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준영이는 그동안 내내 정경이와의 관계에서도
정경 현호와의 3자 관계에서도
언제나 거기 존재하는 반주자, 였잖아 (좀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어제 작가님 인터뷰에서
멘델스존 피아노 트리오 1번을 트리오 연습곡으로 택한 게
피아노가 반주를 하고 바이올린과 첼로가 주 선율을 연주하는 곡이라서.
라고 말한 게 이 셋의 관계를 적확하게 표현한 거 같아
그렇게 굴러오던 트리오는
주선율 중 하나였던 첼로 = 현호 가 더이상의 연주를 거부하고 = 관계를 끝내고 떠난 후에
이제 남은 정경 = 바이올린은 게속해서 이전과 같은 연주를 = 관계를 유지하자고 반주인 피아노를 찾아온 건데
(자기가 주선율을 모두 연주하고 피아노가 반주를 해주면 어떻게든 곡을 연주할 수는 있으니까)
준영 = 피아노가 이제 더이상 연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거지.
그동안 그런 관계에서 분명 고통스럽기도 했을 거고
때로 현호나 정경이랑 싸우거나 틀어지기도 했을 텐데
그런 관계를 유지해온 건 죄책감, 애정, 이런 것 도 있겠지만
그냥 그 관계가 익숙해져서, 그걸 유지하는 한 적어도 그 안에서만 상처받으면 되니까
준영이도 그걸 깨고 나갔을 때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게
무섭고 두려워서 익숙함을 택한 부분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런 준영이가 드디어
"싫어, 안해" 라고 말한 거.
이제 셋의 관계에서도, 정경과의 둘의 관계에서도, 더이상 반주자로 연주하지 않겠다는 의미라서
그냥 단순한 연주 거절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세계와 관계를 모두 단절하겠다는 선언 같아서
사이다, 이기도 하면서도 드디어 준영이가 한걸음 내딛은 것 같아서 찡했어
이제 그 셋의 맞잡은 손 밖의 세상도
나쁘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는 거
성장이 반드시 고통스럽지는 않다는 거
준영이가 알고 행복해지면 좋겠다
준영이는 맘을 정하면 쭉 직진인 애니까 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