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몇 년 전인가 엄마가 큰 수술을 받았었어.
꽤 큰 수술이어서 우리 다들 쫄아 있었는데
수술은 잘 끝났는데 엄마가 마취에서 안 깨어나는거야.
너무 안깨어나서 큰 일 난거 아니냐 하는데
한참 시간이 흐르고 엄마는 마취에서 깨어남.
그리고 나중에 해준 얘긴데..
엄마가 수술 들어가고 마취됐으니까 잠들었는데
꿈을 꿨데.
꿈인 걸 알겠더래.
오래 전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그니까 엄마의 아빠를 만났으니까.
엄마가 집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 섰는데
마당 평상에 할아버지가 앉아 계시더래.
엄마가 너무 놀라고 반갑고
한번도 꿈에 안나오더니 이제야 꿈에 나타난다면서
아버지 이거 꿈이오?
하니까 외할아버지가 웃었데.
나 죽는거요?
하니까 아무 말도 안하시더래.
그래도 엄마는 엄청 오랜만에 만난 아빠니까
옆에 앉아서 미주알 고주알 그 동안 어떻게 살았고
애들이 어떻게 컸고 어쩌고 저쩌고
김서방이 나한테 이런 짓도 했다고 고자질도 하고
막 그랬다는거야.
그니까 외할아버지가 엄마 어깨를 토닥토닥 해줬데.
생전에는 외할아버지한테 그렇게 미주알 고주알 떠들지도 않고
외할아버지가 딱히 위로해 주고
뭐 그런 거도 없는데
꿈이니까 하면서 엄마는 외할아버지 토닥임에 기대서
또 한껏 떠들고 울고 웃고 했데.
그러다 외할아버지가 신발끈을 단정하게 묶으시더니 일어나시더래.
이제 가시려는건가 하고
이제 가시려냐고
문 앞까지 따라 나왔는데
너무 헤어지기가 싫더래.
그래서 외할아버지를 쫓아갔데.
우리 집은 시장 근처인데 그 시장통을 외할아버지가 지나가는데
엄마는 외할아버지를 놓칠까봐 헐레벌떡 쫓아갔다는거야.
근데 시장 끝쯤에 거의 도착했을 때
외할아버지가 뒤돌아보더니
처음으로 말을 했데.
따라오지 말라고.
그래서 엄마가 싫다고
나도 아빠 따라 갈거라고 막 쫓아갈라는데
엄마는 막 뛰는데 더 앞으로 안가지더라는거야.
외할아버지가 엄청 막 화내면서
니가 지금 제정신이냐고 니 집이나 잘 보라고
막 소리소리를 지르더래.
빨리 못 돌아가냐!
이러더래.
그러고 나서는 아무 기억도 안나고
깨어보니 병원이고 그러더래.
우리는 외할아버지가 엄마 수술하는 동안 지켜 주려고 오셨다가
쫓아올라는거 쫓아 보내서 마취에서 못 깨다가 깬거 아니냐고
그러고 얘기 하고 있는 그런 이야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