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방에 있다 보면
참 많은 사람과 이야기
그리고 생각들이 오가는 걸 볼 수 있어.
그걸 하나하나 보고 있다 보면
세상의 고민은 이토록 다양하구나.
또 한 편으로는
결국 사람 사는 건 거기서 거기구나.
느끼곤 해.
아마 여기 덬들의 평균보다
밥도 많이 먹고, 나이도 많이 먹고,
삶의 경험치도 많은 라떼덬이라 그런거겠지?
각자의 고민과 걱정을 짊어지고
후기방에 하나 둘 풀어 내는 모습을 볼 때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
얼굴도 모르지는 사이지만
후기방 동지라는 이유로 마냥 응원하게 돼.
내 지난날의 경험이
도움이 될까 싶은 글에는
종종 댓글을 달기도 했어.
그러다가도
가슴에 팔뚝 만한 대왕 고구마가
턱하고 걸린 듯
갑갑함이 밀려드는 고민글을 볼 때가 있어.
그건 바로 인생 망했다고
땅땅땅 도장찍듯 결론 내리는 글들이야.
시험을 망쳐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싸라서,
취준생 인생 못 벗어나서,
사회 부적응자라서,
모아둔 돈이 없어서,
넘치는 살에 외모 콤플렉스까지 있어서,
남들 다 있는 명품 가방 하나 없어서,
꿈도 미래도 없는 백수라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지 못해서,
인간관계가 엉망이라서,
노후 준비를 못해서 등등
온통 실패투성이라서
이번 생 망했다고 좌절해.
쭈욱 보고 있으면
얼마나 힘들면 이런 글을 올릴까?
안타까움이 밀려와.
근데 있잖아.
생각보다 사람 인생 쉽게 안 망하더라고.
진짜 망하는 사람은
자기가 망해가는 줄도 몰라.
똥통으로 굴러가는지도 모르고
세월아 네월아 하거든.
지 인생이 썩어 문드러지는 냄새에 무감각해.
남의 인생에 이제 막 핀 곰팡이 보고 지적하기 바쁘거든.
근데 이미 덬들은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있는 거야.
내 인생 ㅈ되어 가는 구나
재빨리 눈치챈 거야.
이미 그 자체로 망하는 인생에서
백스텝 하고 있는 거야.
얼마나 대단하니?
보통 사람들이 고민 이야기를 할 때,
정말 답을 몰라서 묻는 게 아니잖아.
대부분은 정답을 잘 알고 있어.
다만, 내 눈에는 흐릿해서
누군가가 찍어주는 확신의 도장이 필요할 뿐.
여기에 고민을 풀어 놓는 걸 통해
내 생각과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 받고 싶은 거지.
결국 넌 할 수 있어.
니가 생각하는 것만큼
네 인생 그렇게 최악은 아니야.
이 말을 듣고 싶은 거잖아.
남한테 듣는 것도 중요한데
가장 효과 빠른 건
누군가의 입을 통해 나오길 기다리는 그 말을
내가 나에게 해주는 거더라고.
자주. 많이. 충분히 해줘.
그래도 돼.
수렁에 빠진 나를 구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니까.
내 인생 망했어라고
포기하고 단정 짓지 말고.
차라리 나 힘든데 응원해 줘!
덬들의 응원을 들으면 이 ㅈ같은 세상!
힘내서 살아 볼 수 있을 거 같아.
라고 얘기 해줘.
망할 위기에 처한 덬들에게
응원이 필요하다면
다음 생의 내 운을 미리 끌어다
몽땅 몰아줄테니까.
절망하지 말아줘.
단념하지 말아줘.
힘을 내서 살아줘.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한 분명 만나게 될
빛나는 미래의 너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