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췌장염으로 오래 앓았어
심장도 안좋고, 폐에 물도 차고..
눈도 잘 안보이고 가는귀도 먹고
다리에 힘도 없어서 몇 걸음 잘 못걷구..
화장실 가다가 그냥 길에 소변 봐 버리고..
그래도 먹성은 좋아서 밥시간 되면 귀신같이 일어나서
앞발로 얼굴 긁으면서 밥달라거 끙끙
평소에 뽀뽀 하지도 않더니 밥 달라고 할 땐 오만 애교 다 부리고
밥도 야무지게 싹싹 긁어먹구
응아는 자기덩치 안맞게 크고 굵은 똥 싸고ㅋㅋㅋ
안보이고 안들려도 멍멍 잘 짖기도 하고
참 이쁘고 나이대비 정정하다 생각 했는데…
언젠가부터 밥 안먹는다는 동생 말에
언젠가부터 아파서 병원 실려가는 날들이 많아지더니
깔끔떨던 우리 여사
살아봤자 얼마나 살겠다거
먹고싶은거 다 먹이자 싶었는데
그거 다 먹지도 못하고 추석 전에 곡기를 끊더라
살려보겠다거 입원 했는데
로얄캐닌 유동식이 수입이 안되서 다른거 먹였는데
코코넛 오일이 안맞아서 장염으로 설사가 심해지고
하루하루 너무 아프게 변하는게 보기 힘들더라
면회가고 살려보겠다고 근교에 전화 다 돌려서
로얄캐닌 유동식 사서 먹여서 겨우 설사 잡았는데
이젠 신장이 망가졌다네
며칠째 내려가지 않는 수치에
점점 힘들어하는 아이 모습 보고
내 욕심에 병원에서 보내기 싫어서 집에 데려왔어
퇴원 직전에 고통에 몸부리치는 내새끼 보면서
울고 불고 매달리다가 죽어도 집에 가는길에 죽자고
집에 데려 왔더니 참 천사같이 잘 자더라
그 모습 보면서 내일도 이렇게만 지내달라 기도 하면서 잠들었는데..
새벽 네시에 끙끙 앓는 소리에 놀래서 깨서 약 먹이고
여섯시간동안 한시간 간격으로 약이랑 밥 먹고
잘 자는 모습 보고 일하고 왔는데
나갈때보다 더 안좋아진 모습
고통스러운 비명
헥헥거리는 숨소리
빵빵한 배
고통 때문인지 뭔지 자꾸 소변은 지리고…
고통에 겨워 촛점을 잃는 모습에
나도 같이 고통에 몸부리쳐 울았어
내새끼 살리려니까 뭘 못하겠어
그날 비가 엄청 와서 앞도 안보이는데
나도 다쳐서 다리가 퉁퉁 부어서 걷지도 못하는데
그거 뚫고 진정 진통제 처방받아와사 먹였어
한 세시간 조는듯 하더니
다시 원점…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다가
내 욕심에 고통에 살 바엔 보내주자 맘 먹고 병원 갔다?
근데 내새끼……
참 마음 아픈게
병원 도착해서 라인잡거 콧줄 빼서 선생님 품에 안겨 나오는데
참 천사처럼 잘 자더라
엄마랑 동생이랑 셋이서 한참을 바라봤다
코도 골고 너무나 평화롭게 자더라…
나 사실 그거 보고 또 욕심나서 보내기 싫더라
머릿속에서 내새끼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오는데
막상 내 앞에 천사처럼 자는 모습 보니까 진짜 보내기 싫었어
이기적이지?
내새끼 마지막 인사하고 가는데
나 너무 힘들고 슬퍼서 소리지르먼서 울엏어
한번도 소리내명서 우는 방법 몰랐는데
내새끼가 알려주고 갔네
이제 보낸지 이틀차인데 나 너무 힘들고 슬퍼
밥 배불리 먹여 보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약만 먹여 보내서
내가 먹인 약 때문에 고통에 차서 울다 간거 같아서
먹을꺼 보면 죄책감에 시달려
그래서 나 여기다가 글써
어디다 털어놔야 내가 살꺼 같아서
내새끼 보내놓고 살거 싶다는 내가 너무 싫다가도
나를 보고 있는 남은 새끼 두마리 보면서 억지로 버텨보려고
횡설수설 미안해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래
안락사 보낸 덬들은 어떻게 이겨냈어?
나 내새끼 보낸 시간만 되면 미칠꺼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