n년 전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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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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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방에 소아정신과 썰 보고나서 갑자기 잊고 살았던 예전 기억이 떠올랐음

n년 전에 나는 지방의 모 정신병원에 2달간 입원 했었어

병명은 우울증이었고, 화장실에서 목 매고 자살시도 하다가 때마침 아버지가 문 부수고 들어와서 발각 됨

며칠동안 불길한 정적이 우리 집을 에워쌌고, 부모님끼리 나를 빼놓고 뭔가 의논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나서 얼마 뒤에 정신과 상담 받아보자고 부모님이 말씀하시길래 병원에 상담만 받으러 가는 줄 알았는데

의사와 면담하고 위로 올라가라길래 올라가서 환복으로 갈아입고 나도 모르는 사이 일사천리로 입원하게 됨;;


처음에는 안정실이라고 불리는 독방에서 하루 정도 있었어

그 동안 상태 체크하고, 다른 환자들과 접촉하기에 위험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의료진이 하게 되면 다인용 병실로 옮김

나는 우울증 빼고는 멀쩡한 상태였으니 하루만에 옮겼고 (독방이 편했는데 아쉬웠음)

상태 안좋아서 입원한 환자는 3일이나 거의 일주일 동안 독방에 있더라

그동안 독한 약 때문에 내내 잠만 자는 사람도 있고, 흥분해서 X자로 침대에 묶이는 사람도 있었어.

(그 장면 보고 트라우마 얻음. 아무리 정신병 환자라도 인권이고 뭐고 없나 싶더라. 간호사 입장에선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리고 의료진이 환자를 벌 줄때도 안정실에 묶어놓고 가둬놓는 경우가 많았음)


병원에서 3끼 급식처럼 배식되고, 식판은 학교처럼 스탠 철판이었어. 근데 꼼꼼하게 안씻어서 고춧가루가 묻어있는 경우도 종종 발견됨

밥이 별로 맛이 없어서 간식비 받아서 간식 먹는게 병원에서 유일한 행복이었음 (주말에만 간식 먹을 수 있음)


거기서 뇌리에 오래 잔상이 남는 사람이 몇명 있었는데


한 아주머니는 갑자기 옷을 다 벗고 나체로 전쟁이 일어난다고 고함을 쳐서 가족이 부랴부랴 병원에 강제입원 시킨 케이스

독방에서 거의 일주일간 약에 절여져서 잠만 잤어. 그래서 계속 자고있는 뒤통수만 봤는데 

(안정실은 간호사들이 상태 체크할 수 있게 유리벽으로 되어있음)

일주일 뒤에 급 멀-쩡 해져서는 나이 비슷한 알콜중독 아주머니랑 친구 먹고 파워 인싸처럼 쾌활하게 병원을 휘젓고 다님;;

나한테도 머리 묶어주고 간식도 나눠주고 밥도 같이 먹자고 하고 병원에 내 또래가 없어서 혼자 다니니까 엄청 챙겨주심

퇴원하기 얼마 전에 남편분이 면회 왔던데 굉장히 수척하고 다 죽을 상이더라. 하긴 배우자 강제입원 시킨 속마음이 말이 아니겠다만

따님분 편지도 전해주고 갔는데 아주머니가 다 읽고 너도 읽어볼래 하고 보여줬는데 아주머니 그림 그려놓고 '엄마 빨리 나으세요' 라고 커다랗게 적혀있던..

어디가 아프다고 설명 했으려나 무뜬금 궁금해짐

그리고나서 아주머니는 곧 퇴원했어. 아마도 조현병이 아닐까 싶었음


한 할줌마는 70대. 근데 70대 같지 않고 60대 중후반처럼 보였음. 알고봤더니 그 할머니는 젊었을 때부터 이 정신병원, 저 정신병원 옮겨다니면서

생활했다고 해. 그 할줌마 20대부터.. 그렇다고 하기에는 겉보기에 중증 정신병 환자처럼 보이지 않음

약간의 강박증?이 있는지 여기저기 깨끗하게 쓸고닦는걸 좋아해서 병원 청소를 그 할줌마에게 시킴;; (그 할줌마 생활하는 층만)

그거 외엔 별로 정신병적 증상이나 발작같은건 없었는데, 그냥 갈데가 없어서 계속 병원에 있는게 아닌가 싶어

그 할줌마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젊은 시절부터 계속 병원에 갇혀있어서 노래를 불러도 빈대떡 신사 같은거 부르고

아는 연예인도 신성일 엄앵란 이런 옛배우들;; tv도 보지만 현실에서 유명하고 그런거는 체감을 못하니까

그 할줌마에게 바깥에서의 마지막 기억은 60년대 후반에 기차역에 간거라고.. ㅗㅜㅑ... 그래서 정신세계가 그 시절에 멈춰있는 듯 했음


한 여성분은 30대 초반쯤? 근데 할줌마처럼 20대 초반처럼 보였음. 아마 정신병원에 장기 입원해 있는 사람은

나이보다 더 젊어보이는게 있는 것 같아. 그 여성분은 굉장히 말이 없고 소심해보여서 나도 별로 관심 안가졌는데

어느날 그 여성분이 걸어오는데 눈 초점이 위로 가있더라고... 천장을 보면서 슬금슬금 걸어가고 있었음

근데 정신병원에서는 워낙 희한한 일이 많아서 이젠 놀랍지도 않고 그냥 약 부작용이겠거니 하고 그냥 지나쳤음

그 여성분 아버지가 병원에 와서 요구르트 궤짝으로 돌리고 갔는데

그때 여성분이 자기 아버지한테 퇴원시켜달라고 그렇게 졸랐대

근데 그냥 가버려서 하루종일 소리지르면서 엉엉 울부짖음...


또 한번은 내 또래의 10대 소녀가 입원 하려고 와서 와 나에게도 또래 친구가 생기려나 싶었는데

아버지가 의사랑 면담하고 와서 "여기 있으면서 정신 차려라."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는거보고 정신병 때문에 입원하는 것 같지 않았음

그러고서 십몇분간 병원 밖에 배회하면서 담배 피우고 하늘 쳐다보고 그러더니만 (창 밖으로 다 보임)

결국은 다시 와서 "너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약속해라." 하고는 다시 딸을 데리고 돌아감..

딸도 아빠가 다시 올줄 알았는지 환복도 안입고 밍기적대다가 아빠 오니까 냉큼 손잡고 돌아가더라 ㅋㅋㅋ

아마 밖에서 비행청소년짓 하다가 아빠가 빡친게 아닌가 궁예해봄..


그 외에도 엄청 골때리는 일이 많았지만..

나는 2달만에 퇴원했는데, 그동안 심심해서 죽는게 아닌가 싶더라

폐쇄병동이라 속옷 빼고 전부 뺏긴거나 다름 없었음. 두달 동안 컴퓨터나 스마트폰도 못하니까..

온종일 노트에 책 필사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이동 도서관이 와서 책 빌릴 수 있었음) 공상하고 퇴원하면 뭐할까 생각했어

원래는 한달 동안 입원 시킬 계획이었다고는 하는데..

입원 초기에 날 속이고 병원에 입원 시킨게 너무 배신감 들어서 전화로 부모님에게 욕하고 고함쳐서 괴씸죄로 두달로 연장된게 아닌가 싶었어

어쨌든 나는 퇴원했고, 나와 친하던 할줌마는 자주 놀러오라고 말했지만..

폐쇄 병동에 자주 놀러오라는 것은, 또다시 입원 하라는 말...?



이후로 그 병원에 다시 가는 일은 없었어. 약 처방 받으러 오라고 했지만 근처에도 가기 싫더라

두달동안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안해서 처음에 컴 켜고 폰 켰을때 뭔가 어질어질하고 눈이나 뇌가 적응을 못하더라

퇴원하고 첫날은 두달 동안 밀린 웹툰 하루종일 봄..



병원에서 내 증상이 호전됐냐고 물으면, 전혀.

오히려 고통받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돼서 내 정신도 피폐해짐

물론 그 병원에서 도움 받아서 맑은 정신으로 퇴원한 사람도 있고,

거의 정신병이 만성화 되어서 치료에 차도가 없어 장기 입원 중인 사람도 있고

하지만 어떤 사람은, 적어도 경증 정신병 환자는 이런 환경에 노출될 경우 긍정적인 영향만을 가지지는 못할 것 같다는게 내 생각이야

내가 산 증인이고, 나는 언젠가 다시 자살을 시도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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