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원작 웹툰이 있죠. 이번 드라마를 준비하시는 동안 원작을 보셨는지, 혹은 일부러 안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번에는 일부러 안 봤습니다. 제가 맡은 캐릭터 ‘동고윤’은 되게 독특해요. 창의적인데 괴짜스러운 면도 있어요. 배우로서 표현할 수 있는 지점이 알록달록하다고 해야 할까요? 원작을 참고하기보다는 현장에서 감독님과 호흡하면서 자유롭게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에도 출연했죠. 그때는 원작을 읽어보셨다고 들었습니다.
원작이 실존 인물을 다룬 작품이면 살펴보려고 하는 편입니다. 혹은 역사적 배경이나 사실이 중요한 작품일 때는 원작을 참고하려고 하죠. 반대로 원작 역시 픽션이라면 가급적 안 보려고 해요. 픽션에 픽션이 더해지면 되려 인물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생기는 느낌이라 그 점을 경계하는 편입니다.
그간 한국 의학 드라마의 주무대는 외과 병동이었죠. 그런 점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지닌 특별함이 있을 것 같습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병을 다룬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누구나 크고 작은 마음의 병을 갖고 있잖아요. 지금이 아닌 언제라도 겪을 수 있고요. 그럼에도 당사자가 직접 말하지 않으면 남이 먼저 알아채기는 쉽지 않죠. 어딘가에 부딪히면 멍이 들고 생채기가 나는데 마음의 병은 그렇지 않아요.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님이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을 CG로 구현해낸 장면이 있어요. 그런 표현법 역시 기존 의학 드라마와 차별점이 되겠네요.
마음의 병을 다룬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감동 포인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목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입니다만, 저는 항문외과 교수로 나옵니다. 사실 항문외과랑 정신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라고 보실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비슷한 구석이 있어요. ‘남들에게 숨기는 병’을 치료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두 진료과는 환자를 대하는 마음과 질병에 접근하는 방법이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제가 연기한 동고윤도, 박보영 배우가 맡은 ‘정다은’ 간호사도 진심을 다해서 환자를 위로하거든요. 그 태도 자체가 이번 드라마의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냉철하고 아픈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대사에 따뜻한 진심을 담았어요.
촬영장 분위기가 굉장히 훈훈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따듯한 대사를 몇 달 동안 주고받다가 촬영이 끝나면 기분이 묘할 듯합니다.
말 그대로 사람 냄새가 나는 현장이었어요. 저는 배우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동업인들의 아주 다양한 생각을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경험에 매료될수록 작품 자체에 깊이 빠지게 되고, 배우나 스태프 간의 호흡도 짙어지거든요. 우리 모두 촬영이 잘 끝나기를 바라면서 달려왔지만 내심 끝나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좋았어요.
항문외과 전문의를 연기하면서 의료 지식도 새롭게 알게 됐겠네요.
이번 작품은 기본적으로 정신병동에 관한 이야기라 항문외과를 전문적으로 깊이 다루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런 건 있죠. 치핵, 치루, 치열은 제각각 다른 질병이고 그걸 모두 합쳐서 지칭하는 단어가 치질임을 알게 됐습니다.(웃음) 생각보다 많은 성인이 항문 질병을 앓고 있다는 것. 그 대부분은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 습관 때문이라는 것. 평상시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것 등을 알게 됐습니다.
실제로 촬영 이후 바꾼 습관이 있습니까?
저는 아직까지 해당 질환을 겪어보지는 못했는데요. 드라마 촬영 이후에는 균형 있는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습관화하려고 노력합니다.
꼭 피해야 하는 음식이 있나요?
아무래도 기름지고(웃음) 자극적인 음식은 좋지 않습니다. 아, 생각보다 변 보는 습관이 아주 중요합니다. 변기에 너무 오래 앉아 있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큰 힘 들이지 않고 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짜 의사와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의학 드라마는 특히 대사 외우기 어려운 장르라고 합니다. 촬영하면서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사실 기술적으로 특별히 더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물론 항문외과와 관련된 문헌을 찾아보긴 했습니다만 그보다 환자분들에 대한 공부를 했어요. 환자의 마음을 다루는 드라마니까요.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 말 못할 고통을 안고 있는 환자분들의 인터뷰를 찾아봤죠. 무엇보다 그런 질환을 겪을 때의 심리 상태를 살펴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의사로서의 태도가 나오게 되더라고요. 그게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중점을 둔 점이고 덕분에 좀 더 만족스러운 작업이 됐어요.
https://v.daum.net/v/20231030090104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