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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간 주안이라는 영화관 가본 후기 (+영화 메기 후기 ㅅㅍ)

무명의 더쿠 | 10-27 | 조회 수 3716
작문 수업에서 영화 메기 관련 레포트를 쓸 예정이라 영화 메기를 봐야 했음
근데 독립영화라 상영하는 곳이 몇 군데 없더라구
그러다 주안에 영화공간 주안이라는 독립영화 상영해주는 작은 예술영화관이 있다는걸 알게 됐음
한 층밖에 없고 관 4개가 전부인데 국내외 예술영화,독립영화만 상영하는 거 같더라
그래서 가봤는데 의외로 분위기가 되게 좋았음

https://img.theqoo.net/HQjVs
엘리베이터 타고 7층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이렇게 상영중인 영화 목록들이 보임
벌새도 있더라 벌새 평 좋아서 보고 싶었는데 ㅠㅠ

암튼 나는 네이버 통해서 영화를 예매했는데
알고보니까 네이버로 예매하면 좌석이 랜덤으로 배정된다고
좌석 지정하고 싶으면 공식홈페이지에서 예매하랬음
영화값은 평일 6천원 주말 8천원 (매주 수요일은 5천원)인데
온라인으로 예매하면 수수료로 500원인가 붙음
독립영화 상영해주는 쪼꼬만 영화관이라 그런지 직원 두어명 빼고는 사람이 별로 없었음

영화티켓 발권하고 매점에서 코코아랑 아메리카노 시켰는데 코코아가 천원 아메리카노가 이천원이어서 ㅋㅋㅋㅋ
엄마가 옆에서 엥? 천원밖에 안해요? 이럼ㅋㅋㅋㅋㅋㅋㅋㅋ
대신 매점은 현금만 받는대 ㅋㅋㅋㅋㅋ

https://img.theqoo.net/BhWrQ
나는 코코아 엄마는 아메리카노 들고 저 테이블에 앉아서 기다렸음
잔잔하게 노래 흘러나오면서 적당히 적막도는게 되게 분위기 있어서
커플끼리 와도 좋겠다 싶었음
코코아는 맛있었구 영화 시작 10분 전부터 입장해서 앉았음
첨엔 엄마랑 나만 보나 했는데 영화 시작 앞두니까 슬슬 사람들 들어오고
한 8~10명 정도서 봤던듯
관 내부는 다른 영화관이랑 똑같았고 H열이 가장 마지막열이었나 그랬는데 마지막열이 제일 좋더라 시선이 딱 정면 느낌
상영 전 광고 없이 바로 시작되는것도 개인적으론 좋았음



--여기서부턴 영화 후기-- 스포 있음

메기 역이 천우희고 문소리가 나온다는 것만 알고 봤는데
메기가 진짜 그 메기인 줄 몰랐어 ㅋㅋㅋㅋㅋㅋㅋ
천우희 얼굴은 안 나오지만 영화 내내 나레이션을 메기가 하기 때문에 천우희 목소리는 계속 나옴
영화 자체는 뭐랄까 되게 독특한 느낌이었어
윤영이 역할의 이주영 배우도, 남친인 성원이 역할의 구교환 배우도 초면이었는데 둘다 연기도 마스크도 매력있더라
윤영이 특유의 담담한 표정과 말투가 뭔가 사람을 집중하게 만들어 ㅋㅋㅋ

영화는 믿음과 의심 사이에 놓인 사람들을 계속 비추는데
개인적으로 되게 많은 생각이 들게 했어
특히 문소리가 죄다 아프다고 결근한 병원 직원들 리스트를 보면서 거짓말은 왜 하냐고 씹는 장면이랑
성원이가 반지를 잃어버린 뒤 자기 동료가 훔쳐갔다고 의심하는 장면.
사람이,그리고 내가 얼마나 의심의 동물이던가 싶었거든
직원들의 말을 믿지 못하는 문소리에게 윤영이는 믿음 교육을 하자며,
랜덤으로 결근한 직원 두 명을 찾아가서 아프다는 말이 사실이면 앞으로는 사람을 믿자고 설득했고
처음 찾아간 직원은 정말로 아픈 거였지.
그제야 직원들을 의심하던 문소리도 두 번째는 하지 말자며 믿자고 했지만
나는 그때에도 아마 두 번째 사람은 자기만의 휴가를 즐기고 있지 않았을까 의심했거든.
첫 직원이 정말로 아팠던 건 그저 운좋게 걸렸을 거라는 생각을 했던 걸 보면
나는 그보다 더 의심 많고 사람을 못 믿는 사람이었나봐
그 뒤에 병원으로 돌아와서 총상을 입은 수상쩍은 환자를 믿지 못하는 문소리와 윤영이 모습이 현실적이면서 재밌다고 생각도 들고.

윤영이와의 커플링을 잃어버린 성원이가 동료의 발가락 반지를 본 뒤로 자기 걸 훔쳐갔다는 의심(사실은 확신)을 갖게 되는 에피소드도
과거의 나를 떠오르게 만들어서 기분이 묘하더라
의심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동료를 보는 성원이의 눈빛이 경멸을 담는 걸 보면서
불신을 키우는 건 그럴싸한 상황이 아니라 사람의 상상력이 아닐까 싶었어
언젠가 사랑이 깊어지는 건 그 사람과 함께할 때가 아니라 홀로 그 사람을 생각할 때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누군가를 향한 불신이 의심으로 싹을 틔워 무한정 몸집을 불리는 것도 혼자 의심을 곱씹는 순간 같았거든
동료의 반지가 자신의 손가락에 맞지 않는 순간 성원이는 미안함보다도 이게 안 맞으면 안 되는데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을 했어

9년 전 내 필통이 통째로 사라졌을 때 나는 내 가장 친한 친구를 의심했는데, 그리고 영화를 보기 직전까지도 확신했었어
9년 전 내 필통을 훔쳐간 건 그 애라고.
나는 의심의 근거가 아주 많았지만 (그 애는 습관적으로 남의 물건을 훔치곤 했었고, 늘상 나와 하교하던 아이인데 그 날만 갑자기 사정이 있다며 급히 자리를 떴고..)
돌이켜보면 의심의 근거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였으니까.
성원이도 아마 생각했을거야. 내가 의심할 만했다고.
발가락 반지를 끼는 사람을 본 적이 없고, 비싼 반지라는 말에 동료가 그래? 라고 했던 것 같고, 반지 찾는 걸 도울 때 대충이었던 것 같고...
누군가를 의심한다는 건 얼마나 쉬운 일인지.

믿음이 얼마나 어렵고 불신이 얼마나 쉬운가 그 생각을 가장 많이 했어
성원이의 전여친으로부터 성원이 데이트폭력을 행사하는 남자라는 말을 전해듣고,
성원과 몇 날 며칠 혹은 몇 달, 어쩌면 몇 년을 함께했을지 모를 윤영이가 그렇게 한순간에 성원이를 의심하게 되듯이.
평소에 하던 장난도 갑자기 이상해보이고,
작은 행동 하나하나 위협적으로 느껴지고,
상상 속의 성원이가 괴물이 되어버린 순간 둘의 관계는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어
내가 9년 전 친구에게 의심만으로 실망을 했던 것처럼
윤영이도 더 이상 성원이를 온전히 신뢰할 수 없을 테니까.

구덩이에 빠졌을 땐 구덩이를 더 파는 게 아니라 빠져나오라는 말이 유독 가슴 깊이 박혔던 건
나는 늘 구덩이를 파던 사람이었기 때문일거야
난 단 한 번도 마지막의 윤영이처럼 빠져나올 용기가 없었거든
세상에는 동료의 발가락 반지처럼 진실 같은 거짓이 있고
성원이의 데이트폭력처럼 거짓 같은 진실이 있는데도 말이야
사실을 마주할 용기, 나의 의심이 실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
그런 용기가 없는 나를 호되게 혼내는 영화 같았어
그래서 독특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재밌는 영화네 싶더라
나같은 용기 없는 인간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였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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