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아버지한테는 첫손주라서 유치원 재롱잔치부터 여름휴가까지 학교 들어가기 전의 많은 추억에 다 할아버지가 계셨음
지금은 나도 서른이 진작에 넘은 나이가 됐고 할아버지도 벌써 90이 넘으셔서 이제 귀도 어두워지시고 이것저것 자꾸 깜박깜박하셔
대중교통으로 두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시골 아님 우리동네보다 번화한 대도시 한복판임...)에 할머니랑 두분이 사셔서 몇달에 한번 가거든
근데 얼마전에 할아버지가 우리 엄마한테 무명이가 놀러오면 피자를 사줘야지... 하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는 거야
사실 이거는 나한테 사주겠다는 얘기시기도 하지만 동시에 드시고 싶으신 거기도 하거든ㅋㅋㅋ
할머니랑 두 분이서 시켜드실 법도 한데 어른들은 왠지 잘 안 그러시더라고...
그래서 연휴 시작할 때쯤 할아버지댁에 혼자(다른 가족들은 스케줄이 안맞아서...)가서 내가 피자를 시켰어
예전에 가끔 시키던 데랑은 완전 다른 데서 시켰는데 맛있다고 하시면서 피자집 전화번호 아냐고 물어보시더라ㅋㅋㅋ
그래서 그집 번호 찾아서 우리가 먹은 메뉴랑 해서 종이에 적어놓았는데... 내가 시킨 거 좋아해주셔서 기분이 좋은 동시에 뭔가 마음이 뭉클하더라고... ㅠ
언젠가부터 해가 갈수록 티가 확확 난다고 해야 할까...
부모님이 연세가 드시고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 것처럼 할아버지의 시간도 흐르고 있다는 게 새삼 눈에 보여서 ㅠㅠ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부모님도 그냥 언제까지나 이렇게 곁에 계시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어서 몰래 울었다ㅋㅋㅋ
시간이 가기 전에 더 많이 잘해드려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네
+ 뭔가 쓰고보니 내가 시킨 피자 칭찬글 같기도 한데 그런 거 아니야... 피자 칭찬일시 할아버지한테 받은 설날 용돈 5만원 반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