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 반에서 나랑 같이 다니던 단짝 같은 친구가 지병 때문에 자퇴를 하면서 나는 반에서 겉돌게 되었어
나랑 친했던 친구가 자퇴를 함으로써 우리반 여자 수가 홀수가 되어버렸거든.
어떻게든 친한 애들이랑 붙어보기도 하고 낑겨서 밥을 먹어보기도 했는데 정말 힘들더라.
어떤 특정 무리에 속하지를 않았으니 매번 다른 친구들한테 나도 같이 밥 먹어도 돼? 라고 말하기가 정말 스트레스였어. 밥 먹는 시간이 제일 싫었어. 기숙사 학교인데다 끼니를 거르는 성격이 아닌지라 삼시세끼를 친구들과 먹어야 하니 더더욱 힘들었고.
그러다가 기숙사 방을 바꾸면서 다른 과 친구를 만났지. 그 과는 남초 과라서 여자가 소수고, 그 친구는 솔직히 그 과 내에서 딱히 이미지가 좋은 편이 아니었어.(뭔가 성격이 애같다고 해야될런지... 애들한테 이것저것 말은 잘 붙이고 그런 타입이기는 한데 과 내에서 병크를 많이 터트렸었나봐. 지금은 3년 넘게 지나버려서 잘 기억이 안나네. 여튼 좀 착한 애만 걔랑 좀 놀아주고 나머지 애들은 걔랑 거의 밥만 먹던 수준.)
그 친구가 좀 제멋대로에 가끔 막말도 하는 타입이기는 했지만 나름 괜찮은 애였고 잘 맞았어. 내가 밥 먹는 게 힘들기도 하고 그 과 애들이랑 아주 데면데면한 사이는 아니어서 그 친구가 우리랑 같이 먹자-라고 해서 점심 같은 때에 걔네 과 애들이랑 같이 껴서 밥 먹고, 아침엔 걔랑 같이 먹고- 그런식으로 시간이 흘렀어.
2학년이 되어서 그 친구가 있는 과로 전과를 한 다른 과 여자애와 그 과에서 다른 반, 다른 무리에 있던 친구 한 명이 껴서 총 네 명이 같이 밥을 먹었어. (처음 친구는 A, 그 과 다른 친구는 B, 전과한 친구는 C라고 칭할게)
평소 그 때는 C가 좀 남자애들이랑 (우리 셋이 보기엔 좀 심하게)어울리기를 좋아해서 가끔 분위기가 싸했던 거, 말투 같은 게 좀 셌던 A가 B랑 한 번 (살짝) 다퉜던 거. 그런 정도 빼고는 평소에는 그냥 평범한 친구들처럼 투닥투닥거리면서 1년을 보냈어.
그리고 3학년이 되었고 기숙사에서 A와 B가 같은 방, C와 내가 같은 방에 배정되었어. 늘 B가 잠귀가 어두워서 늦잠을 많이 잤었는데, 친한 친군데도 A는 늘 대충 깨우고 말고 자기 혼자 먼저 학교에 등교해버려서 늘 나랑 C가 뒤치다꺼리를 했어. 늘 A한테 B 좀 잘 깨워달라고 해도 야 일어나 툭툭. 그리고 끝... 본인도 못 고치는 게 문제기는 하지만, 가끔 주말에 학교에 남았을 때 B를 깨워본 적이 꽤 있었는데 흔들어 깨워주고 계속 말 걸면 주섬주섬 잘 일어나던데, A는 그러지 않은건지 주중에 B가 허겁지겁 준비하는 날들이 많았을까.
4월인가 5월쯤. 이번엔 A랑 B가 둘 다 자고 있더라. 그래도 준비는 하고 다시 자고 있었던 지라 내가 육성으로 깨웠어. 지금은 가물가물하다만 그냥 비몽사몽하지 말고 일어나라는 식으로 말했던 거 같은데 그 날부로 A는 넷이 같이 다니면서도 일부러 날 무시하고 다른 애들한테만 얘기를 건다든지, 다른 때 같으면 가끔씩 나도 붙잡고 빨리 점심밥 먹으러 가자며 뛰어가고 그랬었는데 다른 애만 챙기더라. 그 당시엔 난 얼척 없이 당하기만 했어. 왜 그런지도 모르고.
다른 애가 물어보니까 내가 그 때 깨울 때 되게 기분 나쁘게 얘기를 했다는거야. 그 사건이 있은 후 언젠가 한 번 걔나 나한테 '너가 ~라고 말했잖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대사가 기억이 안나는데...ㅠㅠ 정신 똑바로 안차리고 다니냐 뭐 이런식으로 좀 비꼬게 말을 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
나는 그런 식으로, 최소한 그런 의도로 말한 적이 없으니 아니라고 말했는데, 계속 기분 나빠하더라고.
난 아닌데 걔도 계속 그런 식으로 유치하게 나오니 괜히 스트레스 받고, 그게 싫어서 나도 걔는 계속 무시했어. 넷이 같이 다니면서도 나머지 두 명한테만 말 걸고.
그 당시 난 다른 무리에 낄만한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그리고 2학년 때 기숙사 내에서 도둑이 있었는데, A랑 멀어진 후 그 범인이 걔라는 얘기를 참 많이 듣게 되었어. 걔가 도벽이 있었던거야ㅋㅋㅋ(친구인 B도 A 본인이 도벽 있고 3학년 돼서 많이 고쳤다고 했다는 말 했다는 거 보니 참...)
그 때 나도 당했었거든, 심지어 나랑 같은 방일 때였는데 정말...ㅋㅋㅋ 배신감 엄청나게 들더라. 자기는 아닌 척 어떡해, 그거 어디 갔어~.
저녁에 기숙사 퇴실하고 자습하러 갈 때만 딱 자물쇠를 풀어놓고, 다른 애들은 쓰지도 않는, 개인 수납함 사서 거기에 넣어놨던 거를 쏙 빼가더라ㅋㅋ 심지어 산지 며칠 되지도 않은 기초 화장품들...ㅋㅋ 따지고 보면 거의 5만원 다 돼가는 값이었는데 사감 선생님은 그냥 포기하라고 나 몰라라했었거든. 그 뒤로도 걔는 도둑질을 했는지 몇 번 다른 애들 것도 없어졌다 나타나기도 하고, 아예 없어지기도 했어. (나는 잘 몰랐는데 예전에 CCTV를 선생님이 돌려봤는데 걔가 찍혔었다고 하는 소문이 있었더라고. 남자 사이에서도 도둑질한 애들은 강제전학 가고 징계 받고 그랬는데 얘는 왜 쉬쉬한걸까...? 이전에 자기가 학교에 빽있다고 했었던 적이 있다는데 그게 사실이었으려나 싶었다.)
그 후로도 가끔씩 얘 때문에(눈에 띌 때마다) 스트레스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습실 옆에서 함께 자습하는 같은 반 친구랑 친해지고(그 친구도 자기랑 다니는 친구가 못마땅해 있었던 상태였고) 그러면서 나름대로 고3 때 참 재밌게 지냈던 거 같아. 되게 급마무리네. ㅋㅋ
그 친구랑 멀어진 후 또 다른 사건들도, 관계 변화도 많았는데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버릴 거 같아서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야겠다.
현재 그 A는 노량진에서 재수를 하고 있는 거 같더라고. 딱히 대학에 갔다는 소식도 없거니와, 가끔 내 친구에 달리는 그 아이의 댓글에 노량진에 놀러오라는 얘기가 많이 있었거든. 그 친구가 나보다 공부를 원래 못하기도 했었지만, 뭔가 단번에 좋은 대학을 가지 못했다는 게 나에게 소심한 복수가 된 거 같은 기분이랄까.
그냥 새벽에 생각나서 써 본 뻘글 읽어줘서 고마워. 혹시나 알아보는 친구가 있더라면 그냥 모른 척 지나가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