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 대학교에서 한 학기 밖에 안 보냈지만 차별 문화를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미국은 이민자도 많고 여러 인종, 여러 종교 신자, 여러 소수자들이 공존하는 나라지만 차별은 심한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그렇다면 백인 남자인 나는 어떤 차별을 느꼈을까. 외국인이라서? 영어 네이티브 아니라서? 아니다. 의외의 차별이었다.
내가 다니던 대학교는 미국 남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 위치했다. 미국 남부는 상당히 보수적이고 미국 전통적인 가치(?)를 매우 중요시하는 지역이다. 진보의 상징인 뉴욕이나 생활 방식 자체가 다른 캘리포니아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이른바 “미국의 블랙 벨트”라 백인과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그 외 인종은 거의 없는 셈이다. 우리 과도 교수님도 학생도 90% 이상 백인이었고 8%정도가 라틴계, 2% 정도가 아시아계 학생들이었다.
개강 몇 개 월 이후였다. 우리 과 학생들은 다 같이 연구실에 모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아무래도 외국인이고 미국에 사는 경험이 많지 않아서 미국인 선배들은 나를 많이 챙겨 주고 정말 잘해 줬다. 그러는 와중에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눴다.
- So how are you doing? Are you getting used to life in America? (너 좀 어떠니? 미국 생활 적응은 잘 하고 있고?)
- Well, yeah, I guess so. It’s better now, I made some friends, starting to look around, get used to the things (뭐, 괜찮은 것 같아요, 이제는 많이 좋아졌고 친구도 몇 명 사귀고 그래요. 점점 적응하고 있죠)
- Oh, that’s very nice! Who do you hang out with? (오, 잘 됐네! 누구랑 놀아?)
- My Korean friends, we spend lots of time together, on weekends mostly (제 한국인 친구들이랑 많이 놀죠. 주로 주말에 같이 많이 만나요)
한국에서 온 나에게는 한국 친구들이랑 같이 있는 게 가장 편하고 마음 안전이 되는 것이었다. 낯선 나라에 있어서 언어도 통하고 사고방식도 내가 이해하고 편한 거라서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온 다른 유학생들과 어울려서 지냈다. 개인주의가 강한 미국인보다 내가 한국에서 와서 한국말을 한다는 이유로 바로 나를 “우리 사람”으로 취급하고 안아 주는 한국 친구들은 고맙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이었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 너무나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상황은 내 미국인 선배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 You are hanging out with Asians?! (너 아시아 애들이랑 노니?!)
나에게는 충격적인 질문이었다. 그들의 세계에는 백인이 아시아인이랑 자발적으로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 추악한 것이었다. 머리에 망치가 내려지듯 멍했다. 같은 나라, 같은 주, 같은 도시에 사는 것은 어쩔 수 없고 그들도 수용하는 현실이지만 자발적으로 인종이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친구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사상 밖의
일이었다. 그 이후에는 그 선배들이 나를 피하고 말을 섞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눈에 확 보였다. 나랑 이야기 나누면 그들도 아시아로 더럽힐 듯. 백인인 내가 그들의 눈에 아시아인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에 대한 fairy tale와 같은 환상을 확 깬 이피소드였다. 물론 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고 내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바지만. 러시아에서도 한국인 친구들이 인종차별주의자에게 당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다른 나라에도 마찬가지겠고... 인종차별은 우리가 계속 노력을 하면서 해결책을 찾아 나가야 할 문제 중 하나다.
네팔에서 온 수잔이 하는 특강 매번 보면서 느끼는 건 인사인 “Namaste”가 참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 “내 안에 있는 신이 당신 안에 있는 신을 존경합니다”.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다. 이 철학을 일상에서 실천하면서 살자. 제발.
ㅊㅊ 일리야 인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