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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안뇽 엨덬들아 그...웃는 남자 뮤지컬 오늘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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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6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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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수호씨가 첫 뮤지컬 할 때쯤이었나. 더 라스트 키스를 앞두고 그런 생각을 했었지.
이 판으로 유입되는 아이돌 수두룩하고, 장르적 어려움도 있고 팬들 텃세도 심한(...) 뮤지컬의 세계에 입성하시게 되었는데
어쨌거나 잘하시면 좋겠다고. 비꼬거나 그런거 아니고 진짜 레알로 왕 잘해서

보고 나오면서 내가 너무 잘봤따 진짜 좋다 하면서 다음 공연을 수호씨 회차로 다시 예매하게 되면 좋겠다고.
근데 그 때 걱정이 무색해지도록, 수호님한테 홀랑 반해가지고 거의 수호님 원픽으로 회전 돌았다ㅠㅠ
연기 스타일이나 이런게 너무 취향저격이어가지고
남들이 보면 입덕했냐 할 정도로 많이 보고 다녔는데 그게 벌써 언제적 얘기뇨ㅠㅠ

그래서 웃는 남자 초연 올라올 때도 기대감 가지고 봤었는데, 정말 너무너무너무 잘하시더라.
반짝반짝 빛나.
이런거 저런거 세세한거 따질 필요도 없이 그냥 너무 잘하시더라구.

후기를 적을까 말까 하면서 몇 번 끄적거려 봤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때는 뭐랄까... 잘 써지지가 않아서 그냥 넘겼었지.
하지만 웃는 남자 정말  잘 만들어진 공연이었고
그 안에서 역할 수행 넘 잘하셨는데
이번에 재연에 또 들어가시게 되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표 잔뜩 잡았어(...???

오늘이 수호님 공연 보러 간 세번째 날이었는데(현재까지 올출석 실화인지
...별다른 건 아니구
그냥 오늘 너무 좋은 거 본 것 같아서...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
사실 따지고 보면 배우님들한테 감사 인사를 전할 방법은 커튼콜 때 젤 먼저 일어나서 박수치기 라든가 박수치면서 익룡소리 내기 정도지만
가끔은 이렇게 어디다가 구구절절 이야기하고 싶을 때도 있잖아.

<웃는 남자>.. 안그래도 서사적으로 거의 빈틈이 없었는데(빅토르 위고 원작의 위엄
재연으로 넘어오면서 이래저래 보완하고 수정하더니
진짜로 강력한 작품이 되어버렸지.
금장과 보석으로 잔뜩 치장된, 극도로 아름다운 바로크 시대의 보석함 같은 느낌인데
그 뚜껑을 열면 그 안에 찬란한 보석들이 잔뜩 들어있지.
호박, 진주, 비취와 산호, 시트린 같은 원석들 사이에
가장 중요한 자리에 놓인 제일 커다랗고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
수호님 진짜 그렇게 빛나시더라.


그윈플렌 캐릭터 자체가 이전보다 깊이가 생긴 것 같았는데
서사가 보강됨과 동시에 배우님의 인물 해석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인거지.
이전의 그윈플렌은 순수하지만 약하고 지켜주어야 하는 소년 같았는데
이번의 그윈플렌은 순수하되 순진하지는 않고 부드럽지만 약하지는 않은,
유랑극단에서 잔뼈가 굵은, 차기 단장으로 성장해가는 '청소년' 같았어.
그래서인지 조시아나의 유혹 앞에 흔들리고 아부지한테 막 버럭버럭 하면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것도 한결 더 이해가 가는 것 같구...ㅋㅋ

극중극에서 높은 자리에 앉은 조시아나를 보고 순간적으로 짓는 표정 같은 것들이 되게 인상깊더라구.
연극 말미에 관중들에게 하는 대사 처리도 넘 좋구.
특히 오늘 아~ 그럴만도 하죠, 하고 시작할 때 빈정거리던 어조 진짜 헉 할 정도로 좋았어.
근데 그 다음 대사 할 때 쫄쫄 굶든(발 쾅), 혹사당하든(쾅!), 뼈빠지게 일하든(쾅!), 노예같이 살든(쾅!!!),
당신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든~ (쾅쾅쾅쾅쾅쾅)<<<<< 악 나살려 나 오늘 여기서 넘 좋아서 소리지를 뻡ㄴ 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궁전' 넘버가 진행되는 시퀀스는 정말 볼 때마다 행복해지는 지점인데
툴툴거리는 아부지 전혀 안무서워하고 좋아하고 앵기는(ㅋㅋㅋ) 귀여운 아들과
자신이 지켜주어야 하는 어리고 사랑하는 동생이자 세계(ㅠㅠ)를 바라보는 다정한 어른아이의 눈빛을 함께 볼 수 있어서 넘 좋아한다ㅠㅠ

조시아나의 천막에 불려가서 잔뜩 농락당하는 장면도 좋지 ㅋㅋㅋㅋ
2부 '아무말도'에서 홀라당 홀라당 하는 씬과 함께 모두가 좋아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캔잇비를 다시 들었을 때는 아름다운 넘버인 거랑 별개로 기분 좋았던 게,
이전과 또 다른 수호님이 무대에 계셔서 기쁘고 설레더라고.
많이 달라지셨더라. 좋은 의미로!!!
목소리의 진폭이 커졌다고 해야 할까.
원래도 목소리가 좋으셨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전보다 더 매끄럽고 깊은 소리가 나더라구ㅠㅠ
내가 캔잇비 넘버에서 젤 좋아하는 지점이 계단 내려와서 웃는 남자 포스터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만지는 지점이랑
거기서 뒤돌아 달려나오면서 언젠가, 찢겨진 미소 뒤 한 남자가 갖지 못한 미랠 꿈을 꾸는 내 영혼-- 하고 소프라노로 올라가는 부분인데
흑흑 이 노래 속에 밝게 자란 듯 하지만 한 가닥 깃든 어둠을 품고 있는 지난 서사가 다 담겨있는 것 같아ㅠㅠ
아버지와 데아에게는 차마 털어놓지 못했을 희미한 욕심.
그걸 조시아나가 건드려 끄집어냈을 때 제 눈앞에서 어른거리던 것이 낯설지만 탐나고.
그러나 이내 그런 것들을 손에 넣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그런 일이 가능할까? 그렇게 자조하는 그 흐름이 
정말 감탄스러워ㅠㅠ 정말 너무 좋아해ㅠㅠㅠㅠ

그리고 2막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모두의 세상>, <그 눈을 떠>, 그리고 모두가 아묻따 좋아하는 <웃는 남자>가 있지.
크흐 진짜 2막 너무 신나 짜릿해 최고야ㅠㅠㅠㅠㅠㅠㅠ
수호님 목소리 진짜 보물인게 그 뭐라 해야 하냐 막 믿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을 준다?(진짜 주접이긴 한뎈ㅋㅋ큐ㅠㅠ
물론 님들이 젤 잘 알겠쬬??!??ㅠㅠㅠㅠㅠ
그래서 내가 더라키때도 미래로 가는 계단 젤 좋아하고 그랬는데
웃남에서는 모두의 세상이에요 여러분..(주관적 견해입니다
과거 회상 끝나고 나서 우르수스와 데아 생각하면서 그리움으로 희미하게 웃는 그 얼굴 표정부터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고, 그 일을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는 그 당찬 얼굴까지
그윈플렌 넘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라서 더 슬픈데 수호님 캐릭터 넘 잘 살리시네 넘 찰떡이시네 정말 그러하시네...
이 웃음 위로 햇살이 비쳐... 할 때 정말 창가에서 햇빛 쬐듯이 눈 감으시는 거 정말 좋아합니다

같은 궤도로 <그 눈을 떠>에서 내가 젤 좋아하는 부분은 후렴구 클라이막스야.
그 눈을 떠
지옥같은 가난과 고난속에 저 벽을 무너뜨려
<참된 자유만, 오직 정의만, 살아 숨쉬게, 거짓을 꿰뚫어봐, 이제는 그 눈을 떠봐> 인데.
평소에 잘 말하지 않는 단어들이라서 좀 더 거룩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고
참된 자유, 오직 정의, 거짓을 꿰뚫는 눈이라는 말을 수호님이 '그' 목소리로 또렷하게 외치는데
그 말들에 담긴 의미가 완벽하게 전달되는 느낌이 들고ㅠㅠ
나도 모르게 두 손 모으게 되고 그렇더라ㅠㅠ

그리고 <웃는 남자>의 킥, 넘버 <웃는 남자> 를 연기하는 수호님
특히 오늘은 약간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한다 어떻다 이런 말들이 의미가 없게 느껴질 정도로..
보고 있으면...왜 이렇게 슬프지.
단순한 분노라고 하기엔 너무 슬퍼.
그윈플렌이 느끼는 환멸과 절망, 후회 같은 것들이 뒤섞여서 그럴까?
그건 단순히 넘버, 노래라기 보다 무대 위에서 타오르는 불꽃 같기도 했고
어떤 형태의 폭발 같기도 했지..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생각해도 마땅한 단어가 없는 느낌.
마지막에 '웃는, 남---자---------' 하고 끌어가던 음에서 느껴지던 어떤 힘.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모든 에너지가 손끝으로 뻗어나가는 것 같았고
그 손으로 자신의 몸 중앙에서부터 팔을 크게 펼치면서 허공을 벌리는데 마치 공간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 
세 번째 공연인데...오늘이 세 번째 레전인건가효....(주접


노래도 노랜데 수호님 하면 몸 연기를 빼놓을 수가 없져ㅠㅠㅠㅠ수호님 몸 연기 보는 거 넘 즐거움ㅠㅠㅠ
우르수스가 이끄는 유랑극단이 올리는 극중극 '웃는 남자'가 더 역동적으로 변해서 좋았어.
칼싸움도 요래요래 변하고 동선도 더 넓어지고 의자 밑으로 들어갔다가 쏙 나오는 거 첨 봤을 때 넘 신나서 자리에서 일어날 뻔(앉아
2부 진짜 칼싸움도 더 길어지고 더 멋있어져가지고 속으로 따봉을 백만번 날리면서 주먹 물고 울면서 봤다
흑흑 수호님 언젠가는 꼭 액션배우 해주실거라 믿습니다 미래로 가는 계단 너머엔 당신의 액션영화가 기다리고 있는 건가요ㅠㅠㅠㅠㅠㅠ?????(주접222


하 증말..내가 낮공을 못가가지고 저녁공 위주로 보고 있는데
그거 못가는 게 아깝다 아까워ㅠㅠ 진짜 주책이여ㅋㅋㅋㅋ
하유 증말이지..ㅠㅠ
여튼 오늘 공연 초연재연 통틀어서 최고의 공연이라고 느껴질 정도였고
다음번 공연까지는 아마 이게 1등이 아닐까 싶어.(ㅋㅋㅋㅋ

아! 잊어버릴 뻔 했지만
내가 웃는 남자를 전체적으로 정말 사랑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애틋하다고 해야 하나, 벅차하는 순간은 사실 커튼콜이야.
조시아나 - 데아 - 우르수스로 이어지는 흐름을 되게 좋아하는데
테마 음악도 너무 좋잖아. 조시아나의 음악 이후에 데아의 서정적인 음률이 흐르고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면서 쿵쾅쿵쾅, 곰 같은 사내 우르수스가 등장하지.
우르수스가 퇴장하고 나면 현악기 선율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면서
오케스트라 깊숙한 곳에서 쿠르르르릉 하고 팀파니 소리가 울려와.
무대 가장 안쪽에 있는 커튼이 열리면서 빛이 쏟아지고
<그 눈을 떠> 테마가 힘차게 연주되면서 그윈플렌이 나타나는 순간
천장 지붕을 뚫고 나갈듯이 터져나오는 함성과 박수소리 정말 좋아해.
그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그윈플렌 정말 눈부시고 찬란해.

재미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하는 게
커튼콜 때의 캐릭터들은 배우와 캐릭터의 그 미묘한 경계에 선 것처럼 보일 때가 있거든.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그럴 때가 있어.
데아가 알고보니 맹인이 아니었다든가 하는 거 있잖아(...

그래서 그렇게 느꼈을까. 오늘 커튼콜 정말 특별하고 아름다웠지.
이상하다면 이상한 경험인데....
오늘 커튼콜을 할 때 수호님이 어떤 특별한 행동을 했거든.
그러자 주변에 서서 열심히 박수치던 관객들이 왁 눈물을 터뜨리더라구.
내 앞에, 옆에, 뒤에...어떤 느낌이었냐면.
꾹꾹 눌러담고 있었는데 수호님이 그 검지손가락으로 톡 하고 건드리자 으앙 울어버린 것처럼 말이야.

...
가끔 그런 생각을 해.
서로만의 언어가 있다는 것은 어떤 걸까.
온전히 공유하는 세계가 있고,
서로를 완벽하게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는 것.
그건 일종의 특권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당신들의 세계에서 그것은 한국말도 아니고 어느 제 3세계의 문자도 아니고
특별한 형태를 한 '손'으로 이루어진 수천마디의 말과 마음들인거지.
그렇게 손가락을 내보이고 그렇게 웃으면,
그게 무슨 의미이고 무슨 마음인 줄 모두가 그냥 알 수 있어서,
그렇게 다들 다독여진 듯이 울어버린 거지.

나는 수호씨를 잘 모르지만
때때로 접하는 인터뷰나 영상들 속에서 막연하지만
가슴 속에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껴
그리고 그 사람이 그렇게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대상이
가끔 부럽게 느껴지기도 할 정도로

...
삶이란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라던 우르수스의 말처럼
다양한 모습의 만남과 이별, 성장과 죽음, 사랑과 미움,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슬픔과 행복으로 이루어진 것이겠지.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도, 길도 계속해서 이어질 뿐.


어떻게 보면 뜬구름 잡는 말 같기도 한데..
우는 사람을 달래주고 싶고
다정하게 웃는 사람에게 다정을 돌려주고 싶은 것이 사람의 선한 면이잖아.
그래서.. 사실, 이 말을 해주고 싶어서 용기내서 길게 후기를 적었어.

그 공간에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감정으로 눈물을 터뜨리고
그것이 온화한 성질을 가진 것이었을 거라고.. 어렴풋이 내가 느낄 정도였다면
당신들은 정말 다정하고 선한 사람들일 거야.



어딘가에서 본 말이 있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이더라구.
<가끔 조금씩 슬프고, 자주 많이 행복하세요.>

오늘 밤은 저 문장을 엨덬들과 당신들이 사랑하는 스타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아 물론 오늘 저에게 레전드를 선물해주신 수호님께 1번으로 드릴겁니당.(2000금화 아버지에게 드리고 싶은 그윈플렌 ver.



자, 그럼..
앞으로 남은 공연도 잘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후기를 마무리해 보도록 할까.

알을 깨고 나온 커다란 새처럼 빛나던 수호님
오늘 정말 수고 많으셨고
바쁘게 오가셨을 모든 관객 여러분들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가끔, 조금만 슬프고 자주, 많이 행복하길 바라.



예술의 전당에서 또 만나게 되겠지. 얼굴도 모르는 사이지만(웃음)
다들 건강히 웃는 남자 시즌 2를 즐깁시다.
감기 조심들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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