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가까스로 '관객 1억명(1억608명)'을 유지한 영화관 업계에 모처럼 봄바람이 불고 있다. 그 시작은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한 영화 '만약에 우리'였다. 예산 30억원 규모의 중소규모 영화인 '만약에 우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 246만명(이하 2월 23일 기준)을 모았다. 이어 2월 4일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는 관객 602만명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없었던 '1000만 영화'가 등장할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두 영화가 던지는 함의는 크다. '아바타'와 같은 할리우드 대작이 아니더라도 잘 만든 영화가 영화관에 걸리면 관객은 다시 찾아온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관이 살아나려면 다양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거다.[※참고: 영화관뿐만이 아니다. 영화 매출액의 60% 이상이 영화관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화관이 살아야 한국 영화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
■ 다양성 잃은 영화관 =
이하영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 대외협력총괄은 이렇게 지적했다. "영화관은 백화점 같은 곳이어야 한다.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 중 자신에게 맞는 작품을 골라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영화가 제작돼야 하는데 팬데믹 이후 투자배급사들이 신규 투자를 줄였고, 그 결과 영화관의 위기, 영화계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영화관을 운영하는 주요 대기업들이 투자배급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다. 영화 제작에 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영화관도 생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 영화시장 수직계열화 구조 = 이하영 총괄의 지적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한국 영화시장은 몇몇 대기업이 투자배급과 상영을 동시에 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로 이뤄져 있다. CJ그룹(이하 영화관 CJ CGV-투자배급사 CJENM), 롯데그룹(롯데시네마-롯데엔터테인먼트), 중앙그룹(메가박스-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이 대표적이다.
이들 대기업이 영화 신규 투자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영화관의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거다. [※참고: 롯데그룹과 중앙그룹은 지난해 5월부터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다.]
물론 투자배급사들이 신규 투자를 줄이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게 어려워진 측면이 적지 않다. 2019년 10.93%였던 한국 상업영화 수익률은 2024년 –19.27%로 하락했다. 대다수의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 홀드백 제도 효과 있을까 = 그렇다면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영화관 업계는 그 해답을 '홀드백(HoldBack)' 법제화에서 찾고 있다. 홀드백이란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한 후 OTT 등 다른 플랫폼에서 공개하는 데까지 걸리는 유예기간을 의미한다.
홀드백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영화관 업계의 목소리에 정치권도 힘을 싣고 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홀드백 제도를 법제화하는 내용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임오경 의원안案은 홀드백 기간을 6개월로, 박정하 의원안은 대통령령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까지 홀드백 제도를 언급하면서 법제화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이 대통령은 1월 21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엔 홀드백 제도가 없다는 건데… 사람들이 극장에 갈 이유가 없다. 조금 있으면 OTT에 나오는데 뭐 하러 극장을 가겠냐"고 지적했다.
관건은 홀드백 법제화가 얼마나 실효성 있느냐다. 자칫 소비자의 선택권은 저해하면서 영화관만을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홀드백'을 늘리기 전에 바꿔야 할 게 숱해서다. 언급했듯 다양한 영화 콘텐츠를 확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비싸다'는 인식이 팽배한 영화 티켓값(주말 일반관 기준 1만5000원)의 조정 과정도 필요하다.

영화인연대ㆍ참여연대가 지난해 관객 6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영화관 관람 횟수가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티켓 가격 부담(67.7%ㆍ복수응답)'이었다. "티켓 가격을 인하할 경우에 영화관에 더 자주 가겠다"는 응답자는 86.2%에 달했다.
김윤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영화관 업계는 위기의 주된 원인을 OTT에서 찾고 있는데 본질을 외면한 측면이 있다"면서 말을 이었다. "관객 중 상당수는 지나치게 비싼 영화 티켓값, 특정 영화에 편중된 상영 시간표 등 때문에 영화관을 찾지 않는다. 이런 점을 개선하지 않은 채 홀드백 제도를 도입한다면 결국 영화관만을 위한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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