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니
그게 그동안의 정경이가 타인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었나보다 싶네
이전의 충돌이나 문제는 없었던 것처럼
그냥 문제가 발생하기 전이랑 똑같이 행동하는 거.
그런 식으로 먼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 00 해줘 라고 툭, 하고 내뱉으면
현호나 준영이나 둘다 이전의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ㅇㅇ 하고 그냥 들어주면서
자연스럽게 문제가 없어진 것처럼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거
계속 그런 식으로 지내온 것 같아 지난 15년 간.
그나마 현호나 준영이니까 그런 식으로 사과 아닌 사과로 손을 내민 거지
그 바운더리 밖에 있는 사람은 그냥 다시 안보는 걸로 문제를 치워버렸을테고.
송아 같이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문제를 직시하고 그걸 상대에게 전달한다는 걸 (사과든, 질타든, 고백이든)
거의 배운 적이 없는 것 같아 정경이는
그러니까 현호를 갑자기 찾아가서
"나 사실은 잤다는 거 거짓말이야" 한 게
정경이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노력이었을 거고
준영이에게 "부탁할 게 있어. 나 반주해줘" 라고 한 것도
나름의 방식으로 이전으로 돌아가줘, 라는 제스처였을 거 같은데
(잘했다는 게 아니라 아마 정경이는 그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살았을 거란 거)
둘 다에게 거절당한게 엄청난 충격일 거 같아
누구보다 겁이 많고 혼자 남겨지는 걸 두려워하는 건 정경이가 아닐까
그래서 마스터 클래스로 엮인 송아에게서
정경이가 배울 점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들어
정경이도 사실 본인 바운더리 밖의 사람은 거의 교류하지 않고 살아온거잖아
저렇게도 살 수 있다는 거,
정경이도 알았으면 좋겠어
그렇다고 정경이가 다 용서되는 건 아니지만 -_-
정차정이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