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혼주 외엔 한복을 잘 안입는 분위기지만 저때는 기혼의 자매나 올케는 한복을 입는 경우가 흔했음. (미혼은 정장) 보통 한복을 입은 젊은 여성은 대충 신부나 신랑의 언니 누나 올케 형수 등등이겠구나 짐작하는. 물론 이모 고모 등등도 한복을 많이 입었음. 다만 사촌의 경우는 한복을 입는 경우도 정장을 입는 경우도 ,,, 그래서 그때는 하객한복룩에 관한 금기도 꽤 있었음. 가장대표적인게 녹의홍상의 새색시 한복은 입지 말아라. 우린 지방출신들이라 서울보단 좀 더 이쪽부분에선 늦게 개화(?)를 한 셈이라. 참고로 내 사촌 언니는 한복을 입었고 사촌올케는 정장을 입었음. (사촌의 경우 가장 큰 기준점이 신부 또는 신랑과의 친분정도라 생각하면 됨)
당시 남편에겐 6개월 먼저 결혼한 이종사촌 형제가 있었음. 이 형제와 남편은 고등학교 이후로 만난일이 거의 없다함.
내 결혼식날 남편의 이종사촌제수씨가 되는 그녀는, (늦가을과 초겨울 그 무렵의 어느날이었음) 눈처럼 새하얀 치마에 새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머리에 으마으마한 봉황비녀를 꽂은 것은 물론 가르마 한가운데 화려한 첩지(뭔지 모른다면 사극에 그 왕비들이 올린 그거. 참고드라마 장옥정 사랑에살다)까지 장착하고서 결혼식장에 등장하셨음.
내 친구들이 다들 웅성웅성. 너희 언니야??? 라고 하기엔, 결혼한 (그래서 한복을 입은)언니와 사촌언니 둘은 울 부모님 옆에 서 있었고 손윗동서는 역시 한복입고 시부모님 옆에 서서 손님맞이 중이었다함. 난 신부 대기실에 있어 그 상황을 모르고 있다가 친구들이 저 화려한 흰색 한복의 미친냔은 대체 누구냐고 물어볼지경에 이르렀음.
그 무렵 그녀가 신부 대기실에 인사를 왔고 난 드디어 친구들이 말한 황금빛 봉황비녀와 정수리의 첩지와 새하얀 치마와 두루마기의 그녀를 영접했음 ㅎㅎㅎ
혹시 내 기억이 오류가 있나 싶어 결혼식 앨범도 다시 확인해 봄. ㅋㅋㅋ 흰치마 맞음. 웨딩드레스 대용으로도 손색이 없었을 ㅋㅋㅋㅌ
그녀는 그 차림으로 당당히 가족사진을 찍었고 봉황비녀와 금첩지는 내 결혼식 사진에 영구 박제 됨 ㅎㅎㅎㅎㅎ 당시엔 화가 난다기보단 그냥 웃겼음. 사실 지금도 화가 난다기보단 그냥 웃김. 대체 왜 그런복장으로 남편 이종사촌의 결혼식에 오고싶었을까 지금생각해도 그저 @.@ 하며 웃길 뿐.
웃긴 후일담이라면 그 결혼식 이후 우린 만난적이 없고,
10년 뒤 내 시아버님의 장례식이 있었음. 그 장례식에 울 시어머님의 언니이자 그 봉황비녀의 시어머니 되시는 분은 검은색 망사 레이스 상의;;;;를 입고 조문을 오심. 당시는 늦봄-초여름에 막 접어들 시점. (우아한 서양식 상복의 레이스 상상했다면 노노노… 70 다 되신 분이 몸에 딱 붙는 티셔츠의 팔과 쇄골부위 망사인 티셔츠에 살이 터져나갈듯 딱 달라붙는 검은 바지를 입고 오심. 젊은 사람이었다면 아 섹시하게 입고 클럽 가시려나 할 ㅎㅎㅎ팔과 가슴께로 비쳐보이던 그 아른대는 누런 살결이라니…;;;)
그냥, 아 고부간에 옷차림으로 서로 눈살 찌푸리고 싸울일은 없겠다 하늘이 내린 고부일세 하고 말았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