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건강방에 올리려다가 여기에 올림
핫게 간 초등학생 게시물에 줄줄히 달린 정신질환자와 정신병동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 같아서 조금 상처받음
물론 나는 대학병원입원이고 대학병원은 돈은 비싼대신 시설도 좋고 생각보다 대우도 좋아서 다른 사람 경험과 다를 수 있음.
내 병명은 조울증이고, 큰사고를 치면서 중환자실에 가게 됐음
큰 사고라는 게 다른 사람한테 해코지를 한 건 아니고 내 개인문제
중환자실에서 나온 다음 바로 폐쇄병동 입원하라고 해서 일단 집으로 온 다음에
다른 병원 폐쇄병동으로 병동에 입원하게 됨.
이유는 병원이 가까워서 집에서 사식 넣어주기 편해서였음
코로나 기간이라 면회랑 외출은 안되어서 면회 외출 생각 안 하고 오로지! 오로지 사식만.
코로나 기간이에서 폐쇄병동에 들어가기 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은다음 병동에 입원하게 됨
모든 위험물건은 전부 수거해 감
내가 입원한 병동은 심지어 연필과 펜, 연습장에 붙어있는 철사까지 다 안됐음
대신 펜과 종이는 일단 안에 들어가면 보호사에게 확인받고 빌릴 수 있음
아 휴대폰도 안됨 (되는 곳도 있다함) 책은 됨.
폐쇄병동은 당연히 다른병동과 분리되어있고 보안장치가 달린 두꺼운 문이 달려있었음
처음에 정신병자들과 같이 생활해야한다는게 너무 겁이 났음 내가 정신병자인데도
나중에 말을 들어보니까 먼저 와있던 미성년자 환자들이야말로(소아청소년과가 있는 곳이라 중 1 중2 이런 애들이 있었음) 내가 무서웠다고 함.
짐을 풀고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병동내 시설,
샤워실 치료실 안정실 샤워실 휴게실 이런 데를 돌아봤음
전화는 휴게실에 있었는데 콜렉트콜만 됐음
(병원따라 집에서 카드 사주면 카드로 전화거는 병원도 있다함 근데 내가 입원한 곳은 카드도 위험 물건으로 판단해서 불가능했음)
입원실은 2인 1실이었고 2인 1실이다보니 넓고 쾌적했음
짐을 다 풀고 병동 생활을 시작함.
병동에서는 몇가지 지켜야 할 사항이 있었음.
1. 다른 사람 병실에 들어가지 않는다
복도에는 CCTV가 있지만 병실에는 CCTV가 없어서 혹여나 병실안에서 일어날 사고를 막기 위해서였음
복도가 일자로 되어있고 왼편에 병실이 죽 늘어선 구조였는데 그 복도 끝에서 보호사가 지켜보다 다른 사람 병실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제지함
2. 음식을 나눠먹지 않는다
일단 코로나 기간이기도 했지만 그 때가 아니라도 내가 입원한 병원은 음식 못나눠먹게 했음(음식 나눠먹어도 되는 병원있음)
이유는 음식을 강제로 빼앗아 먹는 경우나, 주기 싫은데도 압력에 못이겨 주는 경우가 있어서였음
3. ㅈㅎ나 ㅈㅅ에 대한 내용을 말하면 안 된다
우리 병동에는 청소년이 꽤 많았음 14명 정도 입원해있었는데 6명정도가 청소년이었던 듯
그리고 대부분이 거식증 혹은 ㅈㅎ로 들어온 아이들이었음
아이들이 호승심이 들어서 막 자랑하고 떠들어 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애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싶으면 보호사 선생님이나 간호사 선생님에게 이야기 해야했음
내가 다닌 정신 병원의 시스템은 도착한 날부터 검사+일상생활+교수님회진+전공의 선생님이랑 상담 이렇게 이루어졌음.
일단 뇌 엠알아이를 찍고(종양이나 이런 문제로 정신질환 비슷하게 올 수 있으니까.)CT도 찍고, 풀배터리 검사도 하고, 인지 검사도 함.
풀배터리 검사는 엄청 비싼데;;;
몇백개의 문항을 체크하는 체크리스트와 블럭맞추고 도형 그리고 등등의 웩슬러 지능 검사 그 물감 접었다 편 것 같은 로르샤흐 테스트 이런걸로 이루어져 있음,
이걸 며칠에 걸쳐서 검사하고, 인지검사도 함.
나는 풀배터리 검사를 안하고 들어가서 한 거고 이미 한 사람은 결과지만 필요함
당시 내 상태가 안 좋아서 인지 능력은 처참했고 지능검사는 항목중 일부가 너무 낮게 나와서 아이큐 130, 140 뭐 이런 식으로 나오지도 못함
로르샤흐는 나름의 내적 논리는 있으나 과장되고 복잡하고 뭐 어쩌구 이렇게 나옴
인지능력은 검사하면서 졸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졌으니....엄청 망함
이 검사는 결과 나오는데 한 일주일 걸린 거 같음
어쨌든 병동 생활을 시작함
아침에 일어나서 밥먹고-약먹고-점심먹고-약먹고-저녁먹고-방검사하고-약먹고-자고의 반복
병동생활은 진짜 심심함......일단 폰이 없기 때문에 인터넷을 못함 더쿠를 들어올 수가 없었음
근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인터넷 못하는 건 그냥 티비 뉴스 보는 걸로 때우고 남는 시간에는 수다 떨거나 책을 봄
환자들은 성별 연령 직업 병까지 다 다양했음
(다행히 내가 입원해 있을 때는 크게 소란 피우는 사람이 없었음 다만 소소한 소란들은 꽤 있었음. 그때마다 심장이 월렁벌렁)
청소년들은 adhd에 겹쳐진 청소년우을증이 많았고, 어른들은 조울증 조현병 알콜중독 우울증......
청소년 우울증이 위험하게 온 아이들이 많아서 이 병원은 성인 환자보다 청소년들이 병이 더 깊어보였음
일단 성인 환자들은 조용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이들은 안그랬음
하루걸러 하루 소소한 소란을 일으키고 그 때마다 안정실로........
정신병원을 다룬 영화나 소설보면 막 환자가 난동을 부리면 팔을 결박해서 침대에 묶어버리고 그러잖아
그런 경우가 없진 않은데 팔까지 묶은 건 못봄
안정실(사방에 스펀지 같은 걸로 되어있음)에 넣고 일단 간호사 선생님이나 전공의 선생님과 대화를 해서 안정시킴
너무 심한 청소년의 경우 부모님이 상주하는 경우가 있었기에 부모님이 들어가서 안정시키기도 함
그래도 안 되면 주사 ㅇㅇ
정말 매일 난동을 부리는 사람의 경우 씨씨티비가 달려있는 1인 병실로 들어갔음
난 정말 얌전한 환자여서 안정실 안 가봄
내가 입원한 병원은 교수님을 자주 만날 수 있는 곳이었음
하루에 한 번씩 매일 교수님이 진료를 하셨고 (약 10분간 면담, 심한 사람은 그 이상 면담)
매일 전공의 선생님이 한 시간 정도 상담을 했음.
교수님도 여자분 전공의 선생님도 여자분이셨는데 엄청 다정하고 친절한 분이라 상담을 정말 잘해주심
비록 약물은 나랑 맞지 않았지만(약이 나한테 너무 약했음) 상담이 내 내면의 분노를 가라앉히는데 큰 도움이 됨
그외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음
원래 프로그램이 있는데(교수님과의 티타임, 그림치료, 음악치료 이런것들) 코로나 때문에 못했음 외부 사람들이 들어와야하니까 이게 안됨
간호대학교 실습생이나 의과대학 실습생이 실습차원에서 했는데 재미없었음
학생들은 나가고 들어갈 때마다 간이키트했음 매일 코를 쑤시는 고통을 감내.......
사실 코로나 전에는 프로그램도 있고 산책도 있었다는데 그것들 다 못하고
산책이라고 하는게 휴게실까지 내려가서 휴게실에서 병원 정원이나 내려다보는 정도?
그래도 탁구도 치고 노래방도 하고(주말 특정한 시간만 가능-난 매 시간마다 안예은 노래를 불렀고, 다들 내 노래를 좋아함) 아날로그하게 놀았음
뜨개질을 좋아하는 나는 뜨개질이나하면 딱 좋겠다 생각했지만 불가능
그러다보니 먹는 기쁨에 집착하게 됐는데
오빠랑 엄빠한테 전화해서 먹고 싶은 거 있을 때마다 울부짖음
근데 이게 또 까다로운데 우리 병동이 1n층인데 그걸 들고 올 수가 없고
1층에서 보안요원한테 맡기면 보안요원이 들고 올라오는 시스템
나는 주로 오빠가 사식 넣어주는 일을 했는데 아이스크림이니 과일이니 음료수니 초코파이니 엄청 사다 나름
돌이켜봐도 오빠에게 매우 감사함
어쨌든 삼시세끼 잘먹고 간식까지 엄청 먹은 바람에 살이 쪄버림ㅜㅜㅜㅜㅜ
안 그래도 조울증 약이 살을 찌우는데 많이 먹어서 급속도로 증가
그렇게 평안한 n주를 보내고 나는 퇴원하게 됨
퇴원할 때 진짜 너무 신났음
한편으로는 정든 정신병 동지들을 두고 가서 마음이 짠했음
그러나 병원비 결제할 때가 되니 마음이 더 짠하고 피눈물이 흘렀음
얼마냐고? 한달에 약 500만원ㅋㅋㅋㅋ가까이라고 보면 됨
물론 대학병원이라 그렇고 우리가 아는 뭐뭐 정신병원 이러면 한 달에 80만원 90만원 이럼
제일 좋다고 정평이난 성 안드레아 병원(지금은 적자 너무 커서 폐업)은 한 140만원 정도였다고 들음
사실 정신병원 멤버들 아주 개성적인 사람이 많았지만 언급은 실례라고 생각해서 하지 않겠음
여하튼 정신병원이 무슨 교도소처럼 사람 가둬놓고 그런데만 있는 건 아님
물론 비 인권적인 곳이나 시설이 안 좋은 곳도 존재함.
그런데 꼭!! 그런 병원만 있고 꼭!! 미쳐 날뛰는 환자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거
무슨 범죄만 나오면 정신병이라고 하는 것도 좀 그럼
중증 정신질환자(조울증, 조현병)의 강력범죄 확률은 비 정신병자의 범죄 확률보다 낮음
비정신병자에게 정신병자라는 낙인을 찍는 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행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범죄자에게 정신질환자라는 면죄부를 주는 행위기도 함
핫게간 아이에게 정신병적 문제가 있을까? 그건 모름 확인되기 전까지 정신병 라벨을 붙이는 건 아이에게도 다른 정신질환자들에게도 실례라고 생각함
여하튼 여기까지 나의 폐쇄병동 탐험기였음
그리고 그 이후
나는 당연히 병이 싹 낫진 않음. 나와서 조증까지 옴(조증은 단순히 말해서 뭐든 과장되는 증세인데 예를 들어 쇼핑을 수백 수천만원 한다거나, 세상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고 온갖데에 시비를 건다거나, 내가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사업을 하면 대박칠거 같아서 사업을 벌인다던지 성생활이 문란해진다거나 성욕이 폭발한다거나 환상이나 망상에 시달린다거나 등등 1형 2형이 있지만 일단 그건 복잡하니까 걍 두고 )
조증이 또!!심했기에 결국 병원을 옮김.
새로 옮긴 병원 선생님이 엄청 유명한 분인데 정말 진료를 잘보고 약을 잘 쓰심 이분 덕에 거의 정상 사람처럼 살고 있음. 다들 나한테 명의 만났다함
나랑 맞는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서 운이 좋은 케이스로 꾸준히 진료받고 있음
이 글을 보는 정신질환 환우가 있다면 약 잘먹고 치료 잘받고 상담 잘 받기를 바람
임의 단약은 하지 말고 약 잘먹자
그리고 이 글을 보는 정신질환자 환우의 가족에게 축복이 있길 빈다.
후기 ㅈㄴ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