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말않고 스펙 : 건동홍 영문 2.99(!), 토익 955, 증권투자동아리 활동, 공모전/수상 X 인턴 X
이게 전부임
동아리는 2학년 2학기부터 했고 활동하는 내내 같은 전공자가 없었음. 주식투자 배우는 동아리인데 투자엔 관심없고 경제 배우고 싶다고 하며 들어감.
나중에 알고 봤더니 원래 떨어뜨리려 했지만 재밌어 보인다는 이유로 뽑힘.
부모님께서 가게 하셔서 동아리 하는 내내 맛있지만 비싸서 안 팔리는 과자 나눠주며 이런 거 매점에서 돈주고 사먹지 말라고 윽박지름. 아침 8시에 신문스터디 했는데 당연히 아침 못 먹고 오는 애들 많았거든.
활동 열심히 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이 만드는 보고서들 똑같이 만들고 토요일에 학교 나와서 발표도 자주 했어. 동아리방에서 밤새가며 보고서 쓴 적도 있음.
대학교 4학년 슬슬 취업 준비해야 할 때 정작 뭐해야 할 지를 몰랐음. 실전투자 안 하니 동아리 친구들처럼 트레이더나 애널리스트를 지망할 수는 없었음
그 때 공무원 준비하던 오빠 (나중에 합격함) 나한테 막연하게 공무원 세무직 권유함. 세무직인 이유는 티오가 많은 만큼 커트라인도 낮고 또 너는 영어가 되니까 유리하다~~ (오빤 영어 못함)
음 그런가 하며 공무원 학원 등록했고 공무원 영어 잘 한 건 맞지만 한국사에서 대차게 죽쑴.
고등학교 때 국사 선생이 식근론자였어서 당시 친구들 나처럼 역사 과목 아예 빼거나 인강 들으며 알아서 공부함.
역사 과목 어떻게 뺀 거냐고 물을 수 있는데 라떼는 지금처럼 한국사 필수 아니었어서 안 해도 대학 갈 수 있었음
그 때로 인한 역사에 대한 흥미와 지식 부족 (매국노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님) + 공무원 한국사의 지독하게 지엽적인 문제 출제로 빠르게 흥미 잃음.
우리 어머니 나한테 너 한국인 아니라고 드립치심.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고 원래 드립 잘 치심
그렇게 공시 2년 하고 이대로 가면 고시낭인밖에 더 안되겠다 싶어서 과감하게 그만둠. 드립치시던 어머니 이 때는 잔소리 좀 심각히 하셨음
영어에 고통받다 공시 그만둔 사람은 많아도 한국사 때문에 그만둔 나 같은 사람은 많지 않을걸?
대학교 남들보다 2년 늦게 들어가서 내가 동기들보다 1~2살 많음. 공시 그만두니 스물여덞임
세무직 준비했던 것 바탕으로 국비학원에서 전산세무 과정을 듣기로 결정
공무원 세법 + 회계학보다 확실히 쉬움. 자격증 따고 학원 취업실장이 자기소개서 첨삭해주신 것까진 좋았음.
그런데 제일 중요한 취직이 문제였어
학원이랑 취업센터에서 기업들 알선해주지만 거의 최저임금임.
뭔가 아니다 싶었던 나 '세무사사무소 취업' 검색해보고 나서 진상을 깨달음. 실질임금이 최저임금 이하엔 거에 크게 경악하고 사무소들은 안되겠다며 기업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함.
마침 실장도 내가 영어 잘 하니 (당시엔 토익 970이었음. 점수 갱신할 때 오히려 내려감) 외국계가 좋겠다 함. 영문 이력서 요구하기도 하는데 내가 알아서 번역해서 냄
희망을 가져봐도 줄줄이 서탈함. 처음엔 괜찮아 괜찮아 해도 그게 수십군데가 되니 스트레스가 쌓임. 어머니도 더 이상 드립 안 치심
꼭 외국계만 노리진 말자! 경력 쌓고 이직하면 될 거 아님?이어도 경력을 쌓을 수 있어야 이직을 하든가 말든가 하지
전산세무 자격증만 들고 있는 나이 많은 비전공자를 회계직으로 뽑아주는 기업은 없었음... 면접은 꽤 많이 봤는데 안 뽑아주더라
나중엔 반쯤 포기해서 그냥 부모님 하시는 가게 일 도우며 살았음. 부모님께서 가게 물려주는 거 진지하게 고려하셨을 정도
하지만 언제까지나 가게 일만 하며 살긴 그래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다시 곰곰이 생각을 해봄.
책 안 읽는 사람으로 살기도 싫어서 작년 가을부터 전자책들을 손이 가는 대로 읽었음. 소설은 하나도 안 읽었고 비문학 책들만 봄.
그러면서 공시랑 (지금은 이름 바뀐) 취성패 하는 기간 동안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는 게 좋았어.
내가 3년 가까이 세상 일을 잘 모르고 살았구나 살짝 후회함. 뉴스는 꾸준히 봐오긴 했지만 책에는 뉴스엔 없는 것들도 있었거든.
그러다 위에서 말한 동아리 시절까지 생각나며 리서치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음.
리서치 일은 투자 안해도 할 수 있으니까 그 정도면 할 수 있겠다 생각함. 통계 몰라서 여론조사는 무리라 생각했고 시장조사를 뽑아만 준다면 하는 게 맞겠다고 드디어 감을 잡음. 그게 올해 3월임...
세무회계 직무 취직은 1년 이상 죽쒔지만 리서치 회사는 면접 2군데만에 붙었고 다음주에 첫 출근함. 취직 축하 선물로 노트북 바꿔서 행복해
일하면서 또 뭔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최근 3년간 실업자 신세로 있던 것보단 나음
여기부터는 면접 봤던 후기들임. 기억 나는 경험들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단 마음으로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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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와이파이 라우터 만드는 중국계 기업
여기가 생애 처음으로 면접 본 회사임. 사무실 바닥에 제품들 늘어져 있는 등 조금 난잡해서 첫인상 안 좋았음.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했고 그냥저냥 했는데 공고에도 없었던 2차 면접 언급하며 2차 면접은 안 할 거라고 함. 즉 그 자리에서 바로 불합격 통보 받은 거임.
회사 다이어리를 줬는데 표지에 2019라 음각되어 있어서 황당했어. 당시는 2021년 여름이었는데;;;;
2. 마이너한 프랜차이즈 관리하는 스타트업
이러이러할 때 분개를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대답을 잘 못했음. 압박면접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내가 부족해서
세무, 회계 지식은 휘발성 많이 강해서 정말 꾸준히 공부해야 함. 매년 세법이 바뀌는 것도 있지만 조금만 소홀히 해도 빨리빨리 잊어먹음.
회계 쪽으로 면접 본 기업들 중에선 가장 실용적으로 뼈맞은 면접이었어
3. 하청받아 콜센터 운영하는 중소기업
탕비실;;에서 면접봤는데 녹색 부직포에 유리 깔아놓은 테이블 위에 물때 있어서 여기도 1번처럼 첫인상 안 좋았음.
원하는 연봉을 물어보길래 2800 불렀더니 다른 지원자 중에 3년차가 2600 불렀는데 무묭씨같은 신입에겐 2800 줄 수 없다고 함.
기분 상해서 그 뒤로 대충대충 대답하고 내가 반드시 여기보다는 좋은 데 가겠다고 다짐하며 나옴.
지금 생각해보면 2800 부른 게 웃기긴 하지만, 대놓고 다른 사람이랑 비교하는 게 빈정 상했음. 지원자한테도 이러면 아랫사람에겐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 거잖아
이 회사는 비록 내가 근무하지는 않았으나 과거의 나의 기준점이 되었단 점에서 의미가 있는 데고, 그리고 다짐대로 더 좋은 데 가는 거 성공함.
남하고 비교할 거 없고 과거의 자신과 비교해서 더 나으면 된 거임.
4. 수상할 정도로 연봉이 높은 회계사무소
회계사무소는 보통 초박봉이지만 여긴 신입에게 3천 이상 주는 기이한 사무소임.
다른 사무소들 대비 업무가 좀 이질적이라 높은 토익 점수를 요구했고 역시나 영어로 자기소개 시킴. 하지만 대부분의 면접 자체는 한국어로 함
1시간 반 가까이 길게길게 봤고 기억나는 점이 있다면,
자기들은 대졸만 뽑는다며, 8시 퇴근 보장하는 대신 야근하게 되면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며 야근수당 없다고 못박았다는 점임
하지만 그런 단점을 상쇄하고 남을 정도로 업계 기준 초봉이 높음.
또 무묭씨는 면접 보실 때 자신감 있게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도 해줌. (이게 너 불합임ㅋ이란 신호일 줄은 나중에서야 앎)
구직활동 기간이 장기화되면 몇달 전에 공고 냈던 기업이 또 내는 게 보이는데, 그런 기업엔 가지 않는 게 좋아.
3번 회사랑 평범~안 좋은 세무회계 사무소들은 그렇지만 여기는 지금까지도 공고가 안 올라옴. 나 대신 뽑힌 사람이 지금까지도 잘 일하고 있을 듯?
5. 리서치 업계로 가겠다 결심한 뒤 처음으로 면접 본 회사
여기부터는 후기 자세하고, 또 1~4때와는 달리 동아리 시절 작성한 보고서들을 포트폴리오 삼아 제출함.
국비학원 실장이 도와준 자기소개서는 아무래도 회계 직무 기준으로 쓰여서 직종 바꾸기로 한 이상 자소서도 당연히 고쳐야 했음.
마침 이 기업은 지정해준 양식이 있어 거기에 맞게 새로 작성함.
성장 과정, 성격의 장단점 같은 과거 부분은 거의 안 고치고, 입사 후 포부 같은 미래 부분은 아예 새로 쓰는 식으로 새 자소서를 만듦.
이메일로 서류 합격 통보를 했는데 문제는 이 회사 이메일이 스팸함으로 분류되어 와 있었고, 내가 면접 참석 여부를 통보해줘야 하는 시한을 놓친 상태였어.
다음주 목요일과 다다음주 화요일 중 골라 금요일 낮까지 알려줘야 했는데, 토요일 밤에 이메일을 발견함. 그것도 스팸함에서;;;
스팸으로 분류되어 있었어서 이메일 확인이 늦어 죄송하다, 다다음주 화요일에 참석하고 싶다고 일단 답장하고,
이메일에 담당자 연락처 서명이 있어 일요일 오전에 혹시나 해서 전화해봤는데, 의외로 받음.
회사 전화를 직원 폰으로 연결한 거라며, 그리고 내가 사정을 구구절절 하소연하니 월요일에 이야기해보겠다 함.
그 다음날 이메일이 제대로 왔는데 무묭씨의 사정을 이해한다며 면접 보는 걸로 됐음.
면접도 있지만 테스트도 있었는데, 간단한 번역 테스트랑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영향을 쓰는 문제였음. 어렵진 않았지만 내가 제한 시간 조절을 잘못해 번역에만 공들이고 우크라이나 사태 문제는 답을 알았는데도 거의 못 씀
그러고 1대 다로 면접 봤는데, 난 나 쪽이 1이고 면접관이 다일줄 알았는데, 그 반대로 지원자 쪽이 다였고 면접관이 1이었음.
각자 자소서 내용에 맞춘 개인 질문도 있었고 공통으로 받는 질문도 있었는데, 그 공통 질문 중 하나가 작년의 무역 이슈를 이야기해보란 거였음.
다른 지원자들은 잘 모르겠다며 다른 이야기 하거나 재재작년~재작년까지의 반도체 이슈를 이야기했는데, 마지막 순번이었던 내가 요소수 대란 생각나서 그거 얘기함. 다른 건 나도 생각 안 나서 앞 지원자들이 선수칠까봐 조마조마했었어. 질문에 맞게 대답한 사람이 나 1명밖에 없었음
그거 때문에라도 내가 되겠다고 기대했는데 1주일 뒤 불합격 이메일 받음. 낙담해서 다른 회사 찾아보자 했는데 그 회사 공고가 똑같이 또 올라와 있는 걸 발견함. 나 말고 다른 지원자를 뽑은 게 아니라 아무도 안 뽑았던 거임
아마 나는 면접이 아니라 테스트를 망쳐 떨어진 거 같긴 한데, 제일 우수한 사람이 아니라 회사에 제일 잘 맞는 사람이 뽑히는구나라고 생각했어
6. 또 다른 리서치 회사 (최종합격)
이 회사는 5번과 달리 면접을 두 번 봤음. 1차 때 영문학 전공이라는 이유로 제일 좋아하는 문학 작품이 뭐냔 질문을 받았는데, 대학 졸업 후 문학을 읽은 적이 없어 잠깐 당황함. 도서관에서 빌려가며 읽은 작품인 커트 보네거트의 '고양이 요람'을 얘기했는데, 영어로 답하는 중이었는데 (처음엔 한국어로 면접함) 제목을 요람만 기억한 거임. 설상가상으로 요람은 영어로 cradle인데 curdle이라고 발음함. 그리고, 좋아하는 작품이랍시고 말했는데 제목도 다 기억 못한다면 말이 안 되잖아. 그래서 5번 회사 면접 봤을 때와 달리 완전히 망쳤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1차 합격함.
1차 면접은 화상면접이었지만 2차는 회사로 직접 가야 했음. 사장님과 직접 면접했는데 부모님 무슨 일 하시냐는 질문을 받아 2차 당황했지만 솔직하게 저희 부모님은 가게 운영하시고 저는 가게 일을 돕습니다라고 대답함. 꼬리물기 식으로 계속 이야기했는데, 편의점 알바 해봤으면 알겠지만 경험이 쌓여야 담배 진열 위치 외워짐. 그렇게 이야기 계속 하다 담배 잘 찾는다고 했더니 칭찬받음. ?
담배 파는 게 업무인 건 아니니까 되돌아보면 2차는 사실상 인성 면접인 것 같은데 편안한 분위기였음.
마지막 질문이 무묭씨는 왜 그동안 떨어져왔다고 생각하시나요였는데 나는 경력이 없는 게 큰 것 같다, 그러나 이미 그려진 그림에 덧칠하는 것보단 백지에 그리면 원하는 대로 그릴 수 있는 것처럼 제가 이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면 업무 방식에 잘 적응할 수 있다, 동아리 할 때도 그랬다(앞서 나 혼자 영문과였지만 증권투자동아리 활동 무리 없이 잘 했다고 이야기함)고 했더니 연봉 테이블 얘기해주며 언제부터 출근하실 수 있냐고 들음. 100% 내가 원하는 대로 조율하고 그렇게 입사 확정. 안녕히 계세요 하고 나와서 나 자신도 믿기지 않아 양손에 피 묻은 것마냥 벌벌벌 떨음. 5번 회사는 공고에서부터 초봉 액수가 나와 있었고 6번 회사는 면접 자리에서 처음 액수를 들었는데, 동일함. 그리고 거리는 6번이 훨씬 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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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에는 당연히 이 이야기들은 없음. 그리고 미래에 경력 자소서를 쓴다면 그 때까지 일하며 겪은 것들 위주로 쓰게 되겠지.
그런데 내 취준 경험 뒤돌아보니 웃긴 면도 있고 분했던 기억도 있고, 취준 중이거나 곧 취준할 덬들에게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취준 소개서 쓴단 느낌으로 적어봄
면접 준비는 스터디, 컨설턴트, 멘토 그런 거 없이 나 혼자 했고, 영어 실력은 중딩 시절 외고 입시 거쳤고(떨어졌지만) 영미권 커뮤니티에서 활동한 적 있어(지금은 안 함) 영작 막힘없이 하는 정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