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한 이야기니까 안맞으면 스루하거나 뒤로가기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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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거톡에 글을 찔까 말까 엄청 고민했어.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반복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최대한 간결하게 말할게.
나는 여기서 퍼블릭스쿨(미국식으론 보딩스쿨) 나왔고 학부거쳐서 취업해서 도합 10년 정도 '잘' 살고 있는 사람이야.
나는 지금이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고 좀 흔히 여성스럽다 하는 그런 성격이었고 그래서 게이라고 쉽게 남들이 유추할 수 있었어
그렇지만 실제로 내가 그걸 드러내지는 않았어
어느날 그 애들 중에서 A라는 애가 내가 게이고 뭐.. 자기한테 키스하려고 했다고 막 엄청 소문을 냈고 완전히 그 학교 안에서 거의 모든 소사이어티에서 배척을 당했어 엄마한테 학교 옮기고 싶다고 한동안 떼써도 가능하지 않다고 그래서 정말 어쩔 수 없이 공부만 하게된 타입이거든. 어느 소사이어티에 가든 끼워주질 않았고 그나마 활동하던 합창단에서도 거의 쫓겨난 자진 탈퇴를 해야만 했기 때문에 나는 늘 기숙사 1층 홀에서 담당 튜터랑 공부만 했어 공부만 하다보니 주변에 다시 사귀게 된 친구들이 다 공부만 하는 애들이었고 다시금 그 안에서 친구들을 사귀었지
지금은 그게 거의 10년도 넘은 일이라 잊고 살았고 당시 친해졌던 공부벌레들 같은 대학교 혹은 교류 대학교들로 진학해서 만나왔어. 그러다 지금 있는 업계 사정상 인맥이 필수적이라 온갖 정보를 듣게 되는데. A가 누구한테 프로포즈를 했대. 그래서 그 때는, '아 그래' 정말 이렇게 생각하고 별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 알고 보니까 얘가 결혼한다는 애가 같은 남자고 더군다나 나랑 같은 동창이래. 그럼 나랑 A랑 걔랑 같은 학교를 다닌거잖아.
그래서 그걸 전해준 친구한테 요모조모 물었어. 그렇게 한참 이야길 했는데, 얘도 내가 예전에 괴롭힘 따돌림 당하던 기억을 해내서 '이것 참 이상하다' 라고 말했고 나중에 다른 친구들이랑도 이야길 해보니까, A가 자기랑 같이 지내던 무리 애들 중에 방도 같이 쓰고 유독 친한 남자애가 있었는데 걔한테 프로포즈를 한거래. 그리고 둘이 뭐 지금 동창이랑 직장 내에서 용감하다. 커밍아웃과 동시에 프로포즈 라니 어쩌고 하고 있대.
아마 대다수 동창들은, 내가 걔의 말도 안되는 모함을 듣고 따돌림 당하고 고생한건 기억도 안나겠지 싶고, 그때는 철없던 어린 시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데 너무 억울하고 마음이 아파.
내가 너무 많이 생각하는 걸수도 있는데 나는 왠지 걔가 어떠한 이유로 자기들이 받아야할 무언가의 발각 위험? 같은걸 회피하려고 날 희생양으로 삼은 것 같거든? 안그러고서야 이건 너무...
동창이면서 여즉 연락하는 친구들 (주로 같은 PR업계, 금융사) 은 우리 업계 특성상 적 만들면 안좋다고 그냥 카드나 보내고 결혼식엔 가지 말라고 했는데,
난 진심으로 거기 가서 걔 얼굴을 보고 내가 정말 10여년 전에 너한테 키스하려고 했냐고 묻고 싶어.
내가 철이 덜들었을 수도 있고 10년 넘는 그 세월이 내 마음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기에 모자라서 내가 여즉 이러고 사는건가 싶기도 하고 정말 내가 그걸 물었을 때 걔가 어떤 표정과 말을 지을지, 그리고 우리 대화를 듣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안좋은 평판을 말하고 다니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냥 넘기기엔 너무너무 억울하고 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