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할 땐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을 수 있을 줄 을았는데
도저히 한 번에 그 모든 감정을 담기 버거워서 일주일 동안 나눠 읽었어
4월에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면 착을 덮었는데
아직 겨울이구나.
제주의 4월은 여행의 절정이 아니라 겨울의 절정이구나 생각이 들더라
문장들은 너무 환상 같은데 읽는 내내 춥고 시리고, 오한이 들만큼 생생했어.
최근에 <목소리들>이리는 다큐 영화가 개봉해서 오늘 보러가려고.
그리고 올해 <너의 이름은>(정지영 감독, 염혜란 주연)이라는 영화도 제작된다고 하더라고. 텀블벅으로 펀딩도 했길래 제작 후원도 했어.
이 책을 읽고 제주 4.3 에 대한 나의 생각이나 마음이 전혀 다른 감각으로 변한 것 같아. 이렇게 시린 문장들이 사람을 이렇게 뜨겁게 만들 수 있다니.
다음달엔 <소년이 온다>를 또다시 꺼내 읽어야 하는데
그 전에 좀 더 가벼운 책으로 리프레시를 해야될 것 같아
아래는 내가 메모한 문장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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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생각했다. 인내와 체념, 슬픔과 불완전한 화해, 강인함과 쓸쓸함은 때로 비슷해 보인다. 어떤 사람의 얼굴과 몸짓에서 그 감정들을 구별하는 건 어렵다고, 어쩌면 당 사자도 그것들을 정확히 분리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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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란 건 무서운 거야. 소리를 낮춰 나는 말한다.
아니, 수치스러운 거야. 자신도 모르게 모든 것을 폭로하니까.
이상한 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을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다.
밤마다 악몽이 내 생명을 도굴해간 결말이야. 살아 있는 누구도 더이상 곁에 남지 않은 걸 말이야.
아닌데, 하고 인선이 내 말을 끊고 들어온다.
아무도 남지 않은 게 아니야, 너한테 지금.
그녀의 어조가 단호해서 마치 화가 난 것 같았는데, 물기 어린 눈이 돌연히 번쩍이며 내 눈을 꿰뚫는다.
...내가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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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끓으며 타는 죽처럼 그렇게 우린 함께 튀고 흘러내렸어. 도와주라, 나 구해주렌, 속삭이다 잠든 얼굴에 손을 뻗었다가 물 에 빠진 사람같이 젖은 뺨이 만져지면 엄마를 등지고 누워 생각했어, 내가 어떻게. 어떻게 당신을 내가 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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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지. 엄마가 사라지면 마침내 내 삶으로 돌아오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돌아갈 다리가 끊어지고 없었어. 더이상 내 방으로 기어오는 엄마가 없는데 잠을 잘 수 없었어. 더이상 죽어서 벗어날 필요가 없는데 계속해서 죽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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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가 쌓여가며 윤곽이 선명해지던 어느 시점부터 스스로가 변형되는 걸 느꼈어.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더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심장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이미 떨어져나갔으며, 움푹 파인 그 자리를 적시고 나온 피는 더이상 붉지도, 힘차게 뿜어지지도 않으며, 너덜너덜한 절단면에서는 오 직 단념만이 멈춰줄 통증이 깜박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