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먹다가 뉴스에서 쓰레기집에 방치된 애들이 나오더라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쓰레기집에 방치돼서 애엄마는 아동학대로 조사받고 애들은 친부가 데려간다고 했었나 그랬음
나도 그런 집에 우연히 들어가본 적이 있어서 어제부터 계속 그때가 생각남
3년? 4년 전쯤, 대학교 다닐 때고 그때 우리 가족이 좀 못사는 다세대주택 동네에 살았음
환경도 개판이고 주차문제도 심했지만 나는 전에 살던 집보다 학교가 엄청 가까워서 그럭저럭 만족하면서 있었음
그날이 정확하게 기억나는 게 충격도 충격이지만 비 오는 날이라서
우산을 안 들고 갔지만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 집까지 뛰면 3분도 안 걸려서 빠른 걸음으로 집에 가고 있었음
우리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 있는 집에 다다를 즈음에 초등학교 3~4학년 정도로 보이는 남자애가 자기 집 대문 앞에서 얼굴 내밀고 나를 부름 (이 집은 단독주택이었음)
뭔 일인가 해서 얘길 들어보니까 애가 집 안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나한테 핸드폰을 빌려달래
잠깐이면 되겠지 싶어서 애한테 핸드폰을 빌려주고 비 안 맞으려고 그 집 대문 바로 앞에서 서있었음
근데 애가 한참이 지나도 안 나와
그때 밥을 안 먹어서 나도 빨리 집에 가고 싶으니까 대문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 그 집 현관문 두드림
와중에 밖에 개도 있는데 개는 밖에서 비 맞고 있음 저럴거면 개를 왜 키우나 속으로 욕하고...
솔직히 애가 내 핸드폰으로 뭔 짓 하고 있는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문 두드리니까 얼마 안 돼서 나오더라고
내가 이제 집에 가야 한다, 같이 찾아보고 없으면 부모님 올 때까지 기다려보자 했는데 애가 별 경계심 없이 현관문을 열어주더라고
그리고 현관문이 열렸을 때... 지금 내 핸드폰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싶을 정도로 경악함
들어가지도 못하고 현관에 계속 서있는데 애가 들어와도 된다고 해서 신발 벗고 들어감. 집에는 애 말고 아무도 없었음
배달음식 잔해에, 신전떡볶이 시켜먹고 국물 남아있는 포장 껍데기가 그냥 바닥에 널브러져있음
마시고 남은 페트병 음료수가 뚜껑도 안 닫힌 채로 끝도 없이 내팽개쳐져 있고
온갖 생활쓰레기들을 사용하고 그냥 바닥에 내버려둔 게 쌓이고 쌓여서 완전히 개판이었음
거실은 사람 지나다니는 길을 제외하고 다 쓰레기판
누나 방이라고 하는 데에는 중학교 교복 널브러져있고 거기도 온통 쓰레기장에 그 틈에 로드샵화장품 몇 개...
부모님 방 같은데는 침대까지 쓰레기가 한가득했음.. 잠은 대체 어디서 자는건가 싶을 정도로...
인터넷에서 청소업체 후기로만 보던 쓰레기집에 실제로 들어와보니까 걍 말이 안 나오고 그땐 빨리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났음
그래서 내 핸드폰으로 걔 전화번호 눌러서 전화를 몇 번 걸었는데도 핸드폰이 무음인지 뭔지 연결음만 들리고 묵묵무답
부모님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겠다고 완곡하게 말했는데도 애가 계속 찾아야겠다 고집을 부림
그래서 그 뒤에도 전화를 걸었는데도 당연히 벨소리 안 들리고,,,
와중에 애가 하는 말을 계속 잘 들어보니까 애가 말도 어눌하고 횡설수설하고 좀 그랬음...
부모님 일하러 가셨냐 물어보니까 엄마는 누나랑 영화 보러 갔다고 함
아빠는 멀리 일하러 갔다는데 이혼은 절대 아니라고 몇 번을 반복
학교에서는 괴롭힘 당하는 것 같았음...
존나 아이러니인건 그집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외제차 끌고다니는 집이었음
자세히는 못 쓰지만 그집 아줌마가 밖에서 유난을 많이 떨어서 이웃들이랑 마찰이 있기도 했고
그런데 실체를 확인하니까 추접스러워서 말이 안 나오더라
결국에 핸드폰 못 찾고 나는 집 가려고 내 핸드폰 챙겨서 나옴
나가는 길에 그 집에서 키우는 개를 다시 자세히 봤는데...
누가 봐도 지저분한 플라스틱 개집만 덩그러니 있고, 밥그릇 비어있고, 물그릇 없고, 개집 주변에 배설물 최소 며칠 이상은 안 치운 게 널려있음
개는 비 맞고 있고 미용 당연히 안 되어있고 짧게 묶여서 이도 저도 못하는 상태
종은 모르겠지만 소형견이었음...
핸드폰 확인했는데 정말 자기 핸드폰 찾으려고 전화 여러 번 건 게 다였어
집에서 부모님한테 얘기했지만 걍 딱하다고만 했지, 이후 대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함
어제 뉴스에 나왔던 아이들은 친부가 경찰이랑 양육환경 확인하고 친부가 데려가는 걸로 결론 난 것 같았는데...
방치당하고 학대당한다고 애들이 직접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런 아이들이 주변에 분명히 있다는 걸 실감하는 한편...
나도 그때 되든 안 되든 아동학대로 신고해보는 게 낫지 않았을까 계속 생각나고 후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