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조부모님 모시고 다같이 살다가 형제들이 성인되면서 독립했어 당연히 집이 썰렁해졌지
할머니가 심심하면 전화를 거는데 난 할머니 전화오면 바로바로 받거든? 회의하다가도 슬쩍 나가서 받았어
왜냐면 할머니 솔직히 앞으로 20년 30년 사실 거 아니니까 이거 안 받았다가 나중에 후회하기 싫어서.
내가 먼저 걸지는 않아 바쁘기도 하고 가족들과 그닥 끈끈한 사이도 아니고 뭐 기타 등등
받으면 뭐 중요한 용건은 없어
그냥 요즘 어떻다~ 아픈 데는 없냐~ 우리 애기들 보고 싶다~
그러다가 꼭 동생에 대한 아쉬움 토로로 이어져
동생은 나와 다르게 할머니 전화를 안받고 콜백도 안하거든.
그런데 어릴때 할머니가 나는 안 좋아하고 동생은 진짜 유독 예뻐했어
난 그래서 동생이 할머니 전화 안받는거 진짜 싸가지없고 못됐다고 생각해 어릴때 그렇게 예뻐해줬는데?
심지어 중간에 차단도 한 것 같았음 전에 언젠가 전화걸면 바로 못받는다고 나오는데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보셨거든
동생 지금 일하나봐요 바빠서 못받는다고 해놨나봐요 했는데 속으로는 욕했지
근데 이제 동생은 전화를 안 받는다~ 뭐하고 사는지 궁금하고 보고싶어 죽겠다~ 너는 연락 좀 하니?
따로 안 한다고 하면 너는 어떻게 동기간에 연락 하나 안 하고 사냐~ 니가 좀 해봐라~
이런 하소연이 통화 한 번에 꼭 한 파트씩 있으니깐 좀 그랬지 나한테 전화하셨으면 나랑 얘기했으면 좋겠으니까.
그러다가 동생이 뭔 심경의 변화인지 전화를 드디어 받았나봄?
할머니 너~~무 기쁜 목소리로 나한테 전화와서 진짜 개큰 감동받은 목소리로
동생이 전화받았다고
아유 그놈새끼 내가 어찌나 보고싶었는데~
그리고 회의하다 나와서 그걸 듣고 있는 나......
마치 무슨 짝사랑하는 상대가 자기 짝사랑 상대랑 잘 안되고 있다 잘 되고 있다 중계 듣는 기분이야
어릴땐 나를 안 예뻐하셨어도 지금 내가 동생보다 잘하면 나를 예뻐할 줄 알았단 말이야
근데 동생이 전화 그거 한번 받았다고...
동생이 오래 사귄 남친 있다가 헤어지고 최근 비혼 결심했는데 그건 나랑 상관없잖아?
언니인 내가 시집 안가니깐 동생도 못가는 거다, 언니가 먼저 가야 동생도 가는 거라고 그것도 나한테 닦달..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하면 언니가 안 갔는데 어떻게 동생이 먼저 가냐고 나무라고 ㅎ
다 내가 만만해서겠지 그래도 나는 그냥 할머니한테 사랑받고 싶었는데 영원히 안 될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