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 my mistress"
베네딕트의 손에 들려있던 다리가 천천히 땅에 닿았다
귓가에 천둥처럼 울려대던 심장소리도 이내 잦아들었다
다른 이에게 이 말을 들었다면 뺨이라도 때리며 화를 냈겠지만
지금 느껴지는건 분노가 아닌 어떤 감각이었다.
문득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겨울,
하인들의 숙소에서 처음 깬 새벽이 기억났다.
숙소의 얇은 창문은 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막아주지 못했다.
얼굴을 씻기 위해선 밤새 언 양동이의 살얼음을 깨야만 했다.
작은 손으로 얼음물을 조금씩 퍼올리면서
결국 그녀는 울음을 터트렸었다.
얼굴을 아리게 하던 차가운 얼음물.
베네딕트의 제안은 그 감각을 상기시켰다.
소피는 아무렇게 던져져 있는 겉옷을 챙겨 계단을 내려왔다.
잠시 혼란스러운 표정의 그를 돌아보았지만
그녀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