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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문득 엄마가 되기를 포기한 이유를 말하고 싶어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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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3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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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방을 보다가 정말 갑자기 엄마가 되기를 포기하게된 이유를 말하고싶어졌어 별 특별한 이유는 아니지만 엄마가 날 어떻게 키웠는지를 생각하다보면 자신이 없어지더라


한번은 중학생때 지갑을 잃어버렸거든
중학교 입학하면서 아는분한테서 선물 받은 지갑이었는데 그 전까지는 정말 문방구 놀러갔다가 산 지갑을 쓰고 그랬어
처음 생긴 비싼 지갑이라 너무 소중했거든 근데 그걸 잃어버린거야

그 안에는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놀려가려고 모아둔 용돈도 바리바리 챙겼고 비상금대신 엄마가 준 신용카드도 있었고 학생증 교통카드 증명사진 친구들이랑 찍은 사진들 뭐 이런 자질구레한것들까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해서 늘 들고다니고싶어서 들고다니던것짜리 다 잃어버린거야
당연히 놀지도 못했지 돈이 다 사라져버렸으니까 친구들한테 버스비만 빌려서 집에 가려는데 갑자기 무서운거야 내 용돈도 다 잃어버렸고 엄마 카드도 잃어버렸고 지갑도 잃어버렸고 그냥 그게 내가 부주의한 탓에 그렇게 된거잖아 엄마한테 혼날까봐 무서운거야

그렇게 집에가서 엄마한테 지갑을 잃어버렸다고했더니 집에 어떻게 왔냐고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친구들한테 버스비 빌려타고왔다고 했더니 내일 바로 친구 가져다주라고 돈을 주더니 그러고선 밥 먹었냐고 물어보고 밥먹자는거야

내가 엄마 카드도 거기있었어 내가 잃어버린 지갑에 그랬더니 분실신고하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하는데 분명 돈도 잃어버렸고 엄마 카드도 잃어버렸고 지갑도 잃어버렸는데 오늘은 왜 안 혼나지 싶어서 궁금하길래 물어봤어 왜 칠칠맞게 잃어버렸는데 안 혼내냐고

엄마가 하는 말이 방청소를 안해서 혼내고 쓴 물건을 제자리에 안둬서 학교 준비물을 안챙겨서 혼내는건 원덬이가 앞으로 고쳐나가야 할 행동이기때문에 혼내는거지 지갑을 잃어버린건 이미 지나가버린 일이고 다시 되찾아올수도 없으니 혼내지 않는거고 원덬이가 집에 오면서까지 스스로 자책하고 반성한 시간이 있는데 엄마가 또 혼낼필요가 있겠냐고 하더라고

또 한번은 어렸을땐 편식하는것때문에 꾸중 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어느날 생각해보니까 내가 편식을 해도 엄마가 더이상 혼을 안내는거야
카레에 들어간 야채를 안먹으니까 그 야채들을 다 다져서 카레를 끓이던 분이 언젠가부터는 내 그릇위에 안먹고 빼놓은 양파가 오이가 가득 쌓여있어도 아무말 안하더라고

엄마한테 엄마 왜 이제는 편식해도 뭐라고 안해?하고 물었더니 이제는 원덬이 스스로 먹고싶은거 안 먹고싶은거 결정할수있는 나이잖아 어렸을땐 원덬이 대신 몸에 좋고 먹어야할 음식을 엄마가 결정해줬지만 지금은 다 컸으니까 스스로 결정해야지 그렇게 대답해줬었어


정말 별거 아닌 에피소드인데 이걸 생각하다보니까 내가 무언가 결정할 때가 되었을때 엄마는 한번도 나를 대신해 본인이 결정한적이 없더라고 놀고싶어서 학원을 그만두겠다고하면 그래 그러자 대학을 안가겠다고하면 그래 그러자 그러고선 유학을 가고싶다해도 그래 그러자


나중에 들어보니 엄마는 늘 무서웠대 남들 다 기를 쓰고 다니게 하는 학원 그만두게해도 되는지 대학을 가지않겠다고 했을때 그래도 된다고 해도 되는지 비행기타고 꼬박 11시간을 날아가야하는 곳에 어린 딸 혼자 덜컥 보내도 되는지 남들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걸 말리지않은 본인을 원망하는 순간이 오게될지도 몰라 두렵고 힘들었대 내가 곧은 길로 빠른 길로 가는게 아닌걸 엄마도 알고있지만 어쩌면 느리게 옳은 길로 가고있을거란 막연한 믿음으로 기다리던거라고 하시더라고


나는 엄마같은 엄마가 될 자신이 하나도 없어
내 엄마만큼 내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될수없을거같아서 어느 순간 엄마가 되고싶지않더라고 아이를 엄청 좋아하는 내가 갑자기 엄마가 되고싶지않다고 했더니 엄마가 많이 놀라더라고 나는 지금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꾸준히 병원을 다니는 중이거든 그래서 혹시나 그런 이유로 아이를 낳을수 없을까봐 그러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그냥 난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을거 같아서 되고싶지않다고 웃으면서 넘겼지만 진심으로 좋은 엄마가 될수없다면 엄마가 되지않는 편이 좋을거라는 생각을 여전히 해 나는 내 아이가 남들한테 뒤쳐질까봐 두려워할거고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그 순간부터 난 안 그럴거야했던 내가 극성맞게 아이를 키울거고 그래서 아이의 모든 선택을 존중하지 못할거라는 확신이 들어 언젠가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그냥 지금은 그렇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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