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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아른힐 레우뱅,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읽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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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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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울증이 약간 있어서

제목만 보고 내 심정이랑 같네, 하면서 눈길이 갔던 책이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읽어봐야 도움 될 게 하나도 없지, 라고 회의적으로 생각도 했다

제목만 그럴싸하게 잘 지었구나, 생각을 했다

책 소개를 보니 조현병을 이겨낸 심리학자가 경험담을 쓴 거라고 해서,

우울증인데 조현병 이야기를 읽어봐야 뭐하겠어, 생각했다

읽는동안 역시 괜히 샀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저자가 조현병 걸렸을 때의 증상들을 쓴 부분들을 읽으면서 특히 그랬다

그 정도로 책에 대해서 부정적인 태도였다

그래도 몇몇 말들은 내 마음에 남았고, 나는 이 책을 잘 읽었다고 생각하게 됐다


p.88

(가족들이 환자를 아프다고 판단하고 그의 행동에서 이런 증상을 보이면, 비판적인 태도나 적대적인 생각은 줄어든다.

하지만 환자의 행동을 의식적이고 의도적이라고 평가하면, 좀더 비판적이고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즉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이 있는 반면, 아픈 사람은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파악하기도 전에 훨씬 더 지나친 행동을 할 수 있다.)

p.89

(나는 나 자신이 아니었기에 그것을 원했던 것은 단지 내가 아니라 병이었다.)


삶에 대한 통제력에 대한 부분은 내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괴로워했던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

나는 가끔 내가 게으르고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게 버겁게 느껴지는 게

내 우울증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인데 핑계를 대고 있는 건 아닌가 자책을 했다

병이 나를 그렇게 만든 거라 생각하면 나는 마음껏 책임없이 삶을 놔버려도 된다고 여겼다가

그래도 어쨌든 나한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나를 탓하고 나를 싫어하게 됐다


p.93

(우리가 환자에게 그들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겠다고 약속한다면,

이 책임감이 환자를 너무 무겁게 억누르고,

그들이 자기 자신과 주변의 비판과 비난에 노출되고,

두려움과 부끄러움, 죄책감에 마비될 듯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환자에게서 책임감을 빼앗고 그들의 행동을 병 탓이라고 설명한다면,

그들에게서 삶에 대한 통제력을 빼앗는 셈이다.

이는 그들을 수동적이고 비자발적으로 만들고,

두려움에 그들의 몸을 굳어버리게 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이 둘 사이에서 제대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삶에 대한 통제력과 무력감에 대해 생각을 했다

나는 늘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괴로웠고

내 마음조차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서 괴로웠다

몸이 묶여 있지 않아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꼈고

때로는 내 영혼이 '몸'이라는 감옥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그건 곧 내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고 느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했다

내 우울의 원인이 무엇인지, 내 무력감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어렴풋하게 알 것 같았다


책은 어쨌든 희망을 이야기했다


p.127

(나는 아픈 데다 내 삶의 상황과 진단을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없었다.

그것들은 그냥 지정됐다.

하지만 이를 나에게 전달하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

대부분은 단순히 통계에 집중해서 이렇게 말한다.

"네가 네 목표를 이룰 가능성은 희박해."

하지만 희망을 걸어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란 불가능해. 항상 좋아질 기회는 있어.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말이야."

이 두 가지 말은 똑같이 '참'이다.

하지만 이 둘은 매우 큰 차이가 나는 두 가지 효과를 불러오고, 완전히 다른 것을 표현한다.

하나는 굉장히 희망적이지만, 다른 하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항상 희망이 있는 진실 쪽을 고를 것이다.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이것이 건강에 가장 좋으며, 마음에도 가장 적은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다가 실제로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우울증은 평생 고칠 수가 없고

평생 끌어안고 살아가야 할 내 일부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가끔 좋은 상태가 되는 기간이 있었지만

절대 내가 우울증 없이 살던 때로 돌아가지지는 않았다

죽고 싶단 마음은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일을 하고 평범하게 친구를 만나고

늘 하던대로 취미 생활을 해도

순간 순간 죽고 싶었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당장 죽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 한 켠에, 뇌 속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걸 떨쳐낼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저자의 '항상 희망이 있는 진실 쪽을 고를 것'이라는 말이

내 마음에 쏙 들어온 걸 보면

나도 희망을 갖고 싶은 건 아닐까 싶다


여전히 나는 부정적이고, 저자의 경험담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흔하고 일반적인 경험이 아닌 기적 같은 경험담이고,

저자는 나와는 다르게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것이 뚜렷했던 사람이었다

조현병에 걸리기 전에도 심리학자가 되고 싶어했고,

10여년을 병과 싸우는 동안에도 심리학자가 되고 싶어했으니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이니까


그럼에도 저자의 경험담을 통해 어느 정도는 마음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이렇게 부정적인 나라도,

마음이 여러번 흔들리다보면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는 날도 있겠지,

생각하면서 후기 마침


p.258

(항상 모든 날이 즐겁지만은 않다. 하지만 나는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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