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맥락에서의 스포는 있을 수도?? 치명적인 스포는 적지 않음
하... 오늘 류주기 정보글이나 쓸까 하다가 17화 보고 하얗게 날아가서 거의 울고 싶은 마음으로 중간감상글을 쓰려고 함
혹시 타싸에서 이 글을 본다면 그것도 내가 쓴글..
콘텐츠를 만들 때 중요한 건 만드는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는지, 뭘 이야기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류주기는 초반 주요 장르인 로코 때부터 이걸 확실히 보여줘서 순식간에 맘에 들었음. 드라마가 뭐 대단한 주제의식이나 가치관을 투영할 필요 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로코고, 그에 맞게 잘만들었다면 그거 자체로 고퀄리티 작품이고 작품성이 높은 건데 류주기가 정확히 그렇게 해줌
첫 화부터 좋았던 건 류면당, 최구=회양왕(최행주)가 어떤 인물이고 이 커플이 지금 왜 같이 있는지 두 사람이 직접 나설 때도 혹은 나서지 않을 때도 이 어멈의 입으로, 영천진 동네 아낙들의 수다로 적절히 간접적인 설명을 곁들여서 이 드라마를 감상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시청자에게 전부 다 주고 속전속결로 바로 이야기에 참여시킴.
이 드라마의 강점 중 하나가 주연 몰빵이라는 건데, 중드에서 이건 극찬임... 둘의 감정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스토리로, 연출로, 배우 연기로 찬찬히 보여주는 한편 회양왕이 제작한 트루먼쇼의 본 목적, 육문을 꾀어내기 위한 작전도 중간중간 업데이트 하면서 여러 줄기의 사건이 유기적으로 진행되게 함. 여기선 조천이 주요 역할을 함.
각본이 굉장히 정교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도 육문을 잡기 위한 작전이 절정에 이르러 해소되는 과정에서 드라마가 로코에서 멜로로 변화하는데, 이게 물흐르듯이 자연스러웠고, 스토리뿐만 아니라 대사도 정말 좋았음.
두 사람의 관계와 감정선, 상황을 접시에 혹은 바둑과 바둑돌에 은유하는 대사 하나하나가 시적인 동시에 가슴을 그야말로 후벼파는 수준임.
연출은 기본만 해줘도 만족할 수 있는데.. 중드에서 이상한 짓만 안 해도 실질적으로 상위 5% 아님? ㅠㅠㅠㅠㅠ 얘네가 작품을 제대로 만들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한데 일단 중반부까지 의지는 확인했고 능력은 17화로 증명한 것 같음....
소품으로 쓰이는 장면을 어느 정도 현실성 있게 만드느냐도 연출이 괜찮은지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인데, 요리를 하거나, 마차에 타고 내리는 동작 등을 제대로 잡아주는 것부터, 소소한 장면이라고 허투루 찍지 않는 게 좋았음. 그 외에 지나가는 장면이라도 출연배우가 직접 말 위에 탄 전신을 보여준다든가 거리를 걸을 때 스쳐지나가는 행인 등 npc 역할이라도 시간과 장소에 맞게 엑스트라를 적절히 분배한 정성을 통해서 제작비를 배우 이외에 프로덕션에 투자했다는 게 확실히 보임. 특히 최근 회차에서는 금갑관에서 치르는 전투 장면이 마음에 들었음
첫 화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재밌고 더 재밌기만 해서 아 이때쯤 되면 메인 스토리 전개를 위한 노잼 파트가 나와도 괜찮겠다 (또 혼자 용서하겠다며 북 치고 장구 침;;) 생각했는데 그야말로 짧고 굵게 치고 빠져서 감탄했음. 전개를 위해서 필요한 전투장면이었고, 동시에 이 드라마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부 투샷도 개연성을 부여해서 지속적으로 보여줌. 근데 그게 또 캐릭터 조형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거야. 사건 전개를 위해서 캐릭터 붕괴시키는 짓을 안 함.
그리고 대망의 17화..........하 정말 숨 참고 봤음
각본이나 연출 이야기는 많이 했고 연기 이야기를 해보자면, 장만의 연기 일품인 건 초반부터 중반까지 보여줄 기회가 차고 넘쳤음. 시선 처리, 표정 변화, 몸가짐 하나하나 디테일한 연기를 하더라고. 개그 연기도 좋았고, 식사하는 모습 등에서의 생활연기도 좋았음. 감정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음... 중간에 류면당과 헤어지기 위한 밑작업을 하면서 가슴이 아려서 류면당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는 모습과 눈물이 스멀스멀 올라온 눈빛까지..
아 물론 다들 인지하는 원음 대사 치는 것도 최고임..
근데 난 처음부터 왕초연 연기도 좋았거든? 성우 더빙이긴 하지만, 얼굴 표정이나 눈빛이 굉장히 풍부하고 자연스러웠고 덕분에 둘의 연기 케미가 극상... 그리고 드디어 왕초연 연기가 가슴을 치는 게 17화였다고 생각함.
17화에서 또 좋았던 건 류면당과 이별을 생각할 때도 보이지 않았던 이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나온 회양왕이 겁먹은 순간이었는데 그게 얼굴에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때의 카타르시스란...
사실 육문 대상 작전이 끝나기 전까진 아 이 정도로도 개존잼이다 이거 용두사망해도 이만큼 행복하게 해줬으니 미리(?) 용서하겠다 이랬는데...
지금까지 보고 나니 여전히 후반부 아무래도 좋아도 맞지만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게 됨.
특히 작감배 로코에서 멜로로, 멜로에서 장르물로 스토리 전개됨에 따라서 필요한 장면, 필요한 연기, 필요한 연출 모두 적절해서 대만족함...
정말 드라마 이제 겨우 절반 가까이 왔을 뿐인데 떠들고 싶은 이야기가 이렇게 많은 거 처음이ㅑㅇ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