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아키아에서 이동진님이 추천하셨다는 썸네일만 보고
바로 동네 서점에서 사와서 읽었어.
아주 두꺼운 장편은 아닌데도, 여러 레이어의 이야기가 얽혀있고,
이 이야기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결말을 맺는게
정말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라고 감탄하면서 읽었어.
불호 후기도 봤고, 어떤 지점이 불쾌한가도 이해했어.
근데 이런 목소리를 역사에 담을 필요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얼마전에 <알쓸신잡 3>을 다시 봤는데,
부산에서였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김영하 작가가
'일제강점기 조선에 건너온 일본인 중에 그대로 한국에 남은 사람들,
특히 한국인과 결혼한 여성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들의 삶이 어떤지 잘 모른다.'
이런 내용의 말을 했었거든.
잘 알려지지 않은 목소리들이 역사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면,
오히려 역사를 더 분명히, 선명히 알 수 있지 않을까.
문자 할머니의 이야기가 나올 때 저 이야기가 떠올랐어.
식민지배 가해국 출신에서 갑자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게 주인공 영두의 이야기, 그리고 산아와 스미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부분이
너무 좋았어 나는.
근대사 소용돌이에 휩쓸린 문자 할머니,
서울에서 상처받은 영두, 서울과 석모도에서 상처입었지만
좋은 친구를 얻은 스미의 이야기가
어쩌면 창경궁 대온실의 지금 모습과 닮아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영두와 리사의 이야기 결말을 보면서 조금 멍해지기는 했어.
리사는 끝내 이기적이고, 잘못을 남에게 돌리고,
조금도 성장하지 못했고, 마지막까지 영두를 어떻게든 이용하려고 하잖아.
근데 그런 사람도 있겠구나. 나 역시도 영두보단 리사에 가깝지 않나? 싶어지더라.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상처로 크게 아파했던 영두였지만,
단단하고 좋은 어른으로 자란 모습이 너무 부러웠어.
'아픈 기억을 어떻게 잘 기억해야 하는가. 그 권리는 누구에게 있나'이런
질문도 하게 되는 소설이었어.
김금희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