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퀘어 [김도헌의 음감] '엔믹스'가 도달한 미지의 세계
57 0
2026.05.16 11:49
57 0

bDcbxG


도전했고, 입증했다. 지난 4년간 케이팝의 신항로를 개척하며 흥미로운 모험담을 써 내려가고 있는 걸그룹 엔믹스의 이야기다.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창작의 영역을 넓히겠다는 혼합의 철학으로부터 탄생한 이 팀이 걸어온 지난 4년은, 그룹을 상징하는 그들만의 음악 장르 '믹스팝'이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거쳐 울퉁불퉁한 그 자체로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조금 더 과감하게, 보다 더 멀리 나아가도 괜찮았다. '에프이쓰리오포(Fe3O4)' 시리즈가 그랬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탄탄한 역량을 바탕으로 꿈꿔온 선율과 전에 없던 소리를 그들만의 것으로 거머쥐었다. '블루 발렌타인(Blue Valentine)'은 이를 자축하는 화려한 불꽃놀이였다. 평단의 찬사와 대중의 환호가 순풍에 돛 단 듯 엔믹스 호의 쾌속 질주를 이끌었다.


엔믹스의 다섯 번째 미니 앨범 '헤비 세레나데(Heavy Serenade)'는 그렇게 도착한 그들만의 목적지 행성 '믹스토피아'에서의 풍경을 그린다. 


(중략)


그렇다면 엔믹스가 이번 앨범을 통해 선택한 마음은 무엇일까? 사랑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향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남들이 틀렸다고 해도 끝까지 믿음을 잃지 않았던 이유도, 모두 사랑에 있다고 믿는다. 사랑의 힘으로 엔믹스는 다음 행선지를 향해 달려 나가고자 한다.


KbOlPNSgrjlp


선명한 청사진은 엔믹스의 개선 행진곡 '헤비 세레나데'다. 고요하게 적막을 울리는 피아노 소리를 바탕으로 거칠게 요동치는 날 것의 신스 샘플과 묵직한 드럼 연주가 조곤조곤 읊조렸던 자기 확신을 온 세상에 커다랗게 소리치도록 돕는다. 가장 뜨겁기에 푸른빛으로 타올랐던 '블루 발렌타인'의 정서를 보다 극적인 형태로 확장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형태가 매끄러운 봉합이 아니라 충돌 그 자체를 끌어안는 식으로 완성된다는 점이다. 싱어송라이터 한로로가 써 내려간 안온한 노랫말을 완성하는 것은 가창과 프로덕션의 힘이다. 시간 내 변화무쌍하게 교차하는 곡 구성과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하는 엔믹스 멤버들의 완급 조절 및 표현이 핵심이다. 이와 같은 엔믹스 스타일, 엔믹스의 표현법이 싱글 '롤러 코스터(Roller Coaster)' 속 마법과 일상을 교차했던 뮤직비디오를 닮은 소소한 일상을 낯선 행성에서의 하루로 스케일을 높이는 핵심이다. 잔잔한 바다의 풍경도 영화 '인터스텔라' 속 초대형 해일이 일어 닥칠 것 같은 긴장감이 있다. 엔믹스만이 줄 수 있는 긴장감이다.


의도된 긴장의 배치다. 엔믹스의 경력 가운데 가장 실험적인 곡 중 하나로 남을  '크레셴도(Crescendo)'부터 재미있는 모순이다. '오션(Ocean)'을 떠올리게 하는 보컬 샘플만이 익숙한 이 곡은 좀체 다음 구성을 예측할 수 없는 다이나믹한 변주의 연속이다. 베이스 드롭으로 안내하는 힘찬 가창과 아카펠라의 파편은 과격한 해체주의의 가치관이 계속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엔믹스 체인지업'이라는 구호만 없을 뿐 가장 과격하게 이어 붙이고 섞는 노래의 쾌감은 신중하게 발자욱을 내딛을 수 있는 가창 역량 덕분이다. 데뷔 싱글 'O.O'부터 브라질 아티스트 파블루 비타르와 함께 발표했던 '틱 틱(Tic Tic)'까지 엔믹스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드넓은 구성이 두드러지는 '슈피리어(Superior)', 릴리의 단독 작사와 함께 드럼 앤 베이스와 저지 클럽의 영롱하게 반짝이는 곡 구성과 이모겐 힙(Imogen Heap)을 연상케 하는 보컬 교차가 흥미로운 '라우드(LOUD)'가 믹스팝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한다. 공격적인 힙합 트랙으로 '별별별'을 잇는 '아이디절빗(IDESERVEIT)'이나 '노우 어바웃 미(Know About Me)'의 정서를 보다 차분한 알앤비로 풀어낸 '디퍼런트 걸(Different Girl)' 정도가 안정된 정도다. 별남을 기본으로 이해하고 있는 팬들에게는 이 앨범의 종잡을 수 없는 노래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평온함을 느낄 것이다.


mHLUaF


(중략)


'에프이쓰리오포: 포워드(Fe3O4: FORWARD)'와 같은 유기적인 앨범 구성과 '블루 발렌타인' 앨범의 긍정적인 백화점식 구성과 비교했을 때 '헤비 세레나데'가 갖는 약점도 이러한 부딪치기에 있다. 모든 야심이 같은 속도로 도달점에 닿을 필요는 없다. 이미 난해한 음악으로도 대중에게 엔믹스라는 그룹의 음악이라는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으니 내릴 수 있는 결정이기도 하다. 그 점을 고려해도 '헤비 세레나데'의 여섯 곡은 서로 다른 행성계에 멀리 떨어진 각각의 공간으로 빛나고 있다. 이유는 선율의 힘에 있다. 폭넓은 구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평온하고 안온한 사랑의 힘을 노래하고자 하는 주제를 뒷받침하기에 멜로디의 힘이 비트나 소리 샘플, 구조의 변화에 미치지 못한다. '블루 발렌타인'과 '빠삐용(Papillon)'에 힘을 실어 주었던 선율이 희미해진 가운데 앨범을 듣다 보면 벅찬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적인 기법만이 남아 있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모두를 품고자 하는 송가를 만들기 위해선 단단히 누적된 멜로디가 필요하다. 수록곡도 마찬가지다. 독특하다는 인상으로만 남기에는 엔믹스라는 그룹에 거는 기대가 더 커졌다.


결국 정거장은 임시 구조물이다. 우주선을 도킹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나서 결국 지구로 돌아와 그 성과를 입증하거나 혹은 망망대해로 나아가야 하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 엔믹스가 이번 작품을 그들이 도달한 믹스토피아를 '텅 빈 공터와 같은'이라 설명하며, 무엇이든 가능한 세계에서의 두근거림과 설렘을 노래하고자 한다는 서사를 덧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헤비 세레나데'는 잠시도 머무를 수 없는 케이팝의 가로축과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멤버들의 정체성이라는 세로축이 교차점이다. 단단하게 다져가는 자기 확신으로 드넓은 대양을 향한 출항을 준비하는 엔믹스. 지금 머무름이 훗날 도약의 좌표로 기억될 수 있을까.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 zener1218@gmail.com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33/0000127552

목록 스크랩 (0)
댓글 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3.8℃ 쿨링 시어서커, 순수한면 쿨링브리즈 체험단 모집 이벤트🩵 295 05.11 38,467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181,212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418,84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143,69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715,764
공지 알림/결과 2026년 하반기 주요 공연장 일정 13 25.11.29 30,878
공지 알림/결과 【 정치 관련 글은 💧💧💧다른곳💧💧💧에서 】 25.07.22 881,513
공지 알림/결과 2026년 상반기 주요 공연장 일정 83 25.06.09 753,394
공지 알림/결과 ✨아니 걍 다른건 다 모르겠고....케이돌토크 와서 돌덬들한테 지랄 좀 그만해✨ 154 24.08.31 2,699,407
공지 잡담 핫게 글 주제에대한 이야기는 나눌수있어도 핫게 글이나 댓글에대한 뒷담을 여기서 하지말라고 13 23.09.01 4,824,658
공지 알림/결과 🔥왕덬이 슼방/핫게 중계하는것도 작작하랬는데 안지켜지더라🔥 95 18.08.28 7,632,425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797159 잡담 엔믹스는 탱크고 에스파는 새비지지 ㅡㅡ 13:16 1
30797158 잡담 팬들 많으면 안됨??ㅋㅋㅋㅋ 13:16 12
30797157 잡담 난 개인적으로 대형 돌들 여기 팬없다 소리 굉장히 13:16 29
30797156 잡담 걍 성적으로 싸우는걸 즐기는 층이 있는거같음 1 13:16 10
30797155 잡담 에스파 엔믹스 띵곡 하나씩 앙딱정함 1 13:16 16
30797154 잡담 ㅅㅈㅎ 여돌들한테 지랄하는주제들은 너무 소소해서 가끔 웃김 2 13:16 30
30797153 잡담 와 여론조사 전화 미친같음 1 13:16 15
30797152 잡담 아니 애초에 댓글 개 난리라고 해서 가봤는데 4n개 따리였음 4 13:15 73
30797151 잡담 여기에 팬 많다는소리 존나 무적임 2 13:15 70
30797150 잡담 엔믹스 최애 수록곡 빠삐용 에스파 최애 수록곡 솔티앤스윗 13:15 6
30797149 잡담 모르겟도 어제 뮤뱅 카리나 존나 예쁨 2 13:15 49
30797148 잡담 요즘 보면 성적으로 싸움 붙이는 거 존나 많은 듯 3 13:15 50
30797147 잡담 에스파 걸스 최근 우연히 짹에서 자만추했는데 개좋던데 2 13:15 25
30797146 잡담 앤믹스성을 좋아하는 팬들은 최애 타이틀이 뭘까 9 13:15 57
30797145 잡담 엔믹스 믹스팝의 정수는 쏘냐르라고 생각함 13:15 13
30797144 잡담 근데 ㅇㅅㅍ 이번 컴백은 무대전엔 주로 부정적인 플만 돌지않음? 13:15 43
30797143 잡담 어젠가 그젠가 ㅋㅋ '쏘쏘'한 ㅇㅅㅍ, ㄷㅇㅅㅅ'정도면'이 너무 충격적 13:14 61
30797142 잡담 오타쿠픽 ideserveit superior 13:14 8
30797141 잡담 엔믹스는 해외보단 국내야???? 7 13:14 104
30797140 잡담 에스파 안무 영상 뜬날 그것만 계속봄 13:1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