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⑨ 공동묘지의 숨바꼭질
중학생 칠수와 초등학생 만수 형제는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 외삼촌 댁에 놀러 갔다. 형제는 그날로 시골 아이들과 어울렸다. 밤이 될 때까지 놀았는데 아이들이 서울 아이들은 겁쟁이라며 놀려댔다.
“너희들 공동묘지에 갔다 올 수 있니?”
형제들이 문제없다고 하자 아이들은 그럼 징표로 무덤 가운데 있는 오동나무 가지를 꺾어 오라는 것이었다.
형제는 용감했다.
“해골을 가져오겠다!”
형제는 그렇게 큰소리를 치고 묘지를 향해 출발했다.
공동묘지에 도착하여 무덤 사이로 오동나무를 향해 가는데 누군가 “야앗!”하고 비명을 질렀다. 웬 단발머리 여자아이가 무덤 뒤에 숨어 있다가 칠수에게 발을 밟힌 것이다. 칠수는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만수에게 발을 밟힌 더벅머리 남자아이가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만수도 뒤로 나자빠졌다.
알고 보니 그 둘은 남매로서 묘지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금세 친해져 밤이 이슥하도록 재미나게 놀았다.
다음날 형제가 동네 아이들에게 그 일을 자랑하자 동네 아이들은 그런 애들이 없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름이 뭐래?”
만수가 이름을 대자 아이들의 입이 일제히 딱 벌어졌다.
그 남매는 벌써 오래 전에 죽은 아이들로 바로 그 묘지에 묻혀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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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⑩ 친구
소영이와 경미는 생사를 같이하기로 약속한 친구였다. 둘은 너무 친해 다른 아이들이 시샘할 정도였다. 그런데 열여덟 채 피지도 못한 경미가 급성 백혈병에 걸려 그만 죽고 말았다. 졸지에 친구를 잃은 소영이는 너무 슬펐지만 웬지 무서워 경미의 주검이 나가는 병원에 가보지도 못했다.
경미가 죽은 지 여러 달이 흘렀다. 소영이는 공부를 하고 있는데, 밤 12시에 전화가 걸려 왔다. 놀랍게도 분명한 경미의 목소리였다. 소영이 집은 아파트 3층이었는데, 경미는 ‘아파트 앞 상가’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소영이는 무서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 다음날 밤 12시에 또 전화가 왔다.
“소영이니? 나 니네 아파트 1층이야.”
다음날 밤 12시, 또 전화가 왔다.
“응, 니네 아파트 2층이야.”
다음날 소영이는 문이란 문은 모두 꼭꼭 걸어 잠그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벌벌 떨고 있었다. 밤 12시가 되자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소영이는 수화기를 들었다.
“너 어디니?”
경미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응, 바로……. 너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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