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숨진 17세 정군 부모 인터뷰
"코로나 아니라며 병원서 돌려보내
아들의 마지막 말 "엄마 나 아파"
24시간 골든타임 놓쳤다고 주장
병원측 "선별진료소 검사현황 경산시에 전달"
경산시 "진료내용있지만, 해명·입장은 안받았다"
정군, 7차례 음성..다시 검사 중
"아들이 코로나인지 아닌지는 이제 상관없습니다. 열이 41도가 넘는데 코로나19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냥 집에 돌려보냈던 경산중앙병원이 원망스럽습니다."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18일 생을 마감한 정모(17)군의 아버지(54)씨가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아버지 정씨에 따르면 정군은 지난 10일부터 발열 증상을 보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경산중앙병원에서 약만 받고 집에 돌아왔다. 이후 하루 만에 상태가 위독해진 정군은 영남대병원으로 옮겨져 엿새간 치료를 받다 이날 오전 11시 15분 숨졌다. 보건당국은 정군의 검체를 검사 중이다.
정군의 아버지는 "아들은 중국을 다녀온 적도 없고, 신천지도 아니다. 경산중앙병원에서 아들이 폐에 염증으로 위독하다고 판단했음에도 코로나 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집으로 돌려보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정군의 부모에 따르면 경산 지역 고등학교 3학년생인 정군은 지난 10일부터 발열 증상을 보였다.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밖에 나간 뒤부터다. 정군은 비가 오던 이날 오후 5시부터 1시간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했고, 그날 밤 발열 증상을 호소했다.
정씨는 "아들이 내가 운영하는 학원에 한 번 들린 것 외에 최근 3주간 외출한 적이 없어 코로나를 의심하긴 어려웠다"며 "감기약을 먹였는데도 열이 내리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정군은 어머니와 지난 12일 오후 6시쯤 경북 경산 백천동의 경산중앙병원을 찾았다. 체온이 41.5도가 나왔고, 의사는 "선별진료소가 닫아 검사는 다음 날 해야 한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해열제·항생제를 처방했다고 한다.
정군은 다음날(13일) 일찍 경산중앙병원 내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 19 검사와 폐 CT 촬영을 했다. 의사는 "폐에 염증이 있다"며 "더 센 약을 처방해주겠다. 집에 가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집에 가서도 정군의 열은 내리지 않았고, 정군은 "숨쉬기가 힘들다"고 했다.
정군의 어머니가 오후 4시쯤 병원에 다시 전화했다. 병원에서는 "사실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 3차 병원으로 가기 위한 소견서를 써주겠다"며 오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병원에 간 정군의 부모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병원 측에서 갑자기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군의 아버지는 "상태가 심각하면 오전에 CT를 찍었을 때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결국 정군은 영남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격리병실에 들어서던 정군이 부모에게 한 마지막 말은 "엄마, 나 아프다"였다. 그리고 엿새 동안 정군 부모는 차 안에서 아들을 기다렸다. 보호복도 주어지지 않은 채 부모는 코로나19 의료진들이 방호복을 입고 가는 화장실을 함께 쓰며 완치 소식을 기다렸지만, 정군은 인공호흡기·신장투석 등 치료를 받다 숨졌다.
정군의 어머니(52)는 "영남대병원에 간 첫날, 자정 넘어서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 전화를 못 받은 게 한이다"며 울먹였다. 아버지 정씨는 "막내아들은 1학년 땐 반장, 2학년 땐 부회장을 했다. 반듯한 아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군 부모는 아들이 코로나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군의 아버지가 직장암 3기로 지난해 항암 치료를 마쳐 혹시 코로나 19에 걸릴까 봐 정군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정씨 부부도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관련 증상은 없다. 정씨는 "경산중앙병원에서 영남대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 하루 동안 검사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빠른 처지를 했다면 아들이 세상을 떠났을까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산중앙병원 관계자는 "환자(정군)가 내원한 뒤 진료를 받고 병원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은 현황을 경산시 측에 전달했다"며 "경산시 측에 문의해 달라"고 말했다. 경산시 관계자는 "병원에서 사망자 진료 내용을 받은 건 있지만, 해명이나 입장을 전해 받은 건 없다. 보건소 쪽에도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경산시 보건소 관계자는 "관련 자료를 받아 경산시 관계자에게 넘겨줬다"고 말했다.
한편,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정군 사망과 관련 이날 "수차례 검사를 해 다 음성으로 나왔지만 한두 번 어떤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소견을 보여 '미결정'으로 판단을 했다. 현재 정확한 원인에 검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산=백경서·김윤호·김정석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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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아니라며 병원서 돌려보내
아들의 마지막 말 "엄마 나 아파"
24시간 골든타임 놓쳤다고 주장
병원측 "선별진료소 검사현황 경산시에 전달"
경산시 "진료내용있지만, 해명·입장은 안받았다"
정군, 7차례 음성..다시 검사 중
"아들이 코로나인지 아닌지는 이제 상관없습니다. 열이 41도가 넘는데 코로나19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냥 집에 돌려보냈던 경산중앙병원이 원망스럽습니다."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18일 생을 마감한 정모(17)군의 아버지(54)씨가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아버지 정씨에 따르면 정군은 지난 10일부터 발열 증상을 보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경산중앙병원에서 약만 받고 집에 돌아왔다. 이후 하루 만에 상태가 위독해진 정군은 영남대병원으로 옮겨져 엿새간 치료를 받다 이날 오전 11시 15분 숨졌다. 보건당국은 정군의 검체를 검사 중이다.
정군의 아버지는 "아들은 중국을 다녀온 적도 없고, 신천지도 아니다. 경산중앙병원에서 아들이 폐에 염증으로 위독하다고 판단했음에도 코로나 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집으로 돌려보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정군의 부모에 따르면 경산 지역 고등학교 3학년생인 정군은 지난 10일부터 발열 증상을 보였다.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밖에 나간 뒤부터다. 정군은 비가 오던 이날 오후 5시부터 1시간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했고, 그날 밤 발열 증상을 호소했다.
정씨는 "아들이 내가 운영하는 학원에 한 번 들린 것 외에 최근 3주간 외출한 적이 없어 코로나를 의심하긴 어려웠다"며 "감기약을 먹였는데도 열이 내리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정군은 어머니와 지난 12일 오후 6시쯤 경북 경산 백천동의 경산중앙병원을 찾았다. 체온이 41.5도가 나왔고, 의사는 "선별진료소가 닫아 검사는 다음 날 해야 한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해열제·항생제를 처방했다고 한다.
정군은 다음날(13일) 일찍 경산중앙병원 내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 19 검사와 폐 CT 촬영을 했다. 의사는 "폐에 염증이 있다"며 "더 센 약을 처방해주겠다. 집에 가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집에 가서도 정군의 열은 내리지 않았고, 정군은 "숨쉬기가 힘들다"고 했다.
정군의 어머니가 오후 4시쯤 병원에 다시 전화했다. 병원에서는 "사실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 3차 병원으로 가기 위한 소견서를 써주겠다"며 오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병원에 간 정군의 부모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병원 측에서 갑자기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군의 아버지는 "상태가 심각하면 오전에 CT를 찍었을 때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결국 정군은 영남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격리병실에 들어서던 정군이 부모에게 한 마지막 말은 "엄마, 나 아프다"였다. 그리고 엿새 동안 정군 부모는 차 안에서 아들을 기다렸다. 보호복도 주어지지 않은 채 부모는 코로나19 의료진들이 방호복을 입고 가는 화장실을 함께 쓰며 완치 소식을 기다렸지만, 정군은 인공호흡기·신장투석 등 치료를 받다 숨졌다.
정군의 어머니(52)는 "영남대병원에 간 첫날, 자정 넘어서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 전화를 못 받은 게 한이다"며 울먹였다. 아버지 정씨는 "막내아들은 1학년 땐 반장, 2학년 땐 부회장을 했다. 반듯한 아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군 부모는 아들이 코로나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군의 아버지가 직장암 3기로 지난해 항암 치료를 마쳐 혹시 코로나 19에 걸릴까 봐 정군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정씨 부부도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관련 증상은 없다. 정씨는 "경산중앙병원에서 영남대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 하루 동안 검사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빠른 처지를 했다면 아들이 세상을 떠났을까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산중앙병원 관계자는 "환자(정군)가 내원한 뒤 진료를 받고 병원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은 현황을 경산시 측에 전달했다"며 "경산시 측에 문의해 달라"고 말했다. 경산시 관계자는 "병원에서 사망자 진료 내용을 받은 건 있지만, 해명이나 입장을 전해 받은 건 없다. 보건소 쪽에도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경산시 보건소 관계자는 "관련 자료를 받아 경산시 관계자에게 넘겨줬다"고 말했다.
한편,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정군 사망과 관련 이날 "수차례 검사를 해 다 음성으로 나왔지만 한두 번 어떤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소견을 보여 '미결정'으로 판단을 했다. 현재 정확한 원인에 검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산=백경서·김윤호·김정석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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