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올렸던 글 : https://theqoo.net/review/1431796403
1. 공시 실패와 사회생활의 시작
4년 공시 실패하고 31살에 남은 건 정병이랑 우울증, 공황장애뿐이었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편의점 알바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포스기도 잘 다루고 업무 적응을 잘해서 "나도 쓸모가 있구나" 싶은 자신감이 미세하게 돌아옴. 그러다 사기스러운 투자자문 회사에 잡무직으로 들어갔는데, 사장 세탁소 심부름까지 하는 곳이었음. 거기서 인터넷 뒤져가며 유튜브 채널 운영법 익히고 잡다한 문서 작업 다 하면서 버텼음.
2. 이직
유튜브 조금 만질 줄 안다고 하니 거래처였던 외주 제작사에서 연봉 3200에 입사 제안이 옴. 피디 소리 들으며 촬영이랑 편집 밑바닥부터 배웠는데, 이용가치 없으면 짤릴까 봐 겁나서 하라는 거 다 하고 살았음. 사수가 옛날 방식 고수할 때 나는 어도비 신버전이나 새 장비 사용법 유튜브로 독학해서 책임졌고, 구독자 만 명까지 키워냄. 그러다 사장이 "실수로 월급 더 줬다"며 깎겠다는 소리를 듣고, 40 넘어서 자기 서울대 갈뻔한거랑 싸움 잘한다 자랑 하는 사수를 보며 여기엔 미래가 없다고 확신함.
3. 연봉 깎고 광고회사 감
30대 중반 나이에 연봉 2800으로 후퇴하면서 연차랑 근로계약서 있는 제대로 된 광고회사 막내로 이직함. 기획이나 카피는 해본 적도 없지만 걍 까라면 깐다는 각오로 회사 문서 다 복기하고 영상 기획안 다시 써보며 죽어라 일했음. 다행히 잡다한 관심사가 많았던 덕에 일이랑 합쳐지면서 회사에서 '인간 구글' 취급받기 시작했고 자존감도 많이 올라감.
난생처음 법정 연차 쓰고 평일 오후에 카페 앉아있는데 울었음;;
부모님 불러서 갈비 사드림.
4. 이직로또…
주 230~260시간씩 일하는데 그게 많은건지 몰랐는데
HR쪽 지인들로부터 내 처우가 박봉이라는 조언을 들음. 밑져야 본전으로 링크드인에 이력서 올렸더니 30대 후반에 실무 능력 있는 내 몸값이 시장에서 꽤 핫하다는 걸 알게 됨. 여러 곳의 커피챗 끝에 드디어 부모님도 이름 대면 아는 대기업으로 이직 성공함. 7~8년 전 연봉이랑 비교하면 대충 4배 정도 올랐고…
최근엔 팀장 승진 면담도 진행했음. 여전히 중압감에 짤리는 꿈 꾸지만 특유의 순종적인 사노비 본성으로 잘 버텨내고 있음.
5. 마무리
서른 한 살 실패한 공시생에서
어엿한 직장인으로 주말에 초밥먹는 삶 하고 싶어서
매일 그냥 했는데 하다보니까 약간씩 되어왔음
겨우 이제 스스로 직장인이 된거같고
일하는 태도가 드디어 어느정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로소 사회인이 되어간다 느낌
직장을 옮겨가며 나를 존경하는 후배도 생기고 내가 존경하는 선배도 생기고 일하다 만난 사람들과 친구도 되었음
이제 스스로 무능하다 느리다 모자르다 우울하다 답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를 올해 좀 용서해줘보려구 함..
그리고 해보니까 진짜로 서른 초중반은 10대 아이돌뎁하기같은거 빼고는 얼마든지 아주 새로운 것들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가 맞다고 느낌
다시 돌아가면 더 주저하지 않고 해서 더 빨리 나를 용서해줬을것같음
내가 일하면서 인간적으로 존경하게 된 부장님이 나한테 너는 겁없이 뭐든 해서 빨리 느는거라고 했음
한 것 없이 나이가 들게 되면 인간은 겁이 늘게 되어있는거같음
사실 나두 겁이 많음 겁이 너무 많아서
혼나는것도 무섭고 안하면 짤릴까봐 두렵고
세상네 뒤쳐지고 좌절에 빠지게 될 내가 보여서 그냥 했던 거임
아직두 서른 한살쯤 시험을 앞두고 새벽에 공황와서 엎어져있던 그 마음이 생각나고
서른 한살에 아버지 지갑에서 돈 훔쳐서 치킨에 소주먹던 나의 현실 도피가 생각남..
무엇이든 하다보면 타이밍과 환경과 운이 이 글 보는 그때 나같은 덬들을 순항하도록 도와줄거임.. 아직 연초이니 목표한바 지치지 말고 가길 바람..약간이라도 도움이 되길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