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한 묘사는 시간이 지나면 까먹을 것 같아서 어디엔가 기록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씀
0 - 1. 원덬의 상태
일단 의료 목적으로 수술했어
거진 10년 전부터 간헐적인 편두통이 있었는데
최근 몇년간 점점 심해지면서
머리가 하얗게 되고 정신이 아뜩해서 진통제를 먹어야 할 수준까지 진행됨
처음에는 머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뇌종양 아닌가 싶어서 대학병원에서 CT나 MRI 등등을 찍어보았으나 머리는 깨끗했음
그러나 밤에 갑자기 아파서 깨고 헛구역질하고 토하고 급하게 연차내야 하고 등등 일상생활에 무리가 가서 결국 회사를 퇴사해야 할 정도였음
여기저기 조언을 구해본 결과 턱 문제일 수 있다고 해서 치과에 가서 상담을 받았음
양악을 해야 한다고 성형외과나 양악 하는 치과로 가라고 토스됨
0 - 2. 상담 및 진행과정
여차저차해서 병원을 고르고 수술날짜를 잡음.
안면 비대칭이 심해서 이러쿵저러쿵 해서 턱관절에 무리가 와서 그런거라고 함
비대칭이 있긴 했지만 교합도 다 맞고 일상생활에도 문제는 없었음 그래서 양악하는거 좀 무서웠으나 이 거지같은 통증이 없어진다는 말
그리고 점점 심해질거라는 말에 그냥 하기로 함
의사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해서 정말 스피디하게 일정을 잡았음 상담부터 수술까지 2주일도 안걸렸던걸로 기억
사전검사로 CT 와 엑스레이 혈액검사 등을 함 뭐 여기까진 무난
병원 선정 기준은 세가지였음
1) 수술 횟수가 많은 병원
여태껏 사고가 없었다고 해도 건수의 문제일 수 있음. 200건 수술 무사고보다는 1000건 수술 사고 1인 병원이 낫다고 생각했음.
사망사고가 있었다고 해도 그 이후 인프라를 확충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서 사고 유무로는 판단하지 않았음.
2) 마취과 전문의와 자체 입원병동이 있고 이름을 적어놓은 병원
이건 너무 당연한거라 설명 안함
3) 응급센터를 운영하는 병원
퇴원 후에도 응급상황이 생길 때 연락할 수 있어야 하니까.
결론적으로 압구정쪽의 사설 성형외과로 결정함.
의료목적이니만큼 주 집도의를 코디? 라는 사람이 예쁘게 잘해준다 어쩌고한 성형외과의 말고 치과 전문의로 해달라고 했음. 그렇게 함.
대학병원과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레지던트가 수술하게 되는 것보다는 해본 사람이 하는게 나을 것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정함.
나중에 후회함 이유는 뒤에 설명.
0 - 3
비포 / 애프터 (+18일차) 비교
의료 목적으로 수술했고 원래 외모에 큰 불만이 없었어서 그런지 턱선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고 생각
외모보다는 수술 후 어떤 일을 겪게되는지가 궁금한 덬들에게 적절한 후기글일듯함
0-4 수술전 준비
고기를 몇달간 못 먹는다길래 작정하고 1주일 전부터 남자친구랑 일본여행가서 맛있는거 다 쳐먹고 옴. 58~59킬로까지 살 찌움.
수술 후에 아픈거 어떡하지 하니까 코성형한 친구가 밤새고 가서 자면서 고통을 잊으라고 해서 밤새 문명함 (나중에 후회함 너무 졸려서)
수술 후 할거 뭐 있을까 싶다가 내가 앙x블 스xx 라는 겜을 하는데 그거 이벤트 달리면서 시간 때우자 싶어서 그거 할 재료 모아놓음
1. 수술일
수술 직전
환자복으로 탈의하고 마지막으로 내 얼굴과 안녕하는 시간을 가짐.
개성적으로 못생긴 내 얼굴이 좋았는데 몰개성하게 못생겨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찢어짐 후...
수술실 들어가기 직전에 예쁘게 생긴 간호사 언니가 저도 양악했는데 조금 힘들고 예뻐질거에요 ^^ 라고 위론지 응원인지 해줌
아니 언니 눈에는 제가 뼈좀 자른다고 예뻐질 눈코입으로 보이시나요 양심도 없지 입에 침도 안바르시고 거짓말하시네
수술실 들어간 이후
내발로 수술대에 눕는 과정이 뭔가 기분이 이상했음
내가 신발을 벗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함
어쨌든 수술대에 눕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날 열심히 포장함 치덕치덕
마취과 의사선생님의 동그란 금테안경만 기억남 아주 크고 동그란 금테안경이었음
마취과 의사선생님 : 조금 묵직한 느낌이 들 수 있어요
나 : 그렇군요.. 마취가 되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마취 : 5분 정도 걸려요
나 : 아하.
마취 : 좀 아플 수도 있어요 괜찮아요? 잘 참네요.
나 : 네.
마취 :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보세요
나 : 마취 깨면 얼마나 아픈가요
마취 : 아프다는 사람은 없고 주로 숨쉬기 힘들어요
나 : 아하.
1분 뒤 졸라 춥고 누군가 내 등짝을 썌리면서 "숨쉬세요!!!!!!" 하고있었음
5분이라면서요..
수술 직후
누가 옆에서 숨쉬세요!!! 하고있고 옆에서 삐 삐 하는 소리를 들었던것같음
난 등짝을 쌔리고 있다고 기억하는데 사실 잘 기억이 안남
몇시간 걸렸다고 함
일단 정신이 혼미함..
뭔가 어떻게 이동되었던 것 같음
?? : 숨 쉬셔야해요 자 천천히 최대한 깊게 심호흡하세요 코로 숨쉬기 힘들텐데 입으로 해보세요
내가 휠체어에 앉아있었는지 누워있었는지도 기억이 정확치 않음
?? : 걸을 수 있겠어요? 걸어야해요 자 혼자 내려가야해요 자 옳지 자 호흡 계속 하시고
(침상 앞까지 옴)
?? : 자 여기 올라가셔야해요 자 한번만 힘내서 옳지 자 줄 안 꼬이게 살살 조심해서 자 잘했다 이제 잠드시면 안돼요 잘했어요
매우 피곤했음
수술은 의사가 했을텐데 왜 내가 피곤한지 모르겠지만 여튼 피곤
의외로 턱이 아프진 않았는데 몸 전신이 아팠음 몸살 심하게 걸린 기분
잠 덜 깬 기분으로 침대에 있으려니까 간호사가 누우시면 되는데 완전히 누우면 안된다고 침대 시트 머리쪽을 기울여서 비스듬하게 앉을 수 있도록 베개랑 어쩌고저쩌고 해서 머리를 뉘여줌
양팔에 뭔가 장치가 열심히 되어있었음
숨쉬라는 말을 계속 함
근데 코로 숨쉬기 좀 힘듦...
입에 솜 같은게 끼워져 있어서 입을 다물 수 없고 이빨 사이에는 플라스틱 장치가 끼워져 있었음
그리고 입 양쪽으로 호스 같은게 달려있고 각각 피주머니에 연결되어 있었음
혼미한 와중에 약간 임모탄이 된 기분이 듦
엄마인지 간호사인지 누가 친절하게도 거울울 보여줌
음..
입 못다물고 양뺨에 호스 끼워져있는데 내가 하필 긴머리라서 진짜 딱 이런느낌이었음 정말 엄청 정확하게 임모탄이었음
다크서클까지 100% 임모탄.
다른 점이라면 코밑과 턱밑에 피가 말라붙어있다는 것 정도
이와중에 엄마가 "오 ㅇㅇ야 (내이름) 오 얘 그래도 이제 사람 좀 본다 좀 어떻니?" 하니까 정말 임모탄님이 날 보셨어! 아니야! 니뒤에 링겔을 본거겠지! 이런 생각이 듦
그리고 졸려..
콧물 같은게 나오는 기분이 들어서 뭐지 했더니 누가 피라면서 그걸 닦아줬음
자려고 하니까 누가 날 흔들었는지 때렸는지 여튼 말리면서 자면 안된다고 함 근데 정말 미친듯이 졸림
간호사가 붙어서 코로 숨쉬기 힘드시죠 입으로 숨쉬세요 함
입으로 숨쉬면 근데 목이 존나 마름 근데 내가 생각해도 지금 상황이 내가 뭘 마실 상황이 아님
졸려 뒤지겠는데 누가 나한테 화이트보드와 펜을 주면서 하고싶은 말 있으면 쓰라고 함
근데 팔에 뭐가 치덕치덕 달려있고 졸리고 아파서 뭐 쓰기가 매우 불편함
'추워'
'아파'
이렇게 씀
에어컨 꺼주고 진통제 놔줌
근데 감기 걸렸음 ㅅㅂ
기침할 때마다 덜컹거려서 매우 아팠음
자면 안된다고 계속 엄마가 옆에서 꺠웠는데 정말 계속 졸림.. 계속..계속 졸림...
그리고 너무 으슬으슬 춥고 무엇인가가 계속 불편함
그래서 발로 침대 끝을 계속 차고 발끝에 힘을 주고 여튼 발을 계속 움직이니까 엄마가 왜그러니 뭐가 불편하니 하고 몹시 걱정하심
근데 왜 그렇게 하고 싶은지 나도 모르겠었음
그래서 '안잘려그러는거 신경 ㄴ' 라고 화이트보드에 씀
엄마가 자지 말라고 침상에 있는 개인용 TV를 켜줌
이후패턴
졸림
잠
깨움
졸림
잠
깨움
졸림
잠
엄마가 옆에서 아무리 깨워도 내가 계속 씹고 자니까 엄청 불안하셨는지 간호사인지 의사인지를 호출하심
의사인지 간호사인지가 좀 지켜보더니 '음.. 자면서도 호흡 잘 하네요 자게 냅두세요' 하심
....
그렇다 나는 호흡왕이었던 것이다
쓸데없는 재능을 발견함
나중에 특기에 호흡 이라고 쓸까봐.
이 와중에 남자친구가 걱정됐는지 문병옴
아.. 씨발 진짜 아무리 같이살고 방구도 터서 서로 볼꼴 못볼꼴 다봤다지만 아... 진짜 이건 아니다.. 근데 꺼지라고 하기도 그렇고.. 아.. 그냥 죽고싶었음
나의 불편함을 알아챘는지 한 30분쯤 있다가 남자친구가 자진하차함 정말 고오맙다...
근데 뭐 문병을 와봤자 엄마랑 남친이랑 얘기하는거지 내가 뭐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말할 기운도 없는데 뭐 자꾸 물어봄 아.....
손으로 오케이 사인 보냄
환장하는게 한국어 화자들은 생각보다 부정의문문과 복합의문문을 많이 쓰더라....
"엄마가 계속 있는 건 별로지? 없어도 괜찮겠어?"
나 : (오케이 사인)
"별로라는거야 가도 된다는거야?"
나 : ......
간호사가 주기적으로 와서 아이스팩 갈아주고 감
병동은 2인실이었음
옆 사람은 외국인이었는데 가슴수술을 했다고 함
금식 안 지키고 몇시간 전엔가 뭘 먹었다는데 몇시간 내내 토하더라
그걸 본 아빠가 돈 더낼테니까 1인실로 옮길 수 없냐고 했는데 간호사가 그런 거 없음! 우리는 방 배정 돈이 아니라 수술 경과? 뭐 그런걸로 함! 이라고 해서 아빠 시무룩해짐
한편 나랑 얘기하는 건 솔직히 거의 불가능한 걸 느꼈지만 왠지 부모의 의무감으로 같이 있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심심했던 엄마는
그 외국인의 친구들과 영어로 노가리를 까기 시작함
토하는 냄새 괴롭지 않았냐고? 그냥 존재 자체로 힘들고 숨쉬느라 바빠서 냄새 같은거 안느껴졌어
그러더니 이제 호텔가서 자고 내일은 클럽갈거라고 함
진심 존나 대단....
앙x타... 하려고 가져왔는데....
진심 터치하는것조차 기력이 없을 정도로 기력이 없어서 못했음
난 사람들이 왜 게임 내버려두고 TV를 볼까 궁금했는데
정말 그 화면 터치할 기력이 없어서 TV를 보는거구나 하고 절절하게 이해하게 됨
정말.. 정말 죽고싶음.
침상이 꺼져서 세상이 날 잡아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력이 없음
괜찮냐는 카톡답장에 ㅇ 칠 기력도 없음
진짜 베프한테 '나중에' 이거 쓴거 정말 나의 최대의 기력을 써서 답장한 거였음
지구에 존재하고 싶지 않음
10시가 넘자 엄마, 옆자리환자, 옆자리환자의 일당들 모두 퇴원
간호사가 와서 뭔가 하고 감
뭐 불편하면 말하세요 해서 아파요 라고 판에 썼더니 진통제 놔줌
TV에서 북미정상회담 리뷰 같은걸 하고있길래 그걸 보면서 자다깨다함
새벽 2시가 되기까지 체감상으로 6시간 넘게 걸린것같음
자도자도 잠이 오지 않음 이제
공중파에서 애국가 나오고 정말 할게 없어서 온스타일을 보기 시작함
온스타일 보다가 기안이 보기싫어서 엠넷으로 넘김
그렇게 팔자에도 없는 국프가 되었음
아....
프듀 48 안본 뇌 고가 삽니다.....
간호사분 중간에 와서 코에서 피 뽑아주고 숨쉬기 힘들면 코 뚫어주는 무엇인가 쓰라고 하고 주고 가심
평생 해뜨는데까지 그렇게 오래 걸린거 처음이었다.
그리고 진짜 생각도 못한 복병이 있는데
수술복 안에는 속옷을 못입어
난...... 브라 없으면 불편하거든...... 가슴에 힘이 없어서....... 가슴 위쪽 가죽이 떙기는데..
그것도 누워있는 것도 아니고 비스듬하게 앉아있어야 돼서 너무 불편했어.. 살도 잔뜩 찌워놔서 가슴도 커져 있는데 ㅠㅠ
2. 수술 +1일차
간호사가 와서 이제 슬슬 부을거에요 하고 무슨 밴드를 씌우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앞에 거울을 보고 뭘 씌워줌
이제까지 얼굴이 아픈게 아니라 그냥 온몸이 저리고 그냥 죽고싶은 몸살같은 고통과 머리가 정정 울리는 다소 추상적인 고통 뿐이었는데
이건.....정말...
얼굴 부서지는 느낌이었음.....
너무 놀라서 줄 주렁주렁 달린 팔로 간호사 움켜잡으니까 이러시면 안된다고 앞으로 혼자서도 하셔야할텐데 하면서 가차없이 진행하심
하느님...... 제가 10년간 안믿긴 했지만 그냥 곱게 죽여주심 안될까요...
편두통 힘들었다고 했는데 그정도 고통이었음
얼굴에 슬슬 열이 훅훅 오르기 시작했음
뺨이 뜨거워서 터질것같은 기분이었는데 저 밴드 대놓으니까 더 터질 것같아서 괴로웠어..
새벽쯤 의사가 와서 보고 경과 괜찮다고 하고 감
오전 10시쯤 엄마아빠가 와서 괜찮냐고 함
엄마가 또 이상한 복합의문문으로 물어봄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움.....
다행히 아빠가 예스 노로 명확히 답할 수 있는 형태로 물어봐야지 그렇게 하면 어떡하냐고 면박줌
아빠 : 많이 아프니
나 :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하나....)
엄마 : 아프긴 뭐가 아파 여기 이만한 진통 주사 달아놨는데 얘 무통주사도 맞았대
이때까지만 해도 고개 돌리고 싶지도 않을 만큼 전반적으로 아팠음..
한 2~3분 간격으로 정신이 번쩍 들고 눈앞이 하얘질 만큼 머리가 징징 울렸었음
근데 사실은 이게 수술 전에 내가 수술을 결심한 거랑 비슷한 강도의 통증이었음
그래서 아프다고 하려다가 진통주사 달려있다는 말 듣고 그래 그런가보다..... 하고 참았음
알고보니 영양주사였고 진통제 없이 버티고 있었음......
엄마......
링거 표면에 포도당 용액이라고 쓰여있었는데......
하루 지나서 고개 돌리게 되고 난 뒤 그 주머니 보고 문과 혐오 생길뻔함.......
오후쯤 되니까 간호사분이 와서 소변줄 빼주고 산소포화도 측정하는 기계도 빼줌
뭐 불편한거 없냐고 물으셔서 얼굴 아파요.. 하니까 '흠.. 보니까 ㅇㅇ가(못알아들음) 괜찮네요' 하시더니 밴드를 빼주셨음
조금 살것같았음
이제부터 걸으셔야 한다고 이래저래 해주고 아이스팩 어디 있고 교체하는 법 알려주심
이상황에서 움직이라니 자살하고 싶었지만 그냥 시키는대로 함... 피곤하시겠지...
가글하는 법 배움
중간에 X레이 한번 찍으러 갔다가 어지러워서 + 아파서 한번 쓰러짐
나중에 간호사가 와서 뭐 도와줄거 있어요? 해서 진통제 놔주실 수 있나요.. 하고 썼더니 간호사가 보고 헐?? 지금까지 진통제 안맞고 뭐했어요.. 하심
엄....마....
3. 수술 +2일차
의사가 와서 피주머니 뽑아주심......
그리고
이제 슬슬 세상에 존재하고 싶은 기분 듦
드디어 얼굴에 말라붙은 피를 닦아냄
난 이게 얼굴 앞도 쨌나 싶었을 정도로 피딱지가 말라붙어 있었는데 그냥 줄줄 흘러나온거더라고....
얼굴 붓기에 충격받았는데 의사가 이게 양호한 수준이라고 함.....
오 씨발 하느님...
대체 다른사람들은 뭐 어떻게 된거죠..........
볼 핏줄 정돈 터져야 심한건가봐...
가족이랑 남친한테 카톡 오길래 제발 오지말라고 함 나의 인권을 위해 .......
계속 죽고싶었던 거 말곤 별일 없었음
환자용 대체식 갖다주면서 간호사가 이거 먹으라고 함
음 환자식.. 은..
죽지못해 먹는 맛이었음
묘사하자면 베지밀에 기름기와 종합영양제를 녹인 맛이야
한모금 먹고 먹기 싫어지는 맛..... 느글거려......
가글 열심히 함
가글할 때마다 핏덩이가 빠져나옴
코에서도 아직 여전히 피가 줄줄 나옴
화장실 오락가락 하면서 1인실에 있는 사람을 우연히 보게됨
양악 + 쌍수 + 광대 + 코를 한방에 다하신분 같았음
얼굴에 테이프나 붕대가 아닌 부분이 거의 없었음..
손 피부 보니 나이도 20대도 아니고 최소 30대신것 같았는데 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자살을 시도하시는 건지 모를 노릇..
인간의 미에 대한 욕망은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함
오후쯤 옆에 새 환자가 들어옴
최소 70킬로가 넘어 보이시는 중년의 아주머니셨는데 지방흡입을 하셨다고 함
4킬로인가 뺐다고 좋아하시는데.... 몇백만원은 할텐데 70 넘어보이는 분한테서 4킬로 뺄거면 그냥 PT를 하는게 낫겠구나 하는 교훈을 줌
굉장히 고통스러운 수술인지 들어오시자마자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시면서 5분간격으로 간호사를 불러서 역정을 내심
고통스러운 건 알겠지만 진통제 들어갔는데 5분만에 효과 없다고 간호사를 닥달하시는 건 진짜 좀 아닌 것같음...
효과가 없어서 그렇다면서 다른 진통제를 놔달라시는데 ..
이미 진통제 들어간 거라서 기다리셔야 한다 30분은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아니 진통제가 몸에 안 맞으면 뽑아내고 다른걸 놓으면 되지 않냐 같은 말을 하시기 시작함.....
아.......
문과 혐오 +999 됨...
진통제랑 마취제랑 구별 못하시는 분같았음......
친구들도 다같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인지 몇시간째 떠들다 가심...... 힘들었다
그리고 왜 자꾸 말거시는지 모르겠는데 난 말을 못한다고 딱보면 모르나...
계속 나중엔 어디 더하고싶은지 이런거 물어보심
없어요 ...... ㅠㅠㅠㅠㅠ 하진짜 예뻐지려고 한거 아니라고 아파서 한거라고 설명을 했는데 왜 자꾸 그런거 물어보시는지....
친구랑 자꾸 뭐먹고 뭐먹고 이런 얘기 하시던데 정말 보람없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었음
계속 말걸어서 힘들었다.
저녁쯤 되니까 다시 의사가 와서 내 코에서 20cm쯤 되는 솜을 뽑아냄
아니 시발 여태까지 나한테 이런거 박아놓고 코로 숨쉬라고 하신거였나요 ........ 환멸남 진짜 존나 사기당한 기분 듦
물 마시러 왔다갔다 몇번 함
슬슬 머리를 감지 못해서 죽고싶어짐
진짜 오만 것들이 사람을 다 죽고싶게 만듦...
4. 수술 +3일차
아침에 간호사가 와서 링겔 떼감
한참 되니까 목마르길래 물 좀 마시고.. 배는 솔직히 안 고팠는데 먹어야 될 것 같아서 간신히 환자식 하나 먹었음
주의사항 용지 받고 혹시나 흔들려서 차에 머리박을까봐 조수석에서 밸트 최대로 짱짱하게 매고 집에 옴
아직도 코랑 입에서 피 계속 나옴
미음 먹으라고 엄마가 만들어줬지만 미음도 입자가 입에 걸려서 먹고싶지 않았음......
환자식 두개랑 망고쥬스 먹었음
당일 자정쯤 되자 부기는 이정도 빠졌었음
엄마가 진짜 신기하다고 그래 나도 너 낳고 부기 엄청 빨리 빠졌다고 하심
머리 감고 싶어서 죽고싶은데 엄마가 제발 참으라고 뭐라 하셔서 ....... 머리도 못감고....... 암튼 죽고싶었음...
밤에 보니까 턱밑에 멍이 조그맣게 하나 생김
간헐적으로 머리가 아팠고 챙겨온 진통제 먹으면 금방 나아졌음
진통제 정말 졸림
먹으면 30분 후부터 졸리기 시작함
잠을 오래 잘 수 없어서 한시간 ~ 두시간 간격으로 자다깨다 하게 됨
그렇게 하루의 반은 TV보면서 자다깨다 하고 나머지 시간은 멍하니 TV보면서 지냈음
할 게 없으니까 가글, 잠자기, 아이스팩 갈기, 밴드 뺐다 꼈다 하기, TV보기, 망고주스 마시기, 환자식 한모금 먹고 극혐하기가 주된 일과였음
밴드를 자주 하고 있으라는데... 안그래도 열나는데 귀랑 턱을 막아놓으니까 아픈 것도 아픈거고 열이 계속 차올라서 너무 힘들었어
솔직히 두시간 이상 못하겠더라
웬만하면 차고 있으라는거 아 모르겠다...... 하고 내킬 떄만 함
부작용 생기면 어떡하지 싶긴 했는데 그래도 못하겠더라
너무 길어져서 체력 딸린다 기력 회복되면 이어 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