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그외 아빠가 뇌경색으로 입원한 지 한 달째 되는 후기
2,593 15
2025.10.19 18:20
2,593 15
난 아빠가 초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초반은 훌쩍 지나서 병세가 본격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중이었음. 6월 초여름, 아빠가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을 때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음. 9월 중순에 입원해서 이제야 한 달이 되어가니 얼마나 늦은 건지... 서로의 스케줄이 안 맞았다 하더라도 내가 더 세심하게 챙겨봤어야 했음


쨌든, 아빠는 뇌의 오른쪽 굵은 메인 혈관이 거의 막혀있는 상태. 비유하자면 메인 혈관은 고속도로고, 그 주변의 자잘한 혈관들이 국도인데, 아빠는 고속도로에 교통체증(=혈류가 잘 흐르지 않음)이 생겨서 주변의 국도를 통해 혈액이 도는 것으로 연명하다시피 함.


혈액이 충분히 돌지 못하니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우뇌의 50%의 뇌세포가 죽음. 그런 우뇌의 영향으로 몸의 왼편이 마비가 되었고 팔다리를 포함한 왼측의 내장 기능도 사실상 잘 기능하지 못함. 팔다리는 움직이지 않음. 왼쪽 폐의 영향으로 숨 쉬는 게 다른 때보다 좀 힘들고(코골이도 굉장히 심해지며 입으로 숨 쉬심), 소화기능 및 대장의 기능이 떨어져 자체적 배변이 안 됨. 배변은 관장을 하거나 변비약을 먹여서 해결해야 됨. 무엇보다 인지, 판단, 기억, 충동조절 능력이 많이 상실됨. 유치원생 같아. 최근 며칠간은 빈 천장을 보면서 처제의 얼굴이 보인다거나 조카의 얼굴이 보인다거나 말하기도...


편마비로 움직이지 못하니 항상 기저귀를 차고 있어야 함. 가장 큰 겉기저귀를 가장 아래에 놓고, 대변을 위한 속 기저귀를 덧대고, 음경에는 소변이 새지 않도록 구멍 뚫인 기저귀를 돌돌 말아서 고정시켜줌. 이렇게 해도 소변이 새서 다른 기저귀들까지 몽땅 갈아야 할 때도 잦음. 침대 시트까지 새는 일도 많음. 하지만 계속 용을 쓰며 뒤척이는 아빠를 뭐라할 수는 없었음. 한 달동안 침대에 누워만 있으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오른팔 오른다리를 움직이는 것뿐이니까... 안 움직이면 미치겠다 하더라고


거의 대부분은 본인이 아프다는 인지를 못하심. 손등의 바늘을 입으로 물어 뜯으려고 한다거나, 병실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여기가 답답하다며 제발 밖에 나가자고 소리친다거나, 아직도 스스로 걷고 앉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끊임없이 시도함. 이로 인해 입원 초반에는 내가 잠시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 두 번 낙상하심. 다행히 보조침대에 이불 두껍게 깔아놔서 다치진 않으셨음...


핸드폰을 거꾸로 들고 빈 곳을 습관적으로 터치한다든지, 전혀 아닌 페이지를 켜놓고 평소처럼 전화하듯 귀에 가져다 댄다든지, 기저귀가 답답해서 오른손으로 자꾸만 내리려고 하고, 꽂아놨던 소변줄과 콧줄을 뽑는다든지, 지금이 1995년이다 5월이다 3월이라고 한다든지, 내 나이가 17살이라고 한다든지... 많은 걸 잃은 와중에도 내가 먹고 싶다 갖고 싶다고 한 건 잊지 않으심


한 번은 아빠가 자꾸만 밖에 나가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시길래 어디를 가시려고 이러냐 물었더니 "너 빵 사주려고". 내가 어제 아침에 딱 한 번 생크림빵 생각난다 그랬더니 그 이후로 계속 "너 먹고 싶다고 했잖아" 하시며 나가야한다고 하심. 본인은 입맛 없다며 미음 4숟갈밖에 못 먹었으면서. 외에도 "문구점 가자", "야구보러 가자", "바다에 가자" 하심. 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곳들이거든


아빠가 자꾸만 기물을 망가뜨리려고 하고 본인 몸을 때리고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아서 속상한 와중에도 아프기 전처럼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주려고 하는 아빠 모습이 보이니까 다른 의미로 속상해짐. 이럴 때마다 내 수명이랑 건강을 아빠에게 주고 싶음


(거동이 아예 안 되는 환자라) 간병비가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 간병은 나와 엄마가 하루씩 돌아가며 돌보는 중. 아빠가 낮에 30분 자고 1시간 용 쓰는 식으로 주무셔서 저녁~새벽에는 전혀 안 주무시는 바람에 그날의 보초(?)는 항상 밤을 새야함. 그리고 아빠는 아침이 되면 귀신 같이 자주 잠에 빠지심... 수면 사이클을 돌려보려고 해도 낮에 잘 때에는 흔들고 소리치고 두드려봐도 거의 기절하듯 잠들어서 안 깨심...


혈관에 스턴트를 넣는 건 지금 상황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다는 답변을 받음. 이런 수술은 아예 초기에 했어야 했는데 아빠는 초기가 지나서 거의 막힌 상태로 왔으므로. 현재 아빠의 상태는 한 달 전 막혀있던 그 상태에서 계속 현상을 유지하고 있을 뿐임. 언제 다시 뇌경색이 더 터질지 모르는 위험요소를 안고 살아가는 중. 남은 수술은 다른 혈관이랑 연결해주는 건데... 이건 완전히 대수술이고 부작용이 있어서 최후의 보루라고 하더라고. 또한 아빠가 지금의 현상을 유지하는 건 혈전을 녹이고(근데 이미 쌓은 혈전은 안 녹는 것 같고 더 쌓이지 않게만 하는 듯) 혈액을 묽게 해주는 약 덕분인데, 이 약 때문에 지혈이 잘 안 돼서 수술을 하려면 약의 투여를 멈춰야 함. 이러나 저러나 힘든 선택이 많음


치료비와 입원비는 한 달 째인 지금까지 도합 약 600 나옴. 물론 이것저것 적용 받은 후의 금액임. 비급여 치료제도 많았고, 검사들도 잦고 비쌌음. 외에도 나와 엄마의 식사와 교통비, 간병에 드는 물품비, 생활비 더하면 적어도 100은 더 얹어야 할 듯함


솔직히 아빠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조금만 더 좀만 더 나랑 엄마 곁에 계셨으면 좋겠다. 난 아직 아빠를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음...


그냥 갑자기 서글퍼져서 일기 겸... 두서 없이 한번 써봄


만약 이 글을 읽은 덬이 있다면 꼭 건강검진 거르지 말고 받아보길 권장함. 뭐가 되든 건강이 최고고 병은 초기에 잡는 게 좋으며 가장 저렴하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1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베테랑 클렌징폼 X 더쿠👍”진짜 베테랑 폼” 700명 블라인드 샘플링, 후기 필수X 757 04.01 39,121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029,60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104,99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013,27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418,317
모든 공지 확인하기()
181545 그외 이직한 회사에서 지급하는 기본 키보드가 청축(젤시끄러운)+rgb요란한 게이밍 기계식 키보드라 당황스러운 초기 2 16:06 76
181544 그외 대학 조교 일 1년 할 지 2년 아득바득 채울지 고민되는 초기 10 14:44 208
181543 그외 자연스럽게 관계의 끝이 보이는 게 슬픈 후기..이자 친구에게 쓰는 편지 1 13:45 401
181542 그외 중고차 가격키로수 다맘에드는데 고민인초기 21 12:50 498
181541 그외 아기 만나러 오라는 친구가 부담스러운 중기(하소연) 19 09:48 1,668
181540 그외 비정상적인 행동하고 다니는 친구 일방적으로 끊어낸 후기 4 04.04 1,828
181539 영화/드라마 3/31 <살목지> 시사회 다녀온 후기 2 04.04 717
181538 그외 임당 재검 떠서 너무 슬픈 후기.. 22 04.04 1,429
181537 그외 자격증 공부에 돈 쓸지 고민인 초기 그런데 그 자격증이 내 만족 때문인.. 5 04.04 658
181536 그외 화장대있는 붙박이장 사용해본 덬들 후기가 궁금한 초기 6 04.04 479
181535 그외 발볼 넓은 아빠 운동화 사 준 후기 (뉴발에 발볼 옵션 있는 줄 처음 안 후기) 6 04.04 854
181534 음식 서울 순대국밥이 원래 이렇게 밍밍한게 맞는지 내가 맛없는곳만 먹은건지 궁금한 중기 22 04.04 1,491
181533 그외 얼굴 잡티제거좀 어디갖 좋은지 모르겠.... 12 04.04 1,021
181532 그외 퇴직금을 받았는데 어디에 쓸 지 고민인 후기 5 04.04 863
181531 그외 콘서트 처음 가보는데 꿀팁 있을까???초기 18 04.04 820
181530 영화/드라마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보고 안 운 사람 있는지 궁금한 초기(?) 12 04.04 1,108
181529 그외 모유수유가 너무 어려운 후기 20 04.04 1,295
181528 그외 집에서 겨 셀프제모하는데 겨가 황달처럼 누렇게 되는 후기 ㅠㅠ 4 04.04 1,356
181527 그외 일때문에 서울가는데 들를곳 추천바라는중기 3 04.04 303
181526 그외 우울증 극복한 덬들 각자 스트레스나 기분 관리하는 법 있는지 궁금한 초기 5 04.03 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