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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 11년차 후기

무명의 더쿠 | 11:35 | 조회 수 371

아직 일 하고있지만 그래도 이정도 기간의 후기는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후기방에 올려봐

 

중학교 4년 고등학교 7년 해서 11년째 교직생활중임

해가 갈수록 변하는 게 있는가..?

왜 미디어에서는 애들이 시간이 갈수록 교권이 추락한다고 하잖아. 솔직히 잘 모르겠어 나는. 11년 전이나 지금이나 느낌이 비슷해.

학교마다, 애들마다 차이가 너무 커서 그런 것 같아. 솔직히 운빨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

그 지역의 학업 분위기나 부모님의 케어에 따라 애들 편차가 너무 커. 

아, 근데 부모님이 멀쩡하면 애들도 멀쩡할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는 건 확실한 듯...

 

11년 전 중학교에 있을 때도 남자애가 같은 반 여자애 학교에서 몰카 찍은 적이 있었고 

선생님은 애 안 낳아봐서 잘 모르시죠?라고 면전에서 말하는 학부모님 만나봤고

8년전에 고등학교 있을 때도 남자애가 교사 때리려고 교무실 쳐들어와서 경찰 부른 적이 있고 

의대 가고 싶다고, 한 과목 1등급 나왔다는 이유로 휴학한 애들을 봤음 (이런 것도 그때나 지금이나...)

 

그러니까, 사실은 미디어에 안 밝혀졌다 뿐이지 저런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을 수도 있어.

 

그러면 멀쩡한 애들은 없는가? 

당연히 차고 넘침. 깨물어주고싶게 예쁜 애들도 많아.

저렇게 얘기 나올 정도 애들은 200명 있으면 3명 4명 5명 있음.

근데 그 5명이 너무 강력해서 200명 분의 에너지를 쓰거나

5명이 50명에게 부정적인 에너지를 전파시키거나 전염시킬 뿐임

그러니까 걍 복불복 운빨이야...

근데 확률적으로 남자애들이 여자애들보다 안 멀쩡하고 전염될/전염되어있을 가능성이 높긴 하더라.

특히 기숙사 학교는 최악이야. 기숙사에서 서로 혐오발언 하고 낄낄거려서. 

공부 잘하는 기숙사 학교라도 소용 없어. 서울대, 의대 가는 일베충이 차고 넘친다.

여학생들도 요즘 극우화되었다고는 하지만 확률 자체가 달라. 차원이 다른 수준임.

 

요즘 새로 들어오는 신규 선생님들은 진짜 에너지 넘치고 똑똑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

특히 90년대 후반 생부터는, 교사 되기를 선택하고 임용본 것 자체가 어느정도의 인성과 사명감을 모두 갖춘 사람들이 대부분임

다른 직업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일부러 돈도 잘 못 버는 교사 선택한 거니까.

한 50살 넘은 선배선생님들 중에서도 정말 애들 사랑으로 대하시고 가르치는 일에 자부심 넘치시는 분들 많아.

다만 미친 사람들 없다고는 못하겠음.

철밥통이라 저럴거면 교사 왜하냐 미친놈아 소리 절로 나오게 징그럽게 일 안하고 근무시간 내내 주식보는 사람도 있긴 해.

아마 사립학교면 순환근무가 안 되니까 이상한 사람이 더 남아있을 수는 있을 것 같지만, 이제 공립학교는 그런 사람 극히 적어짐

 

근데 연령대에 관계없이, 이제는 애들한테 교대 사범대 가라고 권하지 않아.........

물론 돈도 못 벌고 교권문제나 이런 처우도 심각하고 사회적 인식도 별로고 이런 것도 있지만,

나는 교사라는 직업이 결국 미래가 더 나아지리라는 걸 믿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

교육으로, 가르침으로 애들이 스스로 갖고 있는 자질을 더 갈고 닦아 사회에 이바지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되도록 공헌하길 바라면서, 이타적인 마음을 가지도록 가르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희망이 조금씩 깎이고 있는 것도 원인인 것 같아.

사회 전체적으로는 기술 발전으로 더 나아지고 있지만

천박하고 혐오에 물들어 폭력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데,

그걸 교육으로 막을 수 있는가? 언제부터 그게 가능한가? 이런 부분에 대해 조금씩 회의감이 늘어나서 그런 것 같아.

 

나는 그래도 교사인 내가 좋고 나쁘지 않은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동료 선생님들만 봐도 아무도 교직을 권하지 않아. 다시 돌아가면 교사 안 했을 거라고들 얘기하고,

실제로 의원면직 하고 다른 길 찾아나선 교사는 11년동안 딱 한 명 실제로 봤고,

건너건너 소문으로 들은 선생님 다 합치면 한 3명 되는 듯. 

교사가 꿈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꼭 교사여야겠냐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나같이 말려.

그게 좀 슬프다. 저렇게 맑은 눈을 가진 아이들이 교사가 되어서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걔네를 생각하면 다른 걸 선택하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솔직히 이상한 애들은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내가 더 고민되는건 교권문제보단 대입이 더 커.

맨날 제도가 바뀌고 거기에 희생되는건 애들임. 

특히 요즘은 5등급제, 수능과목 변경 등, 제도가 바뀌고 누적된 데이터가 없을 때 애들이 대학 가는 걸 되게 불안해해.

나도 솔직히 확실하게 말해줄 수가 없어. 확실한 데이터가 제대로 없으니까.

그리고 학원은 애들의 불안감을 부추기지. 그래야 돈이 되니까. 

마음이 아픈 친구들이 너무 많고, 날이 좋은데도 애들이 책상에서 고개박고 문제집만 볼 때 조금 슬픈거. 그런게 나는 최대의 고민이야.

아마 고등학교라 그렇겠지. 초등학교라면 교권문제를 더 걱정하겠고.

 

 

항상 미디어엔 기이하리만치 미친 학부모나 학생을 다룬 자극적인 뉴스가 더 많이 나오고,

누구나 겪어봤을 학생시절 미친선생님이 더 많이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일반 학교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11년동안의 후기를 써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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