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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우울주의) 사고당한 길고양이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결국 안락사 시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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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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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지난 이야기지만. 지나서 할 수있는 이야기라서.
우리집이 좀 외진곳에 있어서 집까지 가는길에 주유소랑 철물점뿐이고 신호등도 잘 없어서 밤엔 위험한 곳이야.
일요일 오전에 외출하러 나가는데 동생이 자기도 나갈거라 해서 같이 나가는데 도로랑 인도 경계선에 고양이 한마리 있는걸 봤어. 집 근처에 고양이무리가 있는데 그 중에 한마리였을지도...그냥 고등어였는데 사람이 다가와도 도망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어. 동생도 나도 고양이 좋아해서 가까이 다가갔는데 그제서야 얘 허리랑 다리가 이상하게 뒤틀려있는걸 봤어... 눈 똑바로 뜨고 우릴 노려보는데 하반신은 뒤틀려있었어. 거무스름하게 이미 마른 핏자국같은것도 바닥에 끌고온 자국처럼 있었고.
나는 약속이 있어서 빨리 가봐야했지만 다친 애를 두고 그냥 갈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도 않았고 만약 저녁에 돌아와서 애가 죽어있는걸 보면 죄책감 생길거같아서 어쩌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동생이 자기가 박스라도 가져와서 애를 담아서 병원에 데려가겠다고 했어. 그래서 난 그 말 믿고 동생한테 부탁하고 나갔지.
그리고 밤에 돌아오니까... 현관에 박스가 놓여있더라. 그리고 이상한 냄새가 났어. 혹시하고 박스를 살짝 열어보니 고양이가 있더라. 주말이라 동물병원 어디 문여는지도 모르겠고 얘도 약속이 있어서 결국 집에 두고 내일 병원 데려가자고 하고 나간거였어. 나가기 전에 옆집에 고양이 키우는 집에 가서 혹시 이 집 아이는 아니냐고 물었더니 구건 아니었고 그냥 주변에 밥 얻어먹으러 오는 애들중 하나였더고 하셨어.
나랑 동생은 고양이 귀여워하고 고양이사진 보고 좋아는 했지만 한번도 키워본적이 없고 일이 있어서 키울 생각도 못하고 살았기때문에 막상 다친 고양이가 우리 책임?으로 들어오니까 겁이 났어.
치료해서 키운다? 나는 곧 외지로 일 나가기 직전이었고 동생도 개강하면 집에 없고 부모님도 일하시고. 그 이유때뮨에 여태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았는데 막상 이렇게 크게 다친 애를 줍고나니 여러가지 생각에 잠겼어. 팔다리를 조금 다친정도도 아니고 그냥 봐도 하체가 뒤틀려있었는데,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면 떨리다가도 한편으론, 차라리 그자리에서 죽었으면 고통받지도 않았을텐데 하는 잔인한 생각도 들었어...내가 생각해도 너무 매정한 생각.
그렇게 제대로 잠도 못자고 현관에는 죽어가기 직전의 고양이만 두고- 동생이 좀 봐줄려다가 손등을 긁혔다고 엄청 경계중인거 같다고 해서 난 손도 못대고 집에는 애 줄만한것도 없어서 그냥 놔뒀어. 사실 아침에 일어났을때 죽어있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제일 무서웠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변 동물병원 검색해서 전화를 걸고 사고난 고양이를 주웠다 치료 가능한지 물었는데 두군데에서 거절당하고 한곳에서 데려오라고 해서 콜택시를 불러서 트렁크에 박스를 넣고 갔어. 차타고 20분은 걸리는 곳이었어. 접수하고 고양이 상자채로 맡기고, 일단 마취를 시켜서 진정시킨다음에 엑스레이랑 사진을 찍는다고 하셔서 잠깐 기다렸어. 나덬은 동물병원 처음 와봤어. 한번도 키워본적이 없었으니까 ㅋㅋ떠돌이 강아지들 잠깐 데리고 있다가도 금방 도망쳤고... 월요일 오전 동물병원에는 나 혼자밖에 없었어.
몇십분 뒤에 수의사선생님이 들어오라고 해서, 아이 상태를 얘기해주셨는데.. 끔찍했어. 척추가 완전히 부러져서 수술을 해도 평생 수발을 들어줘야한데. 그리고 그 상처부위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어. 눈물이 막 났다. 한껏 웅크리고 있던 몸 안쪽의 상처가 너무 끔찍해서. 그렇게 아픈 상태로 몇시간을 길바닥에서, 또 몇시간을 좁은 상자속에서 견디고 있었을거란 생각을 하니 어떻게 해줄 도리도 없어서 불쌍하고 미안에서 그냥 눈물이 났어.
목숨을 살리는 수술을 할지 아니면..안락사를 할지 선택하라고 하셨어.
나 어른이고 돈도 벌고 세금도 내는 주제에, 그런걸 어떻게 내가 결정해요?라고 생각했다. 한 생명을 죽이는 결정을 어떻게 나같은 사람이 내려요? 난 도저히 못하겠더라. 그런데 살리는것도, 트위터나 고양이 카페에 사고당한 길고양이 수술해서 입양시키고 하잖아. 동물보호단체에서 임보해서 입양자 찾고 수술비용 모금해서 어쩌고저쩌고....
솔직히, 난 그런것까지 해줄 자신도 없었어.
살리기 위한 모든 책임을 질 용기도 없는 주제에 편하게 세상을 떠나보낼 결단을 내릴 용기도 없었어.
난 한번도 애완동물 키운적도 없고, 그런주제에 고양이 사진이랑 영상 너무 좋아하고, 또 오래 키운 고양이 떠나보내는 이야기에 눈물도 흘렸지만 내것도 아닌 우연히 만난 고양이에게 아무것도 해줄수가 없었어. 그냥 간식 던져주고, 나 한번 보고 지나가면 손 흔들어주고. 난 그거밖에 못했고 그정도 애정밖에 없었어. 그정도의 애정밖에 줄 자신이 없었다. 그런 내가 다친 고양이를 멋대로 데리고 가둬서 자기 살던 동네도 아닌 동물병원에 데려온 행위자체가 너무 인간의 이기주의처럼 느껴졌어. 그리고 이젠 살리고 뒷바라지할 현실적인 여유와 시간과 각오도 없어서, 죽게 만드네... 안락사말곤 나에게 방법이 없다는걸 알면서도 내 입으로 그렇게 해달라는 말도 못하고 결국 엄마한테 전화를 했어. 엄마가 사정 듣고 수의사한테 전화바꿔서 어떻게 얘기를 하셨나봐. 안락사 시키기로 하고... 난 주인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면서 이런 결정을 내가 내리는것 때문에 계속 울면서 비용을 결제했어. 마취랑 합쳐서 거의 30만원 정도 나온거같아.
그렇게 동물병원 나오고... 한동안은 고양이 사진 보는것도 힘들었어 ㅋㅋ 고양이를 살릴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혹시 내 이기심으로 한 생명을 죽여버린걸까? 누군가에게 비난받을거같고, 앞으로 영원히 고양이는 물론이고 동물을 키우지 못할거란 생각을 했어. 난 아직도 그때 다른 결정을 내렸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너무 길었지..ㅎㅎ 아직도 동물은 안키우고 있어.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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