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한 체형인데 그동안 다이어트랑은 거리가 먼 삶이었어
(하의 66 상의 남녀공용 M 여성복 L)
아니 생각할 새가 없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타지로 대학가서 생활비 부족하니 알바하고 집세 맞추느라 이사다니고 낡고 좁으니 또 이래저래 시달리다 뜬눈으로 지새도 보고...
그래도 대학원을 나름 좋은 곳으로 와서 처음으로 내가 나를 꾸며보는 재미로 지내고 있었어
전액 장학생에 인건비도 그런대로 괜찮게 주는 곳 오니까 정말 많은 게 달라지더라
생필품을 쟁여 둘 수도 있고 냉장고도 나 혼자 단독으로 쓸 수 있고, 화장실도 공용이 아니고...
처음으로 내가 나를 꾸미고 환경을 돌봤음
이불도 비싸진 않아도 깨끗하고 시원한 걸로, 빨래 세제도 좋은 거로, 옷도 나름 깔끔한 비즈니스 캐주얼로...
학생 복지로 운동도 시작했어 유산소 주 2회 50분으로
나도 이제 살 빼야겠다 이제 더 건강해져야지 그 생각이 이제서야 들더라 정말 처음으로
근데 지난주에 본가 가니 그러더라
거의 한 두달만에 나 보더니 엄마가 바로 하는 말이 그거였어
소파에 등 기대앉지 말라고 배 내밀고 앉는 거 같아서 추해보인다고 (흔히 생각하는 소파 기대앉는 자세 딱 그거였음 몸이 기울어서 배가 가슴보다 앞에 있는 자세)
살이 그새 더 쪘냐고 빼지는 못할망정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거냐고
아빠도 그랬음 이제부터 올 때마다 살 1kg씩 빼서 오고 올 때마다 검사받으라고
나보고 어디 가서 부끄러운 자식 되지 말래
다이어트 지금부터 하더라도 20대 후반씩이나 되서 이미 좋은 시절 다 갔다고 얼마나 후회하려고 지금까지 그러고 살았냐고 너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거의 모든 대화가 다 이렇긴 한데 그날따라 너무너무너무 슬프더라
너무 화나고 슬픈데 화내면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왜 화를 내냐는 말만 들었어
다 너 위해서 하는 거라고 안 되면 마운자로 당장 처방받아서 이번 주부터 주사맞으라고
조용히 눈물흘리다가 왔는데 오늘까지도 마음이 너무 아리고 쓰리다...
나 지금 다이어트해도 되는 거지..? 지금 해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거지...?
나 바쁘고 힘들고 아플 땐 '뭐가 힘드냐' '시험 기간에 왜 우는거냐' '그래서 시험 못 봤냐. 장학금 안 나오는 거냐' 이런 얘기만 하다가 이제 와서 다시 살빼라 하니까 너무너무 화나고 슬픈데 더 힘든 건 내가, 나 자신이 너무 미워져
그냥 이 나이에도 다이어트해도 된다고, 충분히 예뻐질 수 있다고 그 말 한 번만 해주라
눈물 계속 나서 미칠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