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 서환이 형한테 고백하는 장면
처음이었어
내가 뭘 하면 보답해주는 사람이
엄마는 내가 서울까지 올라가서 김치를 갖다줘도
짜증만 내는 사람이었어
아버진 결국 형 걱정만 했고
형은 나한테 관심도 없었잖아
쌤은 내가 고맙다면서
나한테 꽃다발을 만들어 준 사람이야
누가 잘해준 게 처음인데, 좋은 일인데
기쁘기 전에 슬프다면서
난 그 마음이 뭔지 알았거든
주기만 하고 받은 적 없는 사람이
사실 얼마나 외롭고 허기지는지
그 꽃다발도 그냥 가게에서 사온 게 아니었어
들판에서 노란 들꽃을 한송이 한송이 꺾어다가
두 손으로 줬어
나한테 그렇게 고마워했던 사람 처음 봤어
그리고 나 건축공부 한다 했을때도
멋있는 건물 보이면 직접 사진 찍고 그림까지 그려서
스크랩북도 만들어주고
형 찾느라 시체 확인하러 다닐 때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나 아무 말도 안했는데
보고서만 보고도 알아줬어
나때문에 울어줬어
나 힘든 거, 아픈 거
내 기분, 내 상태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줬어
서로를 알아봐준다는 게
그런 충족감이 드는지 처음 알았어
16회 오예지가 엄마한테 고백하는 장면
그 애를 놓고 감히 그런 생각 안 해봤어
내가 결혼한 남자의 동생을 놓고 거기까지 생각이 넘어가는 것도 무서웠어
근데 사실은 알고 있었어
식구들이 다 어리고 무시한 걔 첫 마음이
얼마나 순수한지, 깊은지
이 결혼을 안했어야 했는데
그때 나는 너무 간절했었어
집도, 가족도 , 빈틈없이 몰아치는 그 이도
혼자인 게 지긋지긋하고
누군가를 갖고싶었어
그 애가 어른이 되고
그 이는 돌아오지 않고
어느새 의지하면서 흔들렸어
그래서 연락도 끊었는데
그랬으면 환이가 제 마음을 평생 눌러둔 채
나도 별 고민없이 그렇게 살아갔을까
그 애하고 난, 우리는..,엄마, 영혼이 같아
그 이는 말을 안 하면 몰랐어 불안했어
근데 환이는 말을 안해도 다 알아줘
어떤 기분인지, 느낌인지 언제 나를 보는지
나에 대해 어떤 감정인지
매 순간 다 느껴져
걔 앞에선 내가 나로 있을 수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