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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알베르 카뮈, <최초의 인간> 좋았던 문장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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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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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번역, 열린책들 버전으로 읽음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카뮈라서
카뮈의 작품이라면 언젠가 다 읽어보긴 해야지
라는 내 나름의 인생 과제 같은 거라서
읽고나서 스쳐가는 생각들과 감정을 제대로 글로 옮길 수 있으면 좋겠다
너무 짧은 시간에 스치고 사라지는 게 많아서 표현이 어려움
고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공통점임
그래서 한번 읽는 걸로는 부족한 것 같고 여러번 곱씹을 필요가 있는 것 같음
다른 사람들과의 의견 교류도 그래서 필요한 것 같고
아무튼 언젠가 이 책을 다시 읽을 미래의 나에게 좋았던 문장들 남겨두고 책을 덮는다

p.33
저 묘석 아래 묻힌 사람은 그의 아버지였지만 그 자신보다 더 젊었다.

p.44
「아버지가 늙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하게. 그이는 늙는 고통을 면제받은 거니까. 그건 오래 걸리는 고통이지.」
「몇 가지 즐거움도 곁들인.」

p.66
어머니는 그에게 키스를 하고 나서 이윽고 그를 놓아 주었다가는 마치 자신이 그에게 쏟거나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재어 보았더니 아직도 한 눈금만큼 모자란다고 판단했다는 듯이 다시 한 번 그를 끌어당겨 키스를 하는 것이었다.

p.76
가난이란 일부러 선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없어지지 않고 줄곧 따라다닐 수는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p.90
가난한 사람들의 기억은 벌써 부자들의 기억만큼 풍요롭지 못하다. 자기들이 사는 곳에서 떠나는 적이 거의 없으니 공간적으로 가늠할 만한 표적이 더 적고 그게 그 턱인 단조로운 생활을 하니 시간적으로 가늠할 만한 표적이 더 적었다. 물론 가장 확실한 것은 마음의 기억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마음은 고통과 노동에 부대껴 닳아 버리고 피곤의 무게에 짓눌려 더 빨리 잊는다. 잃어 버렸던 시간을 되찾는 것은 오직 부자들뿐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시간은 그저 죽음이 지나간 길의 희미한 자취를 표시할 뿐이다. 그리고 잘 견디려면 너무 많이 기억을 하면 못 쓴다.

p.143
그들은 이제 더 이상 가난에 쪼들리지 않았지만 습관이 들어서, 그리고 또 삶의 고통을 견디어 온 사람들 특유의 불신 때문에 여전히 궁핍을 먹고 살았다. 그들은 동물적으로 삶을 사랑하고 있었지만, 삶이란 또한 그 뱃속에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던 불행을 규칙적으로 낳아 놓곤 한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p.155
가난이란 출구가 없는 요새와 같은 것이다.

p.164.
그러나 푸른 들에서 나오면서 뮈노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자기가 때린 사람의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을 보자 돌연 어떤 어둠의 슬픔의 감정으로 그의 가슴이 찢어질 듯했다. 이리하여 그는 남을 이긴다는 것은 남에게 지는 것 못지않게 쓰디쓴 것이기 때문에 전쟁이란 좋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p.203
그가 오랜 세월의 어둠을 뚫고 걸어가는 그 망각의 땅에서는 저마다가 다 최초의 인간이었다.

p.224
훗날 그는 그때의 일을 기억하면서 사람들은 권리를 존중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오직 힘 앞에서만 머리를 숙인다는 것을 (진정으로) 깨달았다.

p.264
그들에게 휴식이란 모든 식구들에게 돌아가는 식사가 더욱 가벼워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그 무엇도 보상해 주지 않는 실직은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재앙이었다. 프에르네건 자크네건 일상생활에 있어서는 언제나 누구보다도 더 관대한 사람들인 이 노동자들이 일자리 문제에 관한 한 언제나 이탈리아인, 스페인인, 유대인, 아랍인, 그리고 결국은 이 세상 사람 모두가 자기네 일자리를 훔쳐간다고 욕을 퍼부어 대는 외국인 혐오증 환자들이었다. 프롤레타리아 이론을 내세우는 지식인들에게는 분명 어이없는 태도이겠지만 매우 인간적이고 용서할 만한 것이었다. 이 뜻하지 않은 민족주의자들이 다른 민족주의자들과 서로 가지려고 다투는 대상은 세계나 특권의 지배가 아니라 종속의 특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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