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황제국을 자처한 고려의 경우 노골적으로 ‘만세’를 불렀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1300년(충렬왕 26년) 원나라 정동행성이 황제 성종(재위 1294~1307)에게 아뢴 내용을 보라.
“고려 국왕이 큰 모임을 열 때 곡개(曲蓋·수레 위에 받쳐 햇빛을 가리는 덮개)와 용병(龍屛·용이 그려진 병풍)을 치고, 경필(警필·임금이 행차할 때 행인을 오가지 못하게 하는 것)을 합니다. 심지어 여러 신하들이 발을 구르며 춤추고는 만세(萬歲) 부르기를 중국 조정에서 하듯 합니다. 분수에 넘침이 극에 달합니다.”(<해동역사> ‘예지·조례’)
정동행성은 1280년 원나라가 일본정벌을 위해 고려땅에 세운 정치간섭기구다. 고려가 말로는 원나라에 충성을 다짐하면서 속으로는 황제국임을 자처하고 있다는 것을 원나라 조정에 알린 것이다. 그러자 원나라 황제 성종은 늑달같이 조서를 내려 “이 무슨 짓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때 충렬왕이 했다는 변명이 흥미롭다.
“예전에 강화도에 있을 때는 만세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그 뒤로는 천세(千歲)를 부르고 있습니다.”(<원사>)
어떻게든 만세를 유지하고 싶어하던 고려가 원나라때문에 천세로 바꿔쓴거 역사로도 남아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