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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연휴동안 뿌셨다...ㅅ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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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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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를 비롯해서 초반화까지만해도

이렇게 달려들어서 읽어 내려갈 줄 몰랐어..

프롤로그화는 거의 장벽이었거든. 뭔가 작가가 이 소설로 하고 싶은 메시지가 굉장히 있구나.. 그걸 시작부터 힘이 들어가서 보여주려는게 똿 보이니까

과연 이 소설이 재미있는 소설일까? 하고 반신반의하면서 읽었던 것 같음

근데 결론은 정말 좋은 메시지였다. 작가분이 얼마나 뚝심에 찬 마음으로 쓴건지 알 것 같다.

물론 이것도 결국 읽어가다보니 재미있는 소설이었기 때문에 나오는 후기 ㅋㅋ

 

1.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하기 전까지 잔잔함은 솔직히 장벽이었음.

이걸 마저 봐야되나 말아야되나? 생각을 초반에 읽으면서 많이 한듯.

게다가 작가분 문체가 요즘 웹소설 스타일이라기보단 사실 장르 출판 소설에 가까운 문체라

첨부터 느낌이 안오면 계속읽어도 큰 차이 없을것 같아서 고민을 많이 했음.

일단 지나가는 등장인물들 중에 뭔가 개성이 확 오는 인물이 없다는 게 컸음.

 

2. 근데 끝까지 다 읽은 지금에 와선..

그 초반 등장인물들의 '어디까지나 지나가는 사람들로서의 존재감'이 작가가 의도한 게 아닐까 싶더라.

주인공을 맞아주는 강수정이나 친근함을 드러내는 유금이나 

개성은 있어보이지만 속내를 알 수 없고, 결국은 그저 사회생활하면서 처음 만나는 사람.. 같은 회사 소속된 사람.. 이었던 거잖아

 

3. 근데 이런 현실적인 인간관계의 사람들과 재난 앞에 쳐하는 순간

흔들다리 효과처럼 갑자기 다들 존재감이 뿜뿜하게 느껴지더라고;

특히 초반부 유금이와 김가영.. 재난 상황 속에서 특별한 힘이나 능력 없는 (어쩌면 짐일수도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긍정적인 마인드와 강한 주관이 얼마나 더 크게 다가오는지.

독자에게 유금이가 있는 그대로 힐링이 되는 존재였다면, 김가영은 이후 주인공이 몇번이나 그 사람이 했던 말을 되새길정도로

소설의 중심 메시지를 주인공에게 꽂아주는 존재였는데

회차에 따라 '인간적인 바리에이션 안에서' 다면적으로 그려지는 점도 좋았음.

 

4. 이에 반해 신해량, 서지혁, 백애영. 이른바 신서백 트리오는

사실 이질적일 정도로 비현실적인 설정과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인데,

사람이 마구 죽어나가고 사이비가 날뛰고 해저기지가 침몰하는 상황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조화도 재밌었음 ㅋㅋㅋㅋ

현실에서 판타지를 꿈꾸는 독자들의 로망을 채워주면서도 

워낙 작품 자체가 인간의 삶 속 재난, 트라우마, 인간성에대해 고찰을 하는 작품이다보니

이 셋도 하나의 상징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5. 저 셋은 말도 안되게 강하지만, 모든 회차에서 반드시 주인공 편이고, 주인공 입장에서 '악'에 가까운 행동을 절대 행하지 않음.

무한교 신도들은 주인공을 구원자라고 하며 찾아헤매지만 경배하고 곱게 대하기보다는

나중에 주인공 스스로 '구원자한테 취급이 왜이러나' 독백할정도로 어디까지나 도구로서 주인공을 이용함.

마찬가지로 힘 없는 소시민에 불과한 주인공은 그 안에서 치이고, 죽음을 반복하고, 다치고 메말라감.

그에 반해 신서백은 비록 그들이 죽거나 실패했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매 회차마다 깔끔하고 후회없는 선택을 하고, 반드시 자신이 지금 맞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함.

설사 그것이 자살이거나, 주인공의 머리를 쏘는 일이더라도.

 

6. 신서백이 가진 힘은 그렇기에 누군가에겐 재앙임!

그들이 어느 편에 붙느냐에 따라 양상은 완전히 달라질텐데,

다행히도 자신들이 몇번이나 말하듯 한국인 엔지니어들의 편이었고 ㅋㅋㅋ

또 비록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한국인이고, 약하지만 마음에 빛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주인공의 편이었음.

꼭 주인공이 포기하지 않도록 신이 내려준 존재들처럼. 끝까지 주인공을 지키다가,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날때까지 보호하다가, 인사도 없이 가버림.

 

7. 어바등의 마지막 회차는 웹소가 아니라 출판 소설의 후반부를 읽어내려가는 느낌이 유독 강했음.

그 둘을 구분하는 게 무익하게 느껴질 수 있긴 하지만.. 웹소는 1화가 독서단위이기 때문에 1화 안에서 클로즈업하는 사건에 집중하거나, 반대로 의도적으로 단계를 축약해서 작가의 편집 스타일을 느끼기가 쉬움. 

근데 어바등 후반부는 마치 그냥 후반부를 통으로 읽기를 예상한 듯이 서술의 강약이 굉장히 일정함.

웹소를 보면서 이런 경험을 한게 오랜만이라 되게 신선했음; ㅋㅋ

 

8. 그런 흐름 속에 주인공이 기지 안에 있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지 않겠냐 물었을 때

신서백을 비록한 주변 사람들은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개인의 영역을 벗어난 일이라고 말함.

그리고 타고난 성격 때문이든, 경험한 사건 때문이든 구원환상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은

자의든 타의든 그것에서 벗어남.

 

9. 나는 어바등이 그리는 이야기가, 사건으로 이루어진 그 자체로 재미있는 모험소설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굉장히 비유적인 심리소설로 느껴졌음.

'회차 반복을 그만둔다'는 행위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거나, 혹은 그때의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가 이제 그 일이 자신을 떠났음을 인정하는 과정이고.

뭐가 더 건강한 선택이라던가 어느 부분의 정신의학적인 메타포가 느껴진다던가하는 얘기까진 별로 하고싶지는 않음..

나도 개인적으로 큰 재난을 당했어서 몇년정도 정신의학과에 다니고 있는데, 과거를 놓아주라던가하는 여러 조언과 개인적인 고찰들이 있었지만 아직도 뭐가 '건강한' 삶인지는 잘 모르겠음.

확실한건 주인공에게는 사람이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아주 큰 충격적인 사건이 지나갔고,

주인공은 그걸 버텨내고 계속 살아가기로 했음.

 

10. 주인공이 그 공간-사건-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자 신서백도 같이 사라진다. '이제 안전하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마지막 에피소드가 장렬한 싸움이나, 토로의 장 같은게 아니라

그냥 주인공을 해변에 파묻혀서 잘 숨기는 이야기인 것도 흥미로웠어 ㅋㅋㅋ

몇회차나 주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닌 주인공이었지만

사실은 그냥 누군가에게 김말이당해서 지켜져야하는 소중한 존재인걸 ㅠㅠ

 

11. 그리고 그 순간에 주인공 옆을 지켜낸 건 재희였고..

처음에 왜 저 인생무상할 녀석이 식물 하나에 집착하나? 했는데

인생 무상한 놈이 계단 사천개를 올라오면서 지켜낸 생물이니 당연히 그렇겠구나 싶더라.

초판에 해파리도 영혼이 있나요? 라는 지현의 물음과 금이의 대화가 생각났음..

 

12. 그리고 그런 재희라는 유일하게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이해자에게,

가끔씩 치실을 쓰라는 잔소리를 하면서 살아갈 마무리가 눈부셨음.

무현이는.. 성격상.. 아마 앞으로 몇년은 해저기지에서 있었던 일들을 자주 꿀꺼고 플래시백처럼 나타나겠지만

루프를 경험하기 전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겠지만..

그래도 어두운 바다의 등불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래서 가끔씩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을거임.

 

어바등 명성(?)에 비해서 위키같은게 잘 활성화 되있지 않아서 묻는건데

해량이 라피스라줄리 목걸이(보석)를 무현이에게 줬을 때, 해량이의 소원이 무현이에게 전달된거고

아마 그 소원은 '자기 팀원이 모두 무사히 바다 위로 나가는 것'이었을거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애영이가 엘리베이터 위로 올라선 순간 보석이 깨진거지?

작가분이 명확하게 다 보여주지 않고 넘어가는 묘사가 꽤 있었는데 그래서 좋았다..

결말까지 덮고 제일 놀랐던거 그거임

지혁이의 지현이에 대한 구애? 짝사랑?이 굳이 어떻게 발전됐는지 설명 안해주고 훅 끝난거 ㅋㅋㅋ

(아니 오히려 정황상으로는 지혁이는 지현이에게도 연락을 끊었을 것 같은 거 ㅠㅠ)

지혁이의 지나가는 말로 추정해 보면 예전에 힘든 일이 있어서 종교에 빠졌고, 그 안에서 만난 지현이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또다른 사건이 일어나 종교를 불신하게 되었는데도 여전히 지현이와 그녀의 신실함이 사랑스럽게 여겨졌고

이게 사랑임을 알았다..

는 이야기 같은데 너무 맛있는데 걍 떡밥만 던지고.. 잘 안될것 같은.. 그저 흘러간 이야기 바이브라 ㅠㅠㅠ

졸라 나만 아쉽고 나만 뭐 더 있을것 같고.. 그래..

난 최애 지혁이였어서.. 지혁아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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